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개혁 '빅딜?'…"결국 안 될거야"

'오픈 프라이머리'도 '권역별 비례대표'도 선거구 획정에 발목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 시한인 8월 말이 다가오면서, 정치개혁 관련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5일에는 여야 당 대표가 간접적으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이날 오전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면 우리 당도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당론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일괄타결을 제안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신중하게 잘 검토해보겠다"면서도 "조금 수용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다시 "어려울게 뭐 있냐"며 "통크게 합의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응수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공천권을 국민에게"라는 구호 아래, 여야가 같은날 각 당 후보자에 대한 경선을 동시 실시하자는 것이다. 또 현재까지는 국민참여경선을 하더라도 당원의 '한 표'가 일반 유권자의 '한 표'보다 더 큰 가치를 가졌지만(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만 예외), 여기에 차등을 두지 않고 당원의 1표도 1표, 시민의 1표도 1표로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지역구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공천할지 아니면 전략공천을 할지 등은 각 정당의 자율에 속하는 문제여서 이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 또 결정적으로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2월 제안한 것으로, 전체 의원 정수(현 300명)를 인구 비례에 따라 전국 6개 권역에 배분한 후, 권역별로 지역구와 비례의 비율을 2:1에 맞추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비례대표 의석이 100석 전후가 돼 현재의 54석에서 크게 늘어나는 반면, 지역구 의석은 200석 전후로 크게 줄어든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하게 되면 오히려 선거구가 늘어나게 되는데 전체 의원 정수를 300으로 유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냐는 것. 따라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의원 정수 확대를 수반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론이 정수 확대에 지극히 부정적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정리하자면 새누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공천 방식'에 대한 것이고, 새정치연합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선거제도 개편'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주장에 대해 "모든 정당과 지역에 대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위헌"(문재인 대표), "새누리당이 제안한 오픈 프라이머리는 기존 기득권 질서를 고착화시키기 위하여 경쟁을 가장한 독과점체제일 뿐"(혁신위 대변인 성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도 새정치연합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주장에 대해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정서상 수용되지 않을 것"(김무성 대표)라고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오픈 프라이머리든 권역별 비례대표제든, 선거구 획정 작업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발이 묶이게 된다는 현실적 사정이다.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앞서 국회 정개특위에 '늦어도 8월 13일까지 획정 기준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정개특위에서는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선거구획정위가 8월 13일을 시한으로 지정한 이유는, 내년 4.13 총선 6개월 전인 오는 10월 13일까지 획정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다. 이는 법정 시한이기도 하다. 여야가 1주일 내로 정개특위에서 획정 기준을 다듬어 선거구획정위로 넘기지 않으면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될 공산이 크다. 과거에도 2004년 4.15 총선 당시에는 불과 선거 한달여 전인 2월 27일에야 선거구 획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8년 4.9 총선 때도 같은해 2월 15일, 2012년 4.11 총선 당시도 2월 27일에서야 통과됐다.

이번에도 이렇게 시간이 끌리게 되면 공천 및 선거제도 개혁 관련 논의 전체가 어그러지게 될 공산이 높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준비 시간이 짧아지면, 정치 신인보다 강자인 현역의원에게 유리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렇게 될 경우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거세질 조건이 형성된다. 또 지역구 의석 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전체 의원 정수 문제와도 연동돼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 논의 역시 헛돌기가 십상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런 상황과 관련해 "내년 2월이 선거제도 관련 '데드라인'인데, 아마 여야가 대립하다가 선거구 획정만 하고 나머지는 소폭만 손을 댈 듯하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오픈 프라이머리 둘다 어렵지 않겠나"라고 솔직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에 정말 강한 의지를 갖고는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할 수도 없고, 야당이 반대하면 하기 어려워진다. 역선택 문제도 있고 국고 지원도 못 받게 된다"고 했다. 그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새누리당에 너무 불리하다"며 "한두 석 정도 차이가 나면 몰라도…"라고도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지난달 "오픈 프라이머리는 결국 안 될 것"이라며 "문 대표는 찬성한다지만, 야당이 못 받을 상황 아니냐"는 인식을 보인 바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도 최근 "'오픈 프라이머리'라고 같은 말은 하는데 생각하는 것은 (정치인들마다) 다 다르지 않느냐"고 했다. 정치제도 개혁을 추진하려면 집권 여당이자 과반 의석을 가진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의지가 중요한데, 여권 내에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물론("새누리당에 너무 불리하다")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에 대해서조차 '그게 되겠냐'는 기류가 만연해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지역구인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과 점심을 들며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얘기하고 있지만 그건 물 건너갔고, 당 자체 상향식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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