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다가 통신이 끊겼던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가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됐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8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3명은 구조됐다.
그러나 정확한 승선 인원이 확인되지 않아 현재 몇명이 실종 상태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경은 해군 함정과 민간 어선 등의 도움을 받아 사고 해역에 대한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사고 경위
6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돌고래호는 5일 오전 2시께 해남 남성항에서 출항, 2시간 뒤인 오전 3시 59분께 추자도 신양항에 도착했다.
이어 추자에서 낚시를 한 뒤 오후 7시께 남성항으로 돌아가려고 신양항에서 출항했다.
같은 시각 추자항(상추자)에서 남성항으로 출항한 다른 낚시어선 돌고래1호는 해상 기상이 좋지 않자 오후 7시 38분께 돌고래호 선장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추자도 북쪽 끝인 횡간도 옆 무인도 녹서(노린여)에서 만나 같이 해남으로) 돌아가자고 통화했다.
그러나 운항하다가 날씨가 점점 더 나빠지자 추자항으로 회항하던 돌고래1호 선장 정모(41)씨가 오후 7시 44분과 46분에 돌고래호 선장 김철수(46)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김씨는 "잠시만"이라는 짧은 대답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돌고래1호는 오후 7시 50분께 추자항에 도착했으며, 이후에도 계속 돌고래호에 연락했으나 받지 않자 오후 8시 40분께 제주해경 추자안전센터에 통신 두절 사실을 신고했다.
추자안전센터는 오후 9시 3분께 제주해경 상황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돌고래호의 위치는 배에 설치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통해 5일 오후 7시 38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인 것으로 마지막 확인됐다.
해경은 V-PASS로 확인된 돌고래호의 마지막 위치와 탑승객 휴대전화의 최종 발신 위치 등을 파악해 일대 해역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야간인데다가 추자도 인근 해역에 바람이 초속 9∼11m로 강하게 불고 물결도 2∼3m로 높은 것은 물론 비까지 많이 내리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돌고래호는 통신이 두절되고 11시간여 뒤인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남쪽 무인도 섬생이섬 남쪽 1.1㎞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해경은 돌고래호가 더 떠내려가지 않도록 인근 바위에 결박시켰다.
◇ 8명 사망·3명 생존…실종자 수는 확인 안 돼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된 사람은 사망자 8명, 생존자 3명 등 총 11명이다.
사망자들의 시신은 추자도 주변 해역 곳곳에서 발견됐다.
4명의 시신은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로 돌고래호의 위치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과 가까운 예초리 인근 해상에서 발견됐다.
1구는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다리 아래에서, 1구는 추자항(상추자)에서, 1구는 섬도 부근에서, 1구는 후포리 양식장 부근에서 각각 발견됐다.
김모(47·부산), 이모(49·부산), 박모(38·경남)씨 등 생존자 3명은 뒤집힌 배 위에 있다가 인근을 지나던 어선에 구조됐다.
이들은 해경 헬기로 제주 한라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이들은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발견됐다.
이들 외에 나머지 승선자는 아직 생사가 확인 안 됐다.
돌고래호 탑승 인원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실종자가 몇 명인지도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돌고래호가 출항신고하며 제출한 승선원 명부에는 22명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 중 13명은 승선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4명은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생존자 중 1명도 승선원 명부에 기록되지 않았다.
◇ 수색 작업 박차
해경과 해군, 관공선 등은 추자도 주변 해역에 투입돼 생존자나 사망자가 있는지 찾고 있다.
전날 밤에는 야간인데다 기상 상황도 좋지 않아 수색에 애를 먹다가 날이 밝고 기상상황도 다소 호전되며 수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은 해경 함정 38척과 해군 함정 4척, 어업관리단 2척, 제주도 어업지도선 1척 등 배 45척이 투입됐으며 항공기도 동원됐다.
중앙특수구조단과 특수기동대, 122구조대 등 잠수요원 41명도 투입돼 수중 수색을 벌이기로 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시신이 추자도 주변 해역 곳곳에서 발견됨에 따라 해경은 추자도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색을 벌일 계획이다.
전남 해남군청에는 사고대책 본부가 설치됐다.
◇ 사고 원인은
생존자 진술로 미뤄볼때 사고 원인은 기상 악화 또는 물속 밧줄 등에 배가 걸렸을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생존자 박모(38)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상 이동 중 잠들어 있었는데 배의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이 와중에 배에 물이 들어왔다"며 "내가 맨 마지막으로 배에서 빠져나갔고 동시에 배가 뒤집혔다"고 말했다.
박씨는 "생존자 3명 이외에 다른 관광객도 뒤집힌 선박 위에 올라 있었으나 강한 풍랑에 일부가 떨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한 "비가 와서 구명조끼가 축축해 승객 대부분이 착용하지 않은 채 옆에 놔두고만 있었다"며 선박 내부 상황을 알렸다.
다른 생존자 이모(49)씨도 "당시 파도가 높았고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난 후 배가 기울었다"며 "배가 전복된 후 1시간가량 지나서 숨진 것으로 보이는 승선자들이 물 위로 떠오른 것을 목격했다"고 사고 순간을 떠올렸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한 생존자의 진술에 따르면 배가 뭔가 밧줄 같은 것에 걸린거 같다고 한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 중이며 기상 상황 때문이라고는 잘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사고 당시는 풍랑특보가 발효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해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장 판단 하에 운항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돌고래1호는 선장 판단에 항해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회항한 거고 돌고래호는 계속 항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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