헝가리, 최루가스·물대포로 난민 진압 파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용납할 수 없는 일"…난민 인권 존중 촉구

동유럽과 발칸 반도에 서유럽행을 원하는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는 가운데, 헝가리가 국경을 봉쇄하고 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16일(현지시각) 헝가리 경찰이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접경 지역인 호르고스 부근에서 울타리를 넘어 헝가리로 진입하려는 난민들에게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쐈다고 보도했다.

난민들은 국경이 폐쇄된 것에 항의하며 국경 재개방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난민들이 경찰을 향해 돌과 플라스틱 물병 등을 던지며 항의했고, 헝가리 경찰은 이에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 16일(현지시각) 헝가리 경찰이 세르비아와 헝가리 국경지역에서 헝가리로 진입하려는 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AP=연합뉴스

헝가리 경찰의 이같은 무력 대응에 현장은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혼돈 상태에 빠졌고 일부 난민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최소 2명의 난민이 중상을 입었고 200여 명의 난민들이 최루가스 흡입, 찰과상, 타박상, 화상 등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헝가리의 진압 방식을 두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난민들이 (헝가리 국경에서 공권력에 의해) 다뤄지는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헝가리 당국이 난민들의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헝가리는 난민들의 행위가 폭력적이라며 경찰의 무력 진압은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헝가리 총리의 국토안보 담당 조르지 바콘디 보좌관은 "헝가리의 국경 보안을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난폭하고 공격적이고 무장한 사람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헝가리는 이날까지 월경을 시도한 난민 516명을 체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불법으로 국경을 넘거나 철조망 울타리를 훼손한 혐의를 적용해 46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난민 9명에게는 유죄가 선고돼 향후 1~2년 간 헝가리 입국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헝가리가 자국으로 유입되는 난민을 막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경한 대응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같은 충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헝가리가 서유럽으로 가는 주요한 길목인 데다가 또 다른 통로인 크로아티아의 경우 지뢰가 다량 매설돼있어 난민들이 이동 경로로 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맞아 치료를 받고 있는 난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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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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