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조합원에 '기분파'가 있다?

[이 주의 조합원] 최용범 조합원

2007년, 만 19살. 대학교 1학년. 최용범(27) 씨는 그때 처음 '프레시앙'으로 프레시안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교 1학년에 왜 부족한 용돈을 쪼개가며 가입했을까? 궁금해서 연락해 본 최용범 조합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학교 갔다가 컴퓨터로 프레시안을 봤는데, '독립 언론'이라는 말을 보니 그땐 어렸으니까 멋있어 보였어요. 그럴 나이잖아요." (웃음)

2007년은 <프레시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을 파헤친 기사를 쏟아내던 때다. 정부가 역으로 FTA 홍보 광고를 제안했고, 프레시안은 광고를 받지 않는 대신 후원회원을 받았다. 최 조합원은 '프레시앙' 모집 글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렸으니까'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마음이 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을 때도 최 씨는 기꺼이 조합원이 됐다. "그래도 이런 언론이 필요하고, 살아남아줬으면 한다"는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월급 7분의 1 후원금 쾌척…"제가 좀 기분파거든요"

최 조합원은 2010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지금은 비수도권 지역의 법률구조공단에서 군 대체 복무를 하고 있는 그는 월급의 7분의 1 정도를 프레시안뿐 아니라 다른 사회단체를 후원하는 데 쓰고 있다. 월급이 얼마냐고 물으니, 150만~160만 원이란다. 왠지 조합비를 받기 미안해지지만, 정작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월급의 7분의 1을 기부하는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지 않을까?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편이라는 최 조합원은 "문제는 제가 없지 않다는 데 있다"고 답했다. 그에게 '없지 않은 사람의 기준'은 '최소한의 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사람'이라고 했다. 월급 160만 원을 받는 사람으로서는 너무 소박한 대답 같았다.

"청년이 그럴 수 있잖아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그것도 최소한의 의식주가 이뤄진 다음에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게 저 같아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후원이다. 세상이 좋아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제가 좀 기분파거든요." 아프리카에 에볼라가 돌았을 때도 "'국경없는 의사회'가 너무 멋있어서" 즉흥적으로 후원 신청을 했다는 그다.

"사실 그거(후원) 말고 돈을 거의 안 써요. 부모님 댁에서 (대체 복무를 위해) 왔다 갔다 하니 딱히 월세나 식비도 안 들고, 여자 친구도 없으니까 데이트 비용도 안 들고. 아, 물론 여자 친구 있을 때는 쪼들렸어요." (웃음)

눈물 글썽이며 고맙다던 의뢰인

최 조합원은 사법고시 합격 후에, 대학원에서 법학 공부를 더 하다가 군 입대를 신청했다. 군 대체 복무 생활에 대해 물으니, 소외 계층을 상대로 무료 변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법률구조공단에서 일하고 있지만, 막상 가보니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여기가 자잘한 민사 사건들이 많거든요. 70만 원, 80만 원이 그분들에게는 큰돈인 거예요. 그분들 말씀을 토대로 (소송을) 준비하는데, '억울하다'고만 하지 도와줄 자료를 하나도 안 주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 제가 어려서 그런지 '너는 왜 부정적으로 말하느냐'고 화내시고. 감정 소모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어떤 의뢰인이 기억에 남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다가 사건이 잘 해결돼서 고맙다고 하는 의뢰인을 꼽았다. 지역에서 보증금 1000만 원을 내고 분식점을 하던 상가 세입자였는데, 건물 주인이 나갈 때 터무니없는 철거 비용을 요구하더란다.

"중간에 판사가 화해 권고를 했는데, 금액이 꽤 유리하게 나오니까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저한테 '정말 감사하다, 고맙다'고 하던 게 기억나요. 사실 그분이 그전까지 저에게 존칭을 안 쓰셨거든요. 저를 너무 힘들게 하셨던 분인데, 사람은 역시 결과가 좋아야 하는구나…." (웃음)

"읽을거리 많은 프레시안 되길"

최 조합원은 대체 복무가 끝나면 대학원에서 법학 공부를 더 하고, 외국으로 교환 학생을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 접근성이 떨어져서 <프레시안>을 많이 보지 못한다는 최 조합원은 "<프레시안>이 대중적으로 유연해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주의 조합원 인터뷰를 계기로, 더 자주 <프레시안>을 봐야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프레시안>은 주제 자체가 너무 일관된다고 해야 하나요? 가벼운 기사가 별로 없어요. <조선일보>는 독자들이 논조를 예상하는 대신에 재밌는 기사가 많으니까 사람들이 읽잖아요. 그런데 <프레시안>은 '이거 싫으니까 안 봐' 하는 독자들이 볼 기사가 별로 없어요.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언론인 <타임>지는 신뢰도 높지만, 볼 기사도 많더라고요. 물론 자금이나 인력 때문에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프레시안>이 진보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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