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농 씨 소개서

[귀농통문] 귀농자 5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나귀농 씨 소개서'는 농촌진흥청 연구사업(세부과제 이름 : 귀농·귀촌 유형별 정착실태 및 지역사회 역할 확대 방안 연구, 세부과제 번호 PJ009983)을 진행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게 조사 요청을 받아 (사)전국귀농운동본부의 귀농학교 수료자 1908명 중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555명을 대상으로 2014년 11월 24일부터 2014년 12월 28일까지 우편조사를 한 결과, 그중 185명이 응답(유효 응답률 33.3%)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편집자.

내 이름은 '나귀농'으로 올해 50세 말띠 남자다(1). 서울에서 태어나고(2), 대학교까지 나왔지만(3), 전북 진안으로(4) 귀농하기 전까지는 경기도 안양에 살면서(5) 평범한 직장을 다녔지.

나귀농 씨의 귀농 과정

▲ 귀농·귀촌 준비 기간
9년 전 40대 초반에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생태귀농학교를 수료하고, 2년 동안 귀농 준비를 하고 귀농했는데(6), 최근에 귀농한 이웃일수록 오래 준비하고 내려오더군. 그리고 나는 가족과 함께 귀농했는데, 가장이 먼저 귀농해서 터전을 마련하면 가족이 내려오는 경우도 꽤 있어(7).

내가 귀농한 까닭이야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생태적 삶을 위해서'야. 물론 월급 받아가며, 의미 없는 삶 속에서 소모품으로 전락되는 '도시생활에 대한 회의'도 많이 들었지. 귀농 준비 기간 동안 먼저 귀농한 선배 집에서 농사일을 해보니, 농사일이 좋기도 했는데, 나보다 나이 드신 분들은 '조용한 전원생활'을 꼽는 분들도 많아. 그러다 보니, 귀농해서 살 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자연환경이고, 농사 여건도 고려했지(8).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젊은 친구들은 물론 자녀 교육도 중요하다고 하더군. 아무튼 귀농 이유가 이러하니, 농촌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생태적이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신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 물론 안정적인 소득과 가족과의 관계, 농촌에 대한 이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9).

내가 귀농할 때 가장 어려웠던 건 귀농할 자금이었어. 도시에서 빠듯하게 전세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았는데, 농지가 이렇게 비싼 줄 몰랐거든. 아무튼 서울에서 가깝고 농사지을 만한 땅이면 살 엄두를 낼 수 없어서 결국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지(10).

▲ 귀농·귀촌 이유(복수 응답)

나귀농 씨의 경제활동


귀농 7년 차인 우리 식구는 농사로 먹고살지만, 농번기일 때 생활비를 보태려고 가끔 일이 필요할 곳에 품을 팔러 가기도 해. 주로 짓는 농산물은 쌀과 채소류인데, 과수나 특용작물, 축산으로 소득을 올리는 귀농인도 많아(11). 우리 집은 논 1000평과 밭 1000평정도 농사를 짓는데(12), 앞으로 농사 규모를 늘릴지는 모르겠어(13). 생태적으로 농사지으려고 하니, 더 이상 늘리는 것은 힘에 부치더라구.

▲ 경제활동 분야
작년에 농사일로 번 돈은 1500만 원 정도야. 이 정도면 귀농 초년생들이나 젊은 친구들에 견주어 농사로 벌어들인 돈은 많은 편으로, 귀농했는데도 농사일로 한 푼도 벌지 못한 친구들이 꽤 되더라고(14).

물론 농사일 외에 자기 전문 분야를 활용해서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귀농한 지 오래된 이웃일수록 농산물 가공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나도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해서 팔아볼까 생각중이야(15). 이렇게 가공과 판매까지 고려하는 까닭은 농사일과 품으로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지(16). 그런데 가공과 판매를 하려면, 위생법 때문에 시설이 필요한데, 그럴 만 한 돈이 없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지(17). 정부는 대규모 시설자금만 빌려주지 말고, 나 같은 생산자가 소규모로 가공해서 팔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정말 절실하다니까.

▲ 농업 외 소득 활동 (단위 : %)

▲ 지난 1년 동안 가구 소득
내가 생활비 때문에 농사일 외에 품을 팔았다고 그랬잖아. 집사람도 가끔 나가서 일하는데, 작년 우리 집 소득이 2500만 원 정도야. 귀농한 지 꽤 돼서 귀농 전에 우리 가족이 번 돈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지금 내 나이의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랑 비교하면, 반도 안 되는 금액이지(18). 하지만 도시 친구들 가끔 만나 소주 한잔 하면서 하소연하는 거 들어보면, 실제 생활비는 나랑 비슷한 것에 위안을 삼아. 그 친구들 이야기가 한 달에 600만 원을 벌어도 200만 원은 사교육비에, 200만 원은 아파트 대출 원리금과 이자 상환에 쓴다고 해. 여기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교육비도 안 들고, 우리 가족이 살 집은 재작년에 손수 지어서 그럭저럭 마련했으니(19), 한 달에 200만 원 생활비는 나랑 같잖아. 이런 것 보면, 세상은 참 재밌는 것 같아.

나귀농 씨의 지역사회 활동


▲ 귀농 후 주민과 갈등 요인(복수 응답)
내가 귀농한 마을의 구성원을 보면, 원래 살던 주민이 30여 가구 정도이고, 귀농한 가구가 10가구 정도 돼. 농사일을 하다 보니, 마을 주민과 거의 날마다 인사하고 살지(20). 지난 몇 년 사이에 귀농한 이웃이 두 배 정도 늘었는데, 사실 내가 귀농했을 때만 해도 이 마을에 귀농한 가족이 하나였고, 다음으로 우리 가족이었는데, 귀농 초반에는 마을 주민과 이런저런 갈등이 꽤 많았지. 내려와서 빌린 밭에 제초제와 농약을 안치고 농사지으니, 옆 밭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가 우리 밭의 잡초 씨와 벌레가 당신 밭으로 다 오니 제발 제초제와 농약 좀 치라고 하는데도 내가 약을 안치니까, 손수 약을 쳐주시기도 하고. 나도 그분들에 대한 이해도 없이 약 쳤다고 버럭 화내기도 하고 그랬지.

요즘은 귀농한 이웃이 많아지고,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어서 그런지 마을 주민들과 갈등은 거의 없어(21). 바쁜 일만 없으면, 마을 행사나 회의에는 꼬박꼬박 참석하고, 그 외 귀농인 모임이나, 농민회 모임도 나가고 있어. 앞으로 시간 여유가 생기면, 내가 배운 것으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기여하고 싶어(22).

나귀농 씨의 귀농 평가


▲ 귀농·귀촌 평가
내 나름대로 나의 귀농을 평가하자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해. 귀농해서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고, 이웃 주민들과도 사이도 좋아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귀농한 이유와 신념인 '생태적 가치'를 잘 지켜냈기 때문이지. 여기엔 가족들의 이해도 한 몫 했다고 봐.

농촌의 삶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도시에서 월급쟁이로 간신히 버티고 사는 친구들이나, 한창 일할 나이에 명예퇴직 당한 친구들을 보면, 앞으로 다시 도시로 갈 생각은 없어. 내 주위에 자리 잡은 귀농 이웃들도 거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군(23). 귀농했다가 간혹 다시 돌아가는 근처 마을의 이웃이 있긴 했는데, 경제적인 이유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더라구(24).

이것으로 귀농 7년 차인 나에 대한 소개를 마칠까 해. 귀농한 사람치고, 워낙 평균적이고, 글재주도 없는 편이라 재미없었겠지만,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아무튼 전국에 귀농인들, 우리 땅에서 자란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들 때문에 힘들더라도 힘내라고. 언젠가는 생태적으로 농사지으며, 노령화하는 농촌 마을을 살려내는 우리들을 알아줄 날이 올 테니 말이야.

▲ 귀농·귀촌 평가 성취 분야(단위 : %)

아참,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우편조사를 한다고 하던데, 작년에 조사에 참여했던 귀농 식구들은 꼭 참여해주길 부탁해. 지난해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장기 조사를 한다고 하니, 우리네 살림살이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는 것도 무척 소중할 것 같아.

(1) 연령대별로 41~50세가 49.7%, 51~60세가 33.5%, 61세 이상이 8.6%, 40세 이하가 8.1%였음.

(2) 귀농·귀촌 유형을 조사한 결과 '농촌 출신 고향 귀농'이 12.5%, '농촌 출신 타지역 귀농'이 30.4%, '도시 출신 귀농'이 54.9%였음.


(3) 전체 응답자 중 남성이 78.4%였고, 학력별로는 대졸이 64.3%, 고졸이 14.6%, 전문대졸이 9.7%, 대학원졸 이상이 10.3%, 중졸 이하가 1.0%였음.


(4) 현재 경상권 거주자가 31.0%, 전라권 거주자가 31.0%, 충청권 거주자가 19.6%, 경기·강원권 거주자가 18.5%로 전국 평균에 비해 전라, 경상권으로 귀농·귀촌한 이들이 많았음.

(5) 귀농 전 서울·경기권 거주자가 82.1%, 경상권 거주자가 8.7%, 전라권 거주자가 6.5%, 충청권 거주자가 3.3%였음.

(6) 귀농·귀촌 연도별로는 2008년 이전이 56.8%, 2009~2010년 21.1%, 2011~2012년 16.8%, 2013~2014년 5.4%였음.

(7) 귀농·귀촌 시 가족 이주 여부를 조사한 결과 '가족 전원이 함께 이주'가 64.9%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가장이 먼저 이주 후 나중에 가족 합류'가 21.6%, '가장이 혼자 이주했고 지금도 혼자 생활'이 10.3%, '지인과 함께 이주'가 1.6%였음.

(8) 현 거주지를 귀농·귀촌지로 선택한 동기를 조사한 결과 '타 지역에 비해 자연환경이 좋아서'가 49.8%로 가장 많고, '농사 여건이 좋아서'가 25.7%, '연고가 있어서'가 24.0%, '주거 확보가 용이해서'가 21.8% 순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 주요 특성과 살 지역의 선택 사이에 특별한 관계성은 없으나, 귀농·귀촌 시기가 오래될수록, 그리고 학교를 보내고 있는 연령대인 41~50세, 도시 출신 귀농인에서 '자녀 교육'으로 응답한 비율이 높았음.

(9) 귀농·귀촌 정착과정의 중요 요인 조사 결과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이 68.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경제적인 여유 자금과 안정적 소득'이 40.0%, '가족과의 관계'가 29.7%, '농촌사회와 농촌주민에 대한 사전 이해와 교육'이 29.2%였음

(10) 귀농·귀촌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여유 자금 부족'이 45.0%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농지 구입의 어려움'이 30.3%, '주거문제'와 '생활환경 불편'이 19.2%, '영농기술 습득의 어려움'이 15.2%로 나타남

(11) 영농 종사자에 한하여 판매액이 가장 많은 품목(주력품목)을 조사한 결과 '과수'가 27.0%로 가장 많았고, '쌀 식량작물'이 23.8%, '채소 산나물'이 16.7%, '특용작물'이 14.3%, 축산은 6.3%였음.

(12) 평균 720평의 논과 997평의 밭에서 농사짓고 있었으며, 과수원의 경우 1300평 정도임.

(13) 향후 영농 규모 확대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혀 아니다'가 40.7%, '아직 모르겠다'가 25.2%, '늘릴 계획이다'가 34.1%였음.

(14) 연간 농산물 판매액 규모를 조사한 결과 '거의 없음'이 18.8%, 300만 원 미만이 12.0%, 300만∼1000만 원 미만이 22.6%, 1000만∼2000만 원이 16.5%, 2000만~5000만 원 미만이 21.1%, 그 이상이 9.0%로, 53.4%가 1000만 원 이하의 농산물 소득을 올렸으며, 가구원 전체 소득 중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농업소득 없음'이 30.8%였고, '10% 미만'이 20.5%, '10~25%'가 7.6%로 가장 낮았으며, '75% 이상'이 19.5%였음.

(15) 하고 싶은 경제활동을 조사한 결과 '농산물(가공식품) 가공과 판매(직거래 온라인 판매 등)'가 58.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농촌관광사업(주말농장, 민박 등)'이 53.3%, '농업에 종사'가 29.7%, '하고 싶지 않음'이 14.3% 등으로 나타났음.

(16) 경제활동을 하려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소득이 적어서'가 33.3%로 가장 많았고, '내가 가진 재능(장점)을 활용하고 싶어서'가 32.7%, '농사일이 좋아서'가 20.4%로 나타남.

(17)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자본금 부족(토지 확보 어려움 포함)'이 45.4%로 가장 많았고, '내 능력(지식/기술) 부족'이 26.4%, '일을 해볼 기회나 관련 정보 부족'이 25.4%, '시간이 없음'이 21.3%였음.

(18) 귀농·귀촌 후 소득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감소했다는 응답이 69.7%('크게 감소'가 45.4%, '조금 감소'가 24.3%), '큰 변화 없음'이 168%, 증가했다는 13.5%('조금 증가'가 8.6%, '크게 증가'가 4.9%)였음.

(19) 조사 결과 78.9%가 자기 집에 살고 있으며, 전세·월세 들이 그 외를 차지하고 있음.

(20) 마을 주민들과의 왕래 빈도를 조사한 결과 '매일'이 31.1%, '주 1회 이상'이 38.3%, '월 1회 이상'이 17.5%, '연 3~4차례'가 8.2%, '거의 왕래 안 함'이 4.9%로 농촌 특성상 대부분이 마을 주민과 잦은 왕래가 있었음.

(21) 지역사회활동 참여 경험을 조사한 결과 '마을 행사나 회의'에 82.2%가 참여하고 있으며, 그다음으로 '농업인 교육', '귀농·귀촌인 모임'이나 '여가문화활동 모임'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참여 장애요인을 조사한 결과 '바빠서 시간이 없음'이 59.5%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참여 관련 기회나 관련 정보 부족'이 53.3%이고, '인맥(네트워크) 부족'이 31.9% 들로 나타남.

(22) 마을 지역발전을 위한 기여 가능한 분야 조사 결과 '교육 분야(멘토링, 상담, 학교 등)'가 47.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저소득층 지원과 사회복지 분야 봉사'가 30.0%, '문화예술 분야'가 28.3%, '정보화 분야'가 22.6%, '기능기술 분야'가 21.2% 등으로 조사됨.

(23) 도시 이주 의향을 조사한 결과 '없다'는 응답이 89.8%('전혀 없다'가 62.2%, '거의 없다'가 27.6%)였고, '아직 모르겠다'가 4.9%, '있다'는 5.4%로 거의 대부분 이주 의향이 없었음.

(24) 도시 이주 의향자 중 이주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응답자가 54.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그 이유로 경제적 이유, 생활 편의시설의 미비, 기타로 응답한 이들이 각각 3명, 4명, 3명이었음.


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5년 7월 현재 74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 전국귀농운동본부 바로가기)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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