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역 당국과 삼성서울병원 등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메르스 환자 16명은 대부분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12명은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시 보라매병원 등으로 옮겼고, 3명은 환자 보호자와 이동할 병원 등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옮겨갈 예정이다. 나머지 1명은 완쾌해 퇴원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서울병원에는 메르스 확진자는 한 명도 남지 않는다. 의심 환자 50여 명만 이 병원에 남는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정은경 질병관리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의 많은 의료진이 확진 환자에 노출돼 자가 격리에 들어감에 따라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원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방역 당국은 전원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데도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를 택했다.
메르스는 치료제가 없고 병원 내 전염성이 높아 치료와 감염 관리에 수준 높은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국내 최고 병원으로 손꼽히던 삼성서울병원이 허술한 감염 관리로 메르스 환자 수를 늘려오다 결국 치료에서 제외되고 만 것이다.
방역 당국은 삼성서울병원의 감염 관리자에게 개인 보호구 착용·탈의법을 다시 교육했다. '일류 병원'이 '기초 교육'을 다시 받은 모양새다.
이런 굴욕은 삼성서울병원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 메르스 환자의 절반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했다.
물론 메르스 사태 초기인 5월 27∼29일, 14번(35·퇴원) 환자로 말미암은 '슈퍼 감염 사건'은 미리 이런 일을 막지 못한 삼성서울병원의 1차 책임과 함께 방역 당국의 정보 제공 미흡, 북적이던 응급실 등 나름의 외부 요인을 고려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감염 관리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린 지난 6월 13일 병원 부분 폐쇄 이후에도 바이러스 노출이 계속됐다는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환자 진료에 필요한 레벨D 보호구를 의료진에게 지급하지 않아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이 감염됐고, 보호구를 규정대로 갖춘 이후에도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이라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병실, 복도 등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묻어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 32개 환경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미흡한 보호구 착용이나 잘못된 착·탈의법 등 의료진이 기초적인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수많은 메르스 환자를 치료해 온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등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관계자는 "환자 수가 많아 의사와 간호사의 노동 강도가 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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