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자 등, 국가·병원 상대 첫 소송

"병원·국가, 메르스 전파 예견됐는데도 막지 않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 유가족 및 격리자들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병원을 상대로 첫 소송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메르스 피해자들을 대리해 메르스 사태 피해에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공익 소송 3건을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다고 밝혔다.

원고는 건양대병원에서 사망한 45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성심병원을 거친 뒤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173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격리된 가족 3명 등이다.

소송 취지는 메르스 감염 및 의심자로 분류돼 사망 또는 격리된 원고 측이 국가·지방자치단체·병원 등 피고 측을 상대로 감염병 관리 및 치료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병원 및 국가가 메르스 환자가 다른 이들에게 메르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않았고, 오히려 정보가 나가는 것을 막아 사후 피해를 확대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제34조를 비롯해 보건의료기본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을 적용해 책임을 물었다.

지자체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병원에는 의료법 위반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청구 금액은 사망자는 일 실소득으로 계산했고, 유가족 및 격리자들은 일 실소득과 망인 사망위자료 등을 포함했다.

기자 회견에 참석한 173번 환자의 아들은 "방역 체계가 제대로 돼있다면 슈퍼 전파자도 없었을 테고 우리 모친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동성심병원에도 환자의 잘못만 들춰내기보다 의사로서 밝혀야 할 부분을 밝히고 본분을 다하라"고 촉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강동성심병원에서는 미납 병원비를 내기 전에는 어머니의 진료 기록도 떼지 못하게 한다"며 "어머니를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173번 환자는 지난달 5∼9일 강동성심병원에서 76번 환자와 접촉한 후 여러 병원을 거쳐 다시 같은달 17∼22일 강동성심병원을 경유했다.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전염병 관리 등 국가 시스템과 민간 병원 체계가 붕괴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번 소송이 단순히 피해자 권리를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 및 감염관리 체계에 대한 책임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소송 대리인인 신현호 변호사는 "두 번째 소송은 확진자가 아닌 자가 격리자들을 원고로 한 것으로, 감염이 되지 않았음에도 피해를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들 또한 부실한 국가 및 병원 관리 체계의 희생자"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현재 요청이 들어온 메르스 피해 사례들을 검토해 2, 3차 소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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