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지원할테니 한국과 합작 말아라"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제조 2025', 우리의 대응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뉴노멀'(New Normal)로 일컬어지는 저성장시대에 맞춰 제조업 혁신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범세계적인 저성장 늪에 빠진 기업들은 매출액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수익 혹은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공장을 목표로 각종 정보통신기술과 데이터 분석 요소기술을 현장에 접목시켜 고부가 생산을 통한 경쟁력 유지를 도모하고 있다. 스마트한 현장관리가 생산, 품질, 효율 그리고 가치와 연계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은 수직적 관리시스템이 수평적 공유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국가 간 제조업 혁신은 대변혁의 장정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15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015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산업 발전에 대해 언급하며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규모에 의존했던 기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스마트 제조, 친환경 제조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분야로 차세대 IT, 로봇, 첨단 철도 교통 장비, 절전·신에너지 자동차, 고성능 의료기기 등을 제시했으며, 제조업과 인터넷 융합이 핵심이다.

중국 공학 분야의 최고 학술 및 연구기관인 중국공정원이 이를 준비하였는데, 향후 10년간 제13차(2015~20년) 및 제14차(2021~25년) 5개년 계획 기간에 걸쳐 추진하는 장기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경제의 기조를 전환하면서 중국이 맞닥뜨리는 당연한 귀결이며 또한 선진국들의 대응과 준비에 함께 길을 모색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중국제조 2025는 독일이 발표한 제조업 강화 정책 '인더스트리(Industry) 4.0'과 미국 GE의 산업 인터넷 혁명을 모델로 구상한 ICT와 제조업의 융합정책이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제조업 강국을 유지하기 위해 민관 및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WG)이 2011년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와 같은 흐름이 미국의 'Remaking America', 일본의 '산업재흥플랜', 우리나라의 '제조업 혁신 3.0'’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계획은 결국 다른 나라의 것을 복제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2025년까지 한국과 같은 수준에서 벗어나 독일과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2035년에는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그래서 중국 계획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우리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작업이다.

먼저 중국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점·선·면·입체로의 변화 패턴을 보이고 있어, 그 유연성과 실용성에 놀라곤 한다. 개혁개방의 실천과정에서 홍콩과 대만이 가까운 선전(深圳)을 시작으로 연안 지역으로 확대·발전됐으며, 이러한 경험과 성과는 다시 중부와 서부 내륙지역으로 퍼졌다. 이 지역에서는 산업고도화와 서비스산업을 연결하는 시도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시안(西安) 가오신(高新)산업단지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 것은 이러한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각 성 정부가 국무원에서 그린 그림에 맞춰 자기 지역의 산업특성을 고려한 세부적인 실천계획을 준비·발표하는 것으로 볼 때, 중국제조 2025도 점·선·면·입체로의 변화 패턴을 유지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예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이미 오래전에 12·5계획을 통해 연구개발을 위한 국가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2015년 투자 규모는 전체 GDP의 2.2%로, 혁신지향형 경제를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이미 2011년 일본을 앞선 규모이며, 이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2018년에는 유럽연합(EU)을, 2022년에는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중국의 대학을 방문하게 될 때마다 피부로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것인데,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고 현지 대학교수로 취업한 졸업생들의 활동은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대변해주고 있다. 더욱이 지난 3월 양회에서 중국의 새로운 경제성장정책으로 제시된 '인터넷 플러스(互联网+) 행동전략'은 이를 가속화시키는 당장의 현안이다.

중국 정부의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는 서비스 산업 발전과 내수성장, 미래산업 발전을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의 효과도 거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학생들을 위한 연수의 일환으로 쑤저우(蘇州) 공업원구에 위치한 우리나라 한 중소기업을 방문하여 법인장의 브리핑과 현장투어를 하면서, "지금처럼 큰 인건비 상승의 압력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법인장의 말은 "현지에서의 연구개발과 공정 자동화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생존이 어려웠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중국의 변화는 규모와 속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에겐 상당히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능한 대안으로서 모색하여야 할 것들을 잘 살펴야 한다. 일단 큰 틀에서 보면 경영패러다임의 변화가 수직적 관리체계에서 수평적 공유체계로 이동한다는 측면에서 조금은 우리에게 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나 기업이 과거보다는 밑으로부터의 혁신학습을 많이 해왔고, 초고속인터넷과 같은 인프라가 훨씬 일찍이 구축되어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나 기업 모두 변화를 위한 준비를 너무 안일하게 진행하고 있고, 구성원들을 위한 설득이나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는 오래전에 실천에 옮기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경우,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가르칠 교사들이 없는데 교육부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2013년도에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많은 투자와 채용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눈에 띄는 사업이나 제품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개방적 혁신을 꾸려가는데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최근 대학에 특강을 위해 오신 한 화학회사의 전직 대표이사와 대담을 통해 중국의 준비가 중앙· 지방 간 협업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한 기업이 폴리에스테르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컨설팅과 기술 제공을 성 정부와 거의 마칠 때였다. 그런데 중앙의 상무부에서 성 정부에게 자금과 기술 가운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며, 무엇이든 지원해줄테니 한국과 합작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그동안 해왔던 중간재 중심의 수출에서 벗어나 세계의 시장에서 통할 수 있도록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종 간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남을 따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특화된 노력이 절실하다. 소재나 기술은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에 제품에 서비스를 입히거나 디자인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 수년째 굳건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카라카라화장품은 좋은 사례다.

중국제조 2025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신속하게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연결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 기기를 포함해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지금, 조직에서는 연결을 통해 전례 없는 수준의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 사용량, 이동통신 가입자 수 및 광대역 인터넷 보급률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이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각광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 기업인의 93%는 '연결의 증가는 차세대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했으며, 또한 84%는 '연결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라고 했다. 모두 인식은 정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중앙과 지방, 세대와 세대가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며 착실히 실천에 옮긴다면 미래는 있다.

(김진병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통상산업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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