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의 '데이터 마사지', 대통령도 속았나?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라! ②

'노동 개혁.'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반기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내용이다. 8월 6일 대통령 담화문에도 맨 첫머리에 등장한다. 청년 고용 절벽을 해소하자! 좋다, 이 주장을 반대할 이가 과연 어디 있을까. 그런데 왜 그 방식이 취업 규칙·일반 해고 가이드라인 도입이어야 하는가? 게다가 그 근거로 사용되는 각종 수치와 논리도 매우 의심스럽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던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는 디테일 속에 숨은 악마를 추적해 보기로 했다.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라!

'해고' 둘러싼 노사 간 다툼, 왜 늘었나?


지난달 26일, 국회 경제정책포럼(대표 정희수 의원) 주최 '한국 사회 어디로 가는가? 4대 양극화와 정책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노동 개혁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이 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직접 축사에 나섰고, 양 노총의 사무총장들도 토론자로 초청되었다.

그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고려대학교 경영대 학장은 '노동 양극화 : 일자리 격차와 노동개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업 규모별 △고용 형태별 △성별 △학력별 △세대별 격차를 노동 시장 5대 양극화 현상으로 지목했다.

이 중에서 마지막 부분인 '세대별 격차'와 관련해 김동원 교수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그래프 하나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노동개혁' 이슈 중 가장 뜨거운 주제가 세대 간 문제 아니던가.

<그림 19> 연령별 월급여총액


자료 : 고용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각년도)



자, '인사이드 경제' 독자들은 위 그래프를 보면 가장 먼저 어떤 부분이 눈에 들어오시는지? 아마도 누구의 눈에나 분명히 보이는 것은 40대 임금을 정점으로 30대와 50대, 20대와 60대 임금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헉~!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임금 피크제 곡선이 아닌가? 게다가 2001년 곡선과 비교했을 때 2009년과 2014년의 곡선은 임금 피크제와 훨씬 가깝게 근접하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 사회는 몇 년 전부터 중년 임금을 정점으로 50~60대의 임금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이다.

세대별 임금 상승률?

그렇다면, 이 날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교수는 이 곡선에서 주로 어떤 얘기를 했을까? 필자가 직접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아니었으니, 발제문에 적혀 있는 내용을 여기에 그대로 옮겨와 보도록 하겠다.

세대간 양극화

◦. 연령별로 월급여 총액을 살펴보면 세대 간 임금 격차를 쉽게 확인해볼 수 있음. <그림 19>에 나타나 있듯, 2000년대 들어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을 볼 수 있음.

- 2001년 이후 중년층의 임금 상승에 비해 청년층과 노년층의 임금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임. 55~59세가 2009년을 기준으로 2001년 대비 약 70.61% 상승하여 가장 높은 임금 상승률을 보였으며 40대와 50대 모두 60% 이상의 높은 임금 상승률을 나타냄.

- 반면, 19세 미만의 월급여 총액은 약 39.65%, 60세 이상은 약 50.6% 증가하는 데 그침. 청년층 및 고령층의 근로 조건이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음.


세대 간 임금 격차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런데 김동원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세대별 '임금 상승률'이다. 뭐, 보는 각도에 따라서 어떤 것을 분석 도구로 삼느냐 하는 것은 학자의 자유의지이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 대목은 좀 수상하다. 그래프에 등장하는 곡선은 총 3개(2001년, 2009년, 2014년)를 제시해 놓고, 왜 분석에서는 2014년 데이터만 쏙 빼고 2001년 대비 2009년 상승률만 계산했을까? '인사이드 경제'는 이런 게 눈에 띄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시기를 바꾸면 완전히 달라지는 분석

그래서 김동원 교수가 분석틀로 삼은 세대별 임금 상승률 전체를 계산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우선 자료를 구해야 하는데, 고용노동통계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온라인 간행물' 항목에서 '임금 구조 기본 통계 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주의할 점 : 이 항목은 2007년까지만 독립적으로 발간되었고, 2008년부터는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로 통합되었다.

이 자료들을 모두 다운로드 한 뒤 세대별 임금 상승률을 계산해 다음과 같이 표로 나타내 보았다.

시기별로 임금 상승률이 높은 세대 1, 2, 3위는 붉은색으로, 반대로 가장 낮은 세대 1, 2, 3위는 녹색으로 표현해 보았다. 과연 김동원 교수가 분석한 것처럼 2001년 대비 2009년 임금 상승률만 따져보면 55~59세가 70.59%로 가장 높으며, 40대 후반과 50대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19세 이하와 60세 이상 세대의 임금 상승률이 매우 낮은 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2009년 대비 2014년 임금 상승률을 계산해보면 놀라운 반전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대비 2009년 임금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19세 이하 부분에서 가장 높은 임금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55~59세는 꼴찌에서 3위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젊은 층에서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장년과 노년층이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01년 대비 2009년 세대별 임금 상승률과 2009년 대비 2014년 상승률은 거의 완벽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붉은 타원으로 표시한 영역이 시기별로 상승률이 높은 구간인데, 완벽하게 불일치함을 볼 수 있다. 이 정도라면 통계적으로 꽤 의미 있는 대비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프에는 표시를 해놓고 왜 분석에서는 빼먹었을까?

<2001년~2009년, 2009년~2014년 세대별 임금상승률>




임금 피크제 정당화용?

'인사이드 경제'에게 남의 마음을 읽어낼 능력은 없다. 다만 분석 내용을 볼 때 40~50대 임금 상승률이 높은 반면 19세 이하와 60세 이상의 상승률이 낮은 '세대별 양극화' 현상에 맞는 기간만을 뽑아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2009~2014년 시기의 경우 전혀 다른 양극화, 즉 젊은 층 임금상승률은 높고 장년, 노년층 상승률은 낮은 현상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박근혜표 노동 개혁 이슈 중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 피크제가 실시될 경우 임금이 삭감될 처지에 있는 연령층이 바로 55~59세이다. 그렇기에 이 세대의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 구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시기를 좀 더 최근으로, 그러니까 2009~2014년으로 옮겨서 보면 그 세대의 임금 상승률이 가장 낮게 나타나는데 말이다.

여하튼 위 그래프를 보면 2001~2009년의 경우 50~60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세대별 상승률에 큰 편차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2009~2014년의 경우 젊은층 상승률이 제일 높고 장년, 중년, 노년층으로 갈수록 상승률이 떨어지는데, 그 추세가 매우 완만하게 그려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동원 교수의 분석은 좀 뒤로 제쳐놓더라도, 이 2개의 시기는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무슨 차이가 이토록 세대별 임금상승률의 추세를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 진짜 분석해야 할 양극화 현상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다음 편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인사이드 경제'의 해석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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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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