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총' 친박-비박 격돌…'표 대결' 없을 듯

유승민, 입장문 작성해 집무실 대기…김무성 "결단" 요구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8일 오전 9시께 시작돼 계속되고 있다. 전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이날 의총에선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퇴 불가피'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의원들 중 일부는 '차라리 표결을 하자'며 맞불을 놓거나 '원내대표 사퇴 결의안이 아닌 당·청 대화 촉구 결의안을 주장하고 싶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표 대결'은 당·청 관계의 파국을 부를 거란 우려로 반대하는 의원이 더 많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유 원내대표는 의총에 참석하지 않고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의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두언 "당·청 대화 촉구 결의안 주장하고 싶다"

회의는 120명의 의원이 참석했으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작됐다. 회의가 채 시작되기 전, 김태흠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러한 사태를 만들어 놓고도 사퇴할 이유를 모른다고 하는 것 자체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두언 의원은 "미국 대통령은 야당 원내대표도 불러서 밥을 먹으며 대화하고 설득한다. 우리는 왜 그런 게 없는지 모르겠다"며 '소통 부족'을 꼬집고서 "원내대표 사퇴 결의안이란 <개그 콘서트> 같은 일을 의총에서 할 게 아니라 당 지도부와 청와대 대화 촉구 결의안, 이런 것을 주장하고 싶다"고 했다.

강석호·김성태·김용태·신성범·황영철·김학용·박민식·박상은·이한성 등 비박계 재선 의원 9명은 회의 시작 한 시간 전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막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기도 했다. 양측 모두 전날에도 밤 늦게까지 서로 전화를 돌리며 내부 단속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무성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선당후사의 정신"

회의는 김무성 대표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됐다. 언론에 서면 형태로 공개된 김 대표의 발언은 '유 원내대표 사퇴 촉구'로 요악된다. 국회법 개정안이 처음 본회의를 통과하던 때부터 줄곧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온 김 대표는, 근래 들어 유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사퇴를 설득하는 등의 모습으로 선회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이제는 결단을 내리고 모든 일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돌려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당 대표로서 당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제는 결단을 내릴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은 분열된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런 만큼 오늘 꼭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며 거듭 빠른 사퇴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이른바 '명예로운 퇴진'의 모습을 갖춰주기 위한 발언도 꺼내놨다. 그는 유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공시켰고,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도 적극 나서는 등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제약 조건을 고려할 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성공에 대한 열정과 충정이 누구보다 강한 동료 의원이었다"는 칭찬도 모두 발언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선당후사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므로 "나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희생하는 결단을 부탁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김용태 "표결하자"…박민식 "한 명 찍어내보는 것은 반민주적"

김 대표의 이 같은 모두 발언 이후 30명가량의 의원이 발언을 신청하며 마라톤 토론이 본격 시작됐다. 김 대표 뒤를 이어서는 우선 비박계 재선 모임을 주도해 온 박민식 의원이 나서 '한 명을 찍어내듯 내보내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 뒤를 이어서는 김용태 의원이 '사퇴 권고 결의안을 박수 치고 통과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의견을 물어 기록에 남겨야 한다'면서 표결을 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표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소수라고 참석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두언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내 기준으로 이야기해 개혁 보수는 표결하자고 하고, 꼴통 보수는 표결하지 말고 결정하고 있다"며 의총장 안 상황을 전했다.

서청원 "정치인의 사퇴는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답다" 궤변

중진들도 토론에 가세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 흐름에 앞장서 온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치인이 사퇴하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답다"고 의총장에서 주장했다. 그러면서 '30여 년 정치를 하며 나도 책임진 일이 많다. (원내총무를 하던) 노동법 파동 때도 책임졌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알려졌다. 비박계 맏형급인 이재오 의원도 발언 신청을 해둔 상태라고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겸임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5월 국회법 통과 당시 청와대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이에 상황 설명에 차이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 당시 자신들이 '찬성표'를 던졌던 책임을 유 원내대표에 돌려왔다. 청와대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박 대통령의 뜻을 읽지 못하고 반대가 아닌 찬성을 하게 됐다는 식이 주장이다.

한편, 자신의 집무실에서 의총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유 원내대표는 지난 밤 늦게까지 이후 발표할 입장문을 숙고해 작성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매듭지어지는 대로, 어떤 형식으로든 유 원내대표의 입장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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