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화르르'…새누리 내분 점입가경

김무성 "정치 공방 자제" vs. 서청원 "오해 살 말 하지 말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당 지도부 내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이번 주 내내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에게 각을 세워온 서청원·김태호 최고위원 등은,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대표를 향해 날선 공격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 이들의 공격은 김 대표의 '여야 비방 공세 자제' 발언을 '당내 정치 공방 자제'로 알아들은 데 따른 반발 성격이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말을 '오해'한 것이라고 회의 도중 설명했으나 소용없었다. 두 최고위원은 아랑곳없이 김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날 "이처럼 위중한 시기에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공방에 몰두한다면 정치가 설 자리를 잃지 않겠는가"라면서 "특히 정치권이 도의에 어긋난 말로 서로 비방하는 것은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불신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메르스로 국민 걱정 이만저만이 아닌 시점"이라면서 "이번 사태 해결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부터 메르스가 진정되는 시기까지 여야 간 서로 상호 비방이나 정치 공세를 자제할 것을 제의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발끈' 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포문을 연 뒤 "아무리 대표를 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은 전부 당에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이고 본인은 아무 잘못 없다고 나무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에 '오해'라고 말했지만 서 최고위원은 굽히지 않고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앞으로 오해할 얘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다시 드린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의 뒤를 이어선 이번엔 김태호 최고위원이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친박계로 분류되지는 않으나 이번 국회법 개정안 이후엔 줄곧 당 원내지도부는 비판하는 대열에 서 왔다. 김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29일 본회의에선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김 대표의 해명이 있었지만 그만큼 우리 당이 말투 하나에도 다른 뜻이 있다고 들을 정도로 골이 있다(깊다)는 것"이라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는 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해소하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말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날 저녁에 설령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국회법 개정안만은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확인해줬다"면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그건 잘못된 보도라고 지적했다. 이제 진실게임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기본적인 (당·청) 조율도 거치지 않고 이런 갈등을 유발했다는 것은 ABC도 제대로 파악 못 한 것"이라면서 "메르스 비상 상황에 당에서 요구하는 당·정·청 회의를 청와대가 사실상 '보이콧'했다. 이는 청와대가 유승민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저는 해석한다"고도 했다.

이들의 공방은 회의가 끝난 후에도 장외에서 계속됐다.

김 대표는 회의 장소에서 나와 취재진에게 "(자신이 한 말을) 다시 읽어보면"이라고 웃으며 말한 후 "여야 간에 그런 정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서로 메르스가 진정될 때까지 공방을 벌이지 말자 그 제안을 한 거"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은 마찬가지로 기자들을 만나서 "어쨌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제된 말을 써서 오해할 수 있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김 대표가 오해할 만한 빌미를 먼저 제공했다는 취지의 반박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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