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초록發光] 누구를 위한 에너지 자립 섬인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 조성 사업'이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15년 5월에 산자부에서 62개 도서에 대해 사업 공모를 하였는데 예상 밖으로 많은 민간 업체에서 참여 신청을 하였던 것이다.

이 사업은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업으로도 불리고 있다. 섬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자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지능형 전력망 기술인 에너지 운영 시스템(EMS) 등으로 구성된 소규모 전력 공급 시스템 즉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구상에 따르면, 2020년 울릉도는 기존의 디젤 발전소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고 태양광, 풍력, 지열, 연료전지 등 100% 신·재생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받게 된다. 2012년에 전라남도 가사도에 구축된 태양광, 풍력, ESS로 구성된 마이크로그리드는 신·재생 에너지원 발전만으로 가사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81%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현재의 신·재생 에너지 기술과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결합만으로도 도서 지역의 독립적인 전력 공급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많은 섬들이 조만간에 디젤 발전기의 소음과 공기 오염에서 해방될 수 있어 주민들과 섬을 찾는 관광객들은 더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육지에서 지지부진한 재생 가능 에너지 확산을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이 울릉도와 같은 대규모 섬에서 성공하자면 다만 기술적인 설비만을 구축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태양광 발전과 같은 전력 공급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피크 부하 관리를 위해 개별 가구에 스마트미터기를 보급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 전력 수요가 많을 때 전자제품 사용을 자제한다든가 하는 등의 소비 행태의 변화도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의 구성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개별 가구에서 소형 태양광 발전 등 재생 가능 에너지 공급에도 참여하여 분산 전원을 다양화하는 것이 섬의 환경을 보호하면서 '에너지 자립'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즉, 섬의 주민들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요한 행위자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 진행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파악되었던 것 중의 하나가 스마트그리드를 사용하는 주민조차 스마트그리드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 조성 사업'이 섬의 '친환경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기 위해서는 이 사업이 다만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의 수출화를 위한 시험대로 섬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섬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젤 발전기를 정해진 목표 연도에 맞추어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으로 대체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설정하게 되면 현지 섬의 실정에 맞지 않는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들여오게 되거나 대형 발전 설비로 인한 또 다른 환경 파괴, 환경 갈등을 유발할 수가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역시 섬 전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를 통해 감축하고 이를 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기본 원칙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능형 전력망이 갖고 있는 기술적인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이크로그리드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ICT(정보통신 기술)가 결합된 지능형 전력망은 소형 분산형 전원들에서 공급되는 전력들에 대한 실시간 관리를 가능하게 해주어 개별 가구들이 태양광 등을 이용한 소형 전력 생산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미터기 등을 통해 피크 부하 관리를 용이하게 해준다. 이런 기술적인 특성은 섬의 주민들이 전력 생산자로서 마이크로그리드를 공동으로 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계획된 재생 에너지 설비 구축에 섬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 조성이 주민의 경제 생활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적으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서 기술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또한 대형 발전 설비로 인한 또 다른 환경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마이크로그리드 관련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이들 관련 기술들이 실제로 기술이 적용되는 섬의 주민들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섬의 자원 부족으로 늘 전력 부족에 시달리거나 디젤 등 특정 연료에 의존해야 했던 섬의 에너지 문제는 섬 주민의 경제 상황에도 영향을 주었다.

태양광, 풍력 등 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원을 활용한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은 기존의 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이다. 에너지 신산업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섬 주민의 복지 향상이라는 차원에서도 정부가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이 새로운 전력망은 섬의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에너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누구를 위한 '에너지 자립 섬'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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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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