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최루액 사용한 대구 경찰, 규정 위반

[언론 네트워크] 시민단체 "명백한 공권력의 과잉진압"…경찰 "적법한 사용"

대구 경찰이 지난 4.24 대구지역 노동자 총파업 집회에서 노동자들을 향해 쏜 물대포와 최루액이, 경찰 규정과 국제기준을 위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는 "명백한 공권력의 과잉진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법적 대응도 하기로 한 반면, 경찰은 "적법한 사용"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참여연대, 인권실천시민행동, 인권운동연대 등 8개 단체가 참여하는 '4.24 총파업 집회시위 인권침해조사단'은 19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24 총파업과 관련한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석달 동안 4.24 총파업과 관련한 참가자 인터뷰, 당시 사진·문건·동영상 분석 등을 통해 이날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를 냈다.

▲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는 집회 참가자들(2015.4.24) ⓒ평화뉴스(김영화)

▲ '4.24 총파업 집회시위 인권침해조사 발표 기자회견'(2015.8.19) ⓒ평화뉴스(김영화)

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당시 경찰의 집회 참가자에 대한 진압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살수차의 과도한 사용과 살수차 운용지침 위반 ▷집회 참가자를 향한 물대포 직사 분사 ▷최루액(캡사이신) 등 분사기의 부당 사용 ▷경찰 신분 식별 불가능 ▷경찰관 기동대의 불공정한 투입 ▷무방비 상태의 집회 참가자에 대한 과잉 폭력행위 ▷남성경찰의 여성 참가자에 대한 폭행과 신체적 접촉 등 "경찰의 명백한 과잉진압으로 폭력과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진압과정에서 경찰 내규와 국제기준도 위반했다. '경찰장비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1842호)'을 보면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찰장비는 필요한 최소한 범위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물대포(물포)에 대해서도 "타인 또는 경찰 생명·신체 위해와 재산·공공시설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 최소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에 사용하고 안전거리에서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살수차를 동원해 노동자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경찰(2015.4.24) ⓒ평화뉴스(김영화)

그러나 당시 경찰은 14개 중대의 경찰병력 1,300여명을 투입하고 살수차 1대를 동원해 집회 참가자의 가슴 아래뿐 아니라 머리와 얼굴을 정조준해 직사분사를 했고, 손으로 얼굴과 머리를 감싸는 참가자들을 향해서도 물을 쐈으며, 맨몸으로 물대포를 맞던 참가자 중 물살에 넘어져 다친 경우도 발생했다.

최루액도 규정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 '분사기 사용지침'에 따르면, "분사기 사용은 타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 및 공공시설의 안전에 대한 위해 발생 억제, 범인의 체포와 도주 방지"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사용 전 경고 방송도 해야 한다. 그러나 물대포와 달리 경찰은 최루액 분사와 관련해서는 어떤 경고 방송도 하지 않았다. 또 집회 참가자들의 얼굴과 귀, 머리 등을 향해 직사분사를 하기도 했다. 최루액은 발암논란이 있는 위험한 물질로 사용요건이 더욱 엄격해야 함에도 마구잡이식으로 쏜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다. 국제앰네스티는 물대포와 최루액 분사기(페퍼스프레이)의 사용과 관련해 "생명의 위험, 극도의 위험한 상황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서만 이 장비를 사용하고, 동원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을 때에만 사용해야 하는 도구"라고 규정하고 있다.

▲ 경찰 방패에 부딪쳐 넘어진 여성노동자(2015.4.24) ⓒ평화뉴스(김영화)

조사단은 "4.24 총파업은 재벌 편향적인 박근혜 정부 정책에 맞서 모든 노동자 고용과 임금 등 노동조건을 개선해달라는 것으로 이미 경찰에 신고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행진·집회였다"며 "경찰이 '시위대가 거리를 점거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첩보로 합법적 행진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 대거 경찰병력을 투입해 물대포와 최루액을 쏜 것은 명백한 과잉진압으로 부당하다"고 발표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국장은 "4.24 총파업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 노동자들이 각 지역에서 벌였지만 물대포와 최루액을 쏜 곳은 대구가 유일했다"면서 "관련 법률, 내규 요건을 엄밀히 충족했는가에 대한 판단자료나 법률적 근거가 불분명해 경찰의 임의집행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경찰의 4.24 총파업 진압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시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당시 장애인과 여성, 노인도 집회에 참가한 점을 비춰볼 때 시민과 사회적 약자를 겨눈 경찰의 폭력과 인권침해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경찰은 철저한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 대구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진압과정이 담긴 사진을 들고 있다(2015.8.19) ⓒ평화뉴스(김영화)

때문에 이들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에 이번 주 내로 진정서를 내기로 했다. 경찰이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향후 논의를 통해 법적 대응도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집회 시위 전 범어네거리를 점거농성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적법한 진압이었고 합법적 절차에 맞춰 장비를 사용했다. 과잉진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4월 24일 민주노총대구본부는 '박근혜 정권 재벌 배불리기에 맞선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하루 총파업을 했다. 노동자 3천여명(주최측 추산 4천여명, 경찰 추산 2천3백여명)은 오후 2시부터 반월당 등 6곳에서 행진을 벌여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으로 향했다. 이 총파업은 전국에서 열렸다.

그러나 오후 3시 30분쯤 범어네거리에 결집한 이들은 새누리당사로 갈 수 없었다. 경찰병력 1천3백여명이 방패를 들고 순식간에 범어네거리에서 새누리당사로 가는 도로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대구 집회 처음으로 물대포를 쐈다. 최루액도 2년만에 사용했다. 대치는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전국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물대포나 캡사이신 등으로 진압한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이와 관련해 40여명의 노동자, 학생, 농민들이 소환 조사를 받았고, 민주노총 간부 3명은 구속됐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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