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김부겸, '수도권 전도사' 김문수와 본격 대결

김문수, 대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말할 수 있나?

대구 수성갑 지역에서 뛰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최고위원이 3일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를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일상적인 정치 활동일 수 있지만,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구 수성갑의 선거 쟁점을 미리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최고위원의 대항마로 새누리당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 전도사' 출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이 지역구에 둥지를 틀었다.

김부겸 "수도권 규제 완화, 지역 경제에 가혹한 결과"

정부는 지난 7월 30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고 '공장 신·증설 및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한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산업단지 입지 규제 완화 계획이다. 이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결국 수도권이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정부의 이번 산업단지 입지 규제완화 조치는 사실상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에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계획에 따른 대상지역이 서울시 1만5474핵타아르(ha), 경기도 58만5379헥타아르인데, 이는 다른 특별시, 광역시 전체 면적 22만9766핵타아르의 3배에 달한다"며 "결국 대상 지역이 절대적 차이가 나고, 또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과 인프라, 인력 등으로 인해 지방, 지역 개발에 투자하기보다는 수도권 개발에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렇게 공장 및 산업단지 설립 규제가 획일적으로 완화되면, 가뜩이나 입주기업이 없어 허덕이는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각 지방, 지역 산업단지는 역외기업 유치가 어렵게 되고, 심지어 지역에 안착한 기업이 수도권으로의 유턴하는 현상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몇 년 전 구미에 입주했던 모 대기업이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대구 지역 사회와 경제가 입은 손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도권 규제를 계속 완화하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최고위원과 경쟁하고 있는 김문수 전 지사의 몇 가지 발언이 떠오른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08년 수도권 규제를 "망국적 정책"이라며 "정부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최고위원 ⓒ프레시안 자료사진

'수도권 전도사' 김문수는 과거 논리를 180도 뒤집을 수 있나?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노무현 정부가 당시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당장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때 선봉에 섰던 인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로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된 오세훈 전 시장, 김문수 전 지사는 노무현 정부의 '수도권 분산 및 지역 균형발전론'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김 전 지사가 당시 내놓은 '대수도(大首都)론'은 특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 전 지사는 당시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려면 경기, 서울, 인천을 하나의 대수도권 개념으로 통합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고, 지역 광역단체장은 집단 반발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당시 "대수도론에 비수도권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수도권 사랑'은 수도권 규제 완화 전도사를 자처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 같은 '수도권 비대화론'은 지방 자치나 지방 균형 발전에 정면으로 반하는 논리다.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은 지방 투자를 꺼리고, 서울과 중국 등과 가까운 입지 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다. 지방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그런 김 전 지사가 대구 수성갑에 갑자기 둥지를 틀었다. 김 전 지사는 수도권(경기 부천 소사) 3선 의원에, 재선 경기도지사 출신이다. 그가 갑자기 대구로 방향을 튼 것과 관련해 '대선을 앞둔 포석'이라는 분석은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이제 김 전 지사는 과거 숱하게 내놓았던 '수도권 중심주의' 발언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전 최고위원이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재빨리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김 전 지시와의 '한판 승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지사는 과거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두고 "정신 나간 정책"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 김 전 지사는 과연 대구에서 국토 균형 발전론을 펼 수 있을까?

최근 수성갑 지역의 여론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대구일보>-모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전 지사와 김 전 최고위원은 각각 37.4% 대 47.4%의 지지율을 보였다. 김 전 최고위원이 10%포인트 앞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여론조사에는 여러 맹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수 파워'가 대구에서 생각보다 잘 먹히지 않는다는 방증으로는 읽힐 수 있다.

김 전 지사와 같은 당 소속인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경기지사를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지역에 가서 치열하게 도전하셔서 대권에 도전하시는 게 맞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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