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부패 척결, 1인 독재로의 회귀?

[차이나 프리즘] 시진핑 권력 집중 vs. 최고 책임자 역할

위기에 대처하는 시진핑의 자세

최근 '국가 위기 관리', '위기 대응 능력', '위기 관리 컨트롤 타워' 등과 같은 말을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리더십의 진면목은 평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발휘되는 리더십은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개혁 정치는 중국공산당의 위기인식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은 크게 두 가지를 달성하고자 한다. 첫째는 깨끗한 권력을 만들어 중국공산당의 정당성을 제고하는 것이요, 둘째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자신이 국정을 직접 챙김으로써 정책 조정 능력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깨끗하지 못하고 무능한 정권은 언제든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고, 공포의 동원이나 언로의 차단 등 무슨 수를 쓰더라도 민심을 떠난 정권은 여지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시진핑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시진핑은 '깨끗한 권력 만들기(정풍 운동)', 부정 부패 척결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당과 정부 관료들의 권력 남용과 부정 부패가 아니더라도 민심 이반 요인은 너무나 많은 중국이다. 특히 빈부 격차와 도농 격차의 심화로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이미 0.5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분배 시스템이나 사회 안전망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중국 재정 지출은 매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회 보장이나 의료에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행정에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재정 지출 증가가 오히려 소득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현재의 삶도 고달프지만 미래의 삶 역시 불안하기만 하다. 중국공산당에 대한 믿음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중국공산당과 '중국적 사회주의'의 위기인 것이다.

반부패를 통한 통치 정당성 확보

시진핑은 위기에 당면하여 2013년 6월부터 중국공산당 내 잘못된 부분을 손대기 시작했다. 공직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4대 풍조(四風)'인 관료주의, 형식주의, 향락주의, 사치 등을 척결하고 공직 사회 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다. 중국공산당 자체 조사에 따르면 약 8000만 명의 중국공산당 당원들이 이 운동에 동원되었다고 한다. 거의 모든 당원들이 당의 정화하고 당의 건전한 풍조를 조성하는데 참여한 것이다.

이러한 정풍 운동과 함께 시진핑이 빼 든 또 하나의 카드가 반부패이다. "부패와 관련된 인사들은 호랑이든 파리든 가리지 않고 같이 잡아라! 권력을 제도의 새장 속으로 집어넣어라!"고 지시한 후, 저우융캉(周永康), 쉬차이허우(徐才厚), 링지화(令計劃) 등 68명의 '호랑이(老虎)'를 잡아 30명을 범죄 혐의로 처벌했다. 여기에는 전·현직 최고위 정치 지도자 다수가 포함되었다. 중국에서는 전직이든 현직이든 중국공산당 정치국상무위원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시진핑은 이를 과감히 깨뜨렸다. 그만큼 현 중국지도부가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중국 관영 CCTV가 지난 11일 공개한 저우융캉 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재판 모습. 저우 전 서기는 이 재판에서 뇌물 수수, 직권 남용, 국가 기밀 유출 등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CCTV=AP

시진핑 정권의 반부패는 과거와 다른 특징을 띤다. 먼저 그 범위가 상하 구별 없이 전방위적이며, 부패에 접근하는 절차가 상당히 체계적이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속적이라는 점이다. 당과 국가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공직 사회의 기율을 담당하는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주요 권력기관에까지 설치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공직 사회에 대한 일상적인 반부패 감시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부패는 중국공산당의 정당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다. 시진핑은 아마도 임기 내내 부패 척결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약화되고 있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통치 기반을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정책 조정 능력의 강화를 통한 통합적 리더십 행사

시진핑 개혁 정치의 두 번째 목표는 정책 조정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은 다수의 최고위 정치 엘리트가 당과 국가를 운영하는 집단 지도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권력 집중을 방지하고 집단적 지혜를 발휘한다는 집단 지도 체제가 어느새 변질되기 시작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집단 지도의 한 축을 담당해 오던 엘리트들이 자신이 담당한 영역에서 마치 '봉건 영주'와 같이 행세하기 시작하였다. 국정 운영과 관련해 영역 간 정보 교환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책의 통일적 리더십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시진핑은 국정 운영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집단 지도 체제가 드러낸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권력 집중 방지라는 권력적 차원에서의 집단 지도 체제는 그대로 운영하지만 정책적 차원에서의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 것이다.

대표적인 국정 운영 시스템 개혁 조치는 '중앙전면심화개혁 영도소조(中央全面深化改革領導小組)'와 '국가안전위원회(國家安全委員會)'를 설립하여 개혁 정책의 통합과 조정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종 정책 영역에서의 영도소조의 조장을 자신이 맡아 주요 정책 영역 간, 이슈 간 정보 교환과 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했다. 중국공산당 내에 설치된 영도소조는 일상적인 업무나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이나 여러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 당의 최고위 지도자들이 이를 협의하는 기구이다.

최근 신설된 정책 기구의 장을 시진핑 자신이 직접 맡는 경우가 많다. 이를 두고 "시진핑 일인에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평가와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이 마치 "1인 지배 체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들은 대단히 논쟁적이다. 그런데 이를 당내 권력 투쟁과 굳이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부패 척결 과정에서도 보듯 시진핑은 이미 정국을 주도하고 통제할 만큼의 충분한 합의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권력은 당 지도부 다수의 동의와 합의에 기초하지 않았다면 실행할 수도 없고 이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진핑 정권이 출범 이후 추진해 왔던 개혁 정치의 내용을 보면 제도적 측면에서 집단 지도 체제를 훼손하거나 다른 지도 체제로의 제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진핑 개혁 정치의 방향은 집단 지도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국정 운영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고, 지도부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통합적 정책 리더십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어떻게 정책의 통합과 조정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외부에서 파악이 가능한 현재 중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영도소조의 '조장과 부조장' 연결망 그래프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시진핑 체제의 영도소조 조장-부조장 연결망 ⓒ서상민

최근 진행되고 있는 시진핑의 '권력 집중'과 관한 논의는 대부분 시진핑이 신설된 기구나 영도소조 조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과연 그런가? 이를 논의하기에 앞서 당과 국정을 책임 있고 있는 최고 지도자가 신설된 위원회와 영도소조의 수장 자리를 맡는다는 것이 합의된 합법적 절차인가, 그렇지 않으면 개인의 독단에 의한 결정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런 후 권력의 독점과 집중을 논해야 현재의 시진핑 정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 체제의 위원회와 영도소조의 조장-부조장 연결망을 보면, 시진핑은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다른 위원회나 영도소조들 간 정보나 소통에 있어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보를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 또한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네트워크 상에서 시진핑이 빠지게 되면 전체 연결망의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시진핑은 조직과 조직 간 네트워크를 유지하는데 있어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집단 지도 체제의 약점으로 지적된 정책과 정책 간, 조직과 조직 간 통합과 소통을 보완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시진핑 정권의 국정 운영 시스템이 개혁 조치이며, 당과 국가의 최고 책임자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몸집은 거대해졌지만 이른바 'G2 시대'에 합당한 건강한 체력을 갖췄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 40여 년 수많은 문제들이 풀리지 않은 채 층층이 쌓여만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서 중국은 세계 강대국으로 건강하고 당당하게 국제 사회에 나설 수 없을 것이다.

시진핑의 개혁 정치는 전환점에서 맞이한 위기를 대하는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것은 자신의 권력을 깨끗하게 하고, 정책 조정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돌아서고 있는 민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깨끗하고 유능한 정치를 바라는 것은 비단 중국뿐만은 아닐 것이다.

(서상민 교수는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에서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서도 '차이나 프리즘'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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