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정보위 현장조사 결과 등을 검토해 수사 착수 필요성이 있는지 검찰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단 "사실관계가 확인이 안 됐으니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마땅하다"며 "해당 프로그램의 실제 사용처 등이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는 파악이 안 돼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여야는 전날 국방위, 정보위에 이어 이날 법사위에서도 국정원의 국내 사찰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의 정치개입 전력을 들어, 이번에 밝혀진 해킹 프로그램 역시 불법적인 활동에 악용됐을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이같은 주장을 정치공세로 일축하며, 전날 이병호 국정원장이 "과거같이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일(도감청)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은 "대선 전에 해킹 장비를 구입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갤럭시 핸드폰이 개발되자 해킹팀에 (이에 대한) 도감청 방법을 문의한 것을 보면, 카카오톡·이메일·문자메시지 등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본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도 "국정원이 (북한 정보 획득이나 방첩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영장에 의해 정상적 감청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철수연구소 백신, 안드로이드(체제 기반) 휴대폰 등에 대해 해킹으로 불법 감청을 한 의도는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도 "국정원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해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사실인지 감사원이 나서서 살펴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국정원장도 일반 국민을 상대로 그런 조치를 취한 바 없다고 단언하지 않았느냐"며 "국정원이 갤럭시폰 사용자를 모두 해킹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겨선 안 된다"고 맞섰다. 김 의원은 "사실 확인도 안 된 채 침소봉대해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그는 "불과 몇 달 전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을 전부 들여다보는 것처럼 침소봉대해 '토종 기업' 카카오톡을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검찰에 사용자의 대화 내용 등을 추출해 제출한 것은 사실이었으며,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수그러든 것은 야당 등의 의혹 제기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져서가 아니라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사실을 인정·사과하고 이후에는 검찰의 감청 요구에 불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였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 역시 "국정원에서 해킹 프로그램 구입했다니까 아주 큰일난 것처럼 하는데, 정보기관은 필요에 따라 해킹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보기관의 손발을 묶을 수 있는 주장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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