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친박 겨냥 '수준 낮은 정치' 호통

靑 향해 "메르스 뒷전, 갈등이나 일으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당-청 갈등을 '수준 낮은 정치'라고 꼬집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국민적 우려가 큰 때에 국회법 개정안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해서는 안 된단 지적이다.

이 의원은 3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지금이야말로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 메르스에 대해 종합적으로 해결할 시기인데, 청와대가 앞장서 정쟁을 유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싸우다가도 국가 중대 사태가 터지면 즉각 중단하고 '메르스부터 해결하자'고 해야지, 메르스는 뒷전에 놓고 당-청 간 내분이나 일으키고 이 정부가 생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은 이어 "그럼에도 정말 안 하고는 못 참을 말이 있으면 (당) 지도부를 불러다가 당-정-청 회의를 해서 '이래서 서운하다 다음부턴 잘하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게 옳다"면서 " 연일 언론에 당-정 협의를 할 필요 없다느니 이러면, 이것은 정부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차원의 시정 조치 요구 권한을 높인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영국 의회는 행정 명령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독일은 양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미국은 아예 행정 입법이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하면 60일 전에 양원 합동으로 불신임 결의를 한다. 선진국이 그렇다"고도 우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국회가 모법을 만들었는데 행정 입법이라는 이유로 모법 정신을 훼손하고 왜곡하면 법 주체인 국회가 '잘못됐다, 고쳐라' 당연히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제가 아는 상식과 지식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박계와 청와대가 합의 총책임자인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비판의 메시지를 쏟아내는 방식 또한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법 개정안을) 80% 이상 찬성해 통과시켰다"면서 "사후에 위헌이라는 견해가 나오면 의원총회 소집 요구를 하거나 절차를 밟아서 문제를 제기하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란 실리를 얻고 야당에 국회법 개정안이란 명분을 준 것이라고도 협상 결과를 평가했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실제 정치에서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단 주장이다.

그는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5월 중에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게 이 정부 최대 업적"이라면서 "제가 알기로는 청와대도 5월 중으로 통과시키라고 이야기했다. 김무성 대표도 책임지고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나. 그럼 여당이 얻어야할 실리는 뭐냐, 공무원연금법 기한 내 통과"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야당은 여당이 통과시키는데 그냥 따라오나. 우리가 국회법 개정안 통과라는 실리를 얻었으면 야당도 동의할 명분, 그게 국회법 아니냐"라면서 "국회법은 명분일 뿐이지 그게 무슨 실리가 있나. 조문을 아무리 들여댜 봐도 (개정 이전과) 뭐가 그리 차이가 나나"라고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야당에 명분을 주고 여당은 기한 내 통과란 실리를 갖고 그렇게 해서 통과시켰는데, '그거 참 수고했다, 잘했다' 할 일"이라면서 "잘못되고 서운한 일 있으면 조용히 불러다가 할 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거, 우리 정치의 수준이 그런 거다"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날 유 원내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던 최고위원들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을 원내대표 단독으로 처리했나. 최고위원회 추인 안 했나. 전권을 원내대표 위임 안 했나"라고 따져물은 후 "공무원연금을 기한 내 한거 수고했다 이렇게 지도부를 격려하는 것이 최고위원이지, 무슨 최고위원회의를 열어서 특정 당직자를 향해 성토를 하거나 무슨 그만두라고 하거나"라고 했다.

"이게 왜 원내대표 혼자만의 책임?…당-청 협의 재개해야"

이 의원을 이어 당의 중진인 정병국 의원도 "이게 왜 원내대표 혼자만의 책임인지 되묻고 싶다"는 말로 당내 친박계 의원들과 청와대를 차갑게 비판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 이후 일련의 사태가 문제라면 우리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면서 "당 지도부라고 하는 최고위원회에서 책임 공방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여야 합의로 87%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시킨거 아니냐"면서 "그 이후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해 논의해야지, 여기에서 '나는 책임이 없다' '나는 반대했으니 내 책임 아니다' 이런 무책임이 어딨있나. 최고위원은 일반 의원이 아니지 않나,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고 성토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또 "이런 부분이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청와대에서 '당청 간 협의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는데, 결별하자는 건가.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나"라고도 말했다.

그는 전날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법제처장이 나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의견을 밝히고 간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었다.

정 의원은 "언론에서는 계파 간 모임으로 규정짓는 한 모임에 정부의 법제처장이 민감한 시기에 나와서 그런 자리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 옳습니까? 그건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 문제에 국민적 불안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면 당장 오늘이라도 당·청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중진의 이 같은 호통에도 그러나 김태호 최고위원과 이인제 최고위원, 이정현 최고위원들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협상 결과의 책임을 유 원내대표에게 오롯이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최고위원은 "정병국 의원 말씀에 공감도 합니다만 여러 가지 협의 과정에서 올바른 정보가 공유되지 못했다면 그 부분은 문제삼을 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이 최고위원도 "우린(최고위원) 잘 몰랐다. 신문에도 나왔던데 연금 개혁안이 안되더라도 국회법 개정은 할 수 없다가 청와대의 뜻이 전달됐다고 한다. 그러면 6월 1일에 못하더라도 좀 늦춰서 전략적인 조율을 마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좋으니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말아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저하고 통화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그에 대해서 제가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만, 그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사전에 청와대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청 소통을 안 하겠다'고 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대해선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엔 '강제성'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통과시켜준 것이라고 말한 후 "우리 원내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을 위해 주어진 악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면서 유 원내대표를 두둔했다. 이어 그는 "우리 당에 친박·비박은 없다"면서 "지금 당이 하나가 되는 모습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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