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는 26일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메르스 사태) 무능에 대한 책임 면피용이자, 국민적 질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치졸한 정치이벤트"로 규정하면서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정쟁을 부추기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공격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정치가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함에도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것과 완전히 대구(對句)를 이룬다. (☞관련 기사 : 박근혜 '거부권' 행사 국무회의 발언 전문)
문 대표는 "메르스로 서른 한 명의 아까운 목숨이 우리 곁을 떠났고 대통령은 그 가족들을 위해 아무런 위로와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 한 달, 국민이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 곁에 없었다"고 비난했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완벽하게 실패했다"면서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가 현실을 바로잡는 출발점"이라고 요구했다.
문 대표는 이어 "대통령은 메르스와 가뭄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외면한 채 한국 정치를 악성 전염병에 감염시켜버렸다"며 "대통령의 의회 능멸이 도를 넘었다"고 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관련 기사 : 朴대통령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
문 대표는 "물론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부득이하게 거부권 행사를 하게 되는 경우 예의바르고 정중해야 한다. '위헌 소지가 있으니 다시 검토해 주십시오'라는 것이 대통령이 취해야 할 태도"라면서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는 대신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했다. '배신'이니 '심판'이니 온갖 거친 단어를 다 동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국회를 해산해버리고 싶다는 태도였다"고 비판했다.
이후 문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가의 위기를 초래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며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박 대통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재인의 박근혜 반박(1) : "法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마음대로? 독재적 발상"
문 대표는 먼저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서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했다.
문 대표는 "헌법 아래 법률이 있고, 법률 아래에 시행령이 있다. 국회법을 개정한 이유는 이런 헌정질서를 분명히 하기 위해"라며 "법률을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행정 독재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상위법을 무력화시킨 사례는 너무 많고 그 결과는 참담하다"며 4대강, 누리과정 등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시켜 버렸고, 그 결과는 환경재앙과 국민혈세 22조 낭비였다"고 말하고, "박근혜 정부는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시행령을 개정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가책임을 교육청으로 떠넘겼다. 그 결과 보육대란이 연속 발생하고 학부모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의 박근혜 반박(2) : "국회가 法 안 통과시켜줘 경제 어려워? 거짓말!"
다음으로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정부가 애써 마련해서 시급히 실행하고자 하는 일자리 법안들과 경제 살리기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3년째 발이 묶여 있다. 언제까지 이런 법들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서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냐"고 한 부분을 반박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은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정부의 무능을 국회와 야당에게 뒤집어 씌웠다"며 "대통령은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경제가 어렵다'고 국회 탓을 하지만 이는 국민을 속이는 끔찍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이 소위 '경제 활성화법'으로 제안한 법안이 대략 30개인데, 이 중 21개는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2개는 곧 처리를 앞두고 있다. 2개는 정부·여당 내부 이견으로 처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5개 법안에 대해 그는 "교육환경 훼손과 재벌 특혜, 의료 영리화를 목적으로 하는 반(反)민생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학교 앞에 호텔 짓는 것이 '민생 법안'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오히려 우리 당은 민생과 경제를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이 교착돼 무산될 위기에 있을 때 공무원들을 직접 설득해 결국 양보를 받아내고 합의 처리를 이끌어낸 것도 우리 당이고, 메르스 대책을 주도적으로 제시하고 맞춤형 추경 편성에 대한 입장을 먼저 내놓은 것도 우리 당"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행정부에 무릎 꿇고 '굴복 선언'"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그는 날을 세웠다. 문 대표는 전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자동 폐기시키기로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자신들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자기 배반이자 '청와대 굴복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여야 합의사항을 뒤엎고, 국회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면서 대통령의 뜻에만 따르겠다면,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며 "새누리당은 입법부의 권능을 포기하고 행정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앞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국회가 유신시대 유정회가 아니지 않나"라며 "새누리당은 대통령 협박에 굴종한 듯 보인다"고 여당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구원의 길, 빠져나올 길은 새누리당에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야는 이날 낮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고 박수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특별법에 위반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것을 조금 개정해 보자는 국회의 뜻을 담은 내용이었다"며 "'처리한다'는 규정이 '의무'라는 해석이 짙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것을 확인해 달라고 한 국회의장 중재안은 어찌 보면 야당의 자존심을 꺾고 마련해 드린 것이고, 그것을 보면 강제력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담긴 시행령 수정 '요청'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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