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획정위 위원장과 위원들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자신들이 지난 10일과 지난달 16일 두 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획정안 논의를 위해서는 늦어도 8월 13일까지는 '선거구 획정기준'과 '국회의원 총 정수' 그리고 그에 따른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확정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도 선거구 획정 기준 등이 정해지지 않고 있으며, 답보 상태인 정개특위 진행 경과를 볼 때 향후 결정 시기를 예측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획정위는 "따라서 우리 위원회는 무작정 국회의 결정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며 "현행법 일반원칙과 공청회 등을 통해 확인된 국민·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객관적인 획정기준 등을 설정하고 본격적인 선거구 획정작업에 착수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획정위는 "그 동안 국회가 선거구 획정의 전제조건인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 우리 위원회는 구체적 논의를 진전 시킬 수 없었다"고 토로하며 "더 이상 선거구 획정 작업을 지체할 경우 과거의 퇴행적인 역사가 반복되리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의 퇴행적 역사'에 대해 획정위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선거일에 임박해서야 선거구가 확정되는 아픈 경험을 반복해 겪어 왔다"며 "후보자에게는 정상적 선거운동의 기회를, 유권자에게는 후보자 검증의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선거를 왜곡시키고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획정위는 정개특위에 대해 "헌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비율, 선거구획정기준을 결정해 준다면 우리 위원회가 획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촉구하면서 "국민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국회는 우리 위원회가 제시하는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획정위는 지난 4월 30일 정개특위 의결을 거쳐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음으로 국회와는 독립적인 기구로 구성됐다. 국회는 여야 각각 4명의 위원을 추천하는 인선 권한만 가지며, 위원장도 위원들 간의 호선으로 뽑는다. 획정위가 이날 성명에서 "우리 위원회는 역대 획정위와는 달리, 독립기관으로 수범적인 선례를 남겨야할 역사적 소임을 부여받았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전날 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협상을 재개했지만 '정개특위 재가동' 방침만 결정했을 뿐 선거구 획정 기준과 관련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김 의원은 "획정위가 요구한 획정기준 등 제시 기일을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게 됐다"며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까지 획정안을 마련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해결해서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오픈 프라이머리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여야가 주장하는 정치개혁 방안이 결국 선거구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다른 정치개혁 논의들도 줄줄이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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