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몸과 마음이 분주해 좀처럼 아침상을 차리기가 어렵다. 길거리 토스트나 편의점 주먹밥처럼 허기만 채울 뿐 먹을수록 왠지 건강에 해로운 기분이 드는 음식을 사 먹기도 질렸다면, 안태호·이현미·남민화·신은지 씨에게 한 수 배워 보자. 간편하면서도 제법 괜찮은 아침밥상.
■ 간편한 게 갑, 약식 만세!
밥보다 잠. 불야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은 진리다. 5분 더 잘 수 있다면 씻는 것도 포기할 정도니. 더군다나 나는 한 시간 반짜리 장거리 통근자 아닌가! 이런 나를 측은히 여긴 동거인은 언젠가부터 간단한 아침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아침밥과 멀어져 있던 몸은 까다로웠다. 국과 밥에서 시작해 빵, 샐러드, 수프 그리고 유행처럼 번졌던 해독주스까지 여러 음식을 섭렵했다. 어떤 것은 준비하는 데 불편했고, 어떤 것은 몇 번 먹으니 쉽게 질렸다.
그렇게 이것저것 배와 입을 거쳐 간 후 얻은 결론이 간편하고 영양 만점인 약식이다. 약식이 선택된 것은 순전히 동거인의 호기심 덕이었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의 <나를 위한 제철 밥상>(판미동 펴냄)을 읽더니 "그래?"라며 혼잣말을 내뱉고는 다음 날 약식을 선보였다. 까다롭게만 보였던 약식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마법과 같았다. 그는 이를 '무심한 약식 만들기'라 이름 지었다.
주말이면 압력솥은 바쁘다. 금요일 저녁을 준비하며 불려 놓은 찹쌀에 밤, 은행 등 견과류를 넣고 밥물은 조선간장과 유기농 설탕, 소금으로 간하여 맞춘다. 물은 찹쌀 높이를 넘지 않고, 불도 압력추가 '픽! 픽!' 하며 크게 움직이기 전에 끄고 뜸을 들이는 것이 밥 짓기와 다르다. 완성된 약식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냉동 보관하고, 전날 밤 꺼내 다음 날 아침에 먹는다.
약식 덕분에 배꼽시계도 더 정확해졌고, 몸과 머리도 상쾌하게 깨어나는 기분이다. 만든 이의 정성까지 매일 섭취하고 있으니 틀림없이 더 건강해졌을 게다. 아침 약식, 만세다.
■ 몸과 마음을 가볍게, 채소샐러드
4년 전 일본 출장을 다녀온 후, 출장 중에 찍은 사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사진 속 나는 심한 병중에 있는 사람처럼 창백하고 얼굴과 손이 많이 부어 있었다. 온몸을 꼼꼼히 거울로 살펴보니, 피부에 생기는 없고 오래된 호빵처럼 푸석푸석한 30대의 여자가 서 있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 이후 하루의 첫 식사만큼은 되도록 가볍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1인 가구인 나는 사실 그동안 물 한 잔만 마시고 허기진 상태로 출근하곤 했는데, 이게 점심때 폭식으로 이어졌다. 아침을 먹되, 배가 불러서 오전을 멍하게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간단하게 방울토마토를 먹어보기로 했다. 좋은 시도였지만 처음엔 한 바구니는 먹어야 먹은 것 같았다. 온갖 자극적인 음식들에 익숙해진 위장은 방울토마토로는 허기가 가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포만감이 큰 상추와 두부를 섞고 간장 몇 방울을 떨어뜨려 샐러드를 만들어 먹게 되었다. 확실히 토마토만 먹는 것보다 포만감도 크고 제대로 식사한 것 같았다. 간혹 과일(요즘엔 귤)을 넣으면 밋밋한 샐러드가 좀 더 다채로워진다. 맥주 안주로 먹던 견과류를 넣어 먹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그래서 내 지금 모습은 어떤지 궁금할 것 같다. 표면적으로 아주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혈색이 좋아지고 손발의 붓기도 줄었다. 배변 활동이 좋아져서인지 거칠었던 피부도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점심과 저녁 식사를 과식하지 않게 되었고, 일상에서 먹는 행위가 좀 더 정돈된 것 같다. 무엇보다 예전보다 기분이 나아졌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출근길에 나선다는 느낌은 없어졌으니까.
■ 밥이 힘!
우리 집에는 '밥돌이' 세 명과 '밥순이' 한 명이 살고 있다. 다들 밥을 좋아해 웬만하면 끼니를 꼭 밥으로 준비한다. 남편도 아이들도 먹는 양이 적든 많든 간에 아침을 꼭 밥으로 먹고 나가는 게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영유아시기를 제외하고 크면서 아픈 적이 거의 없다.
언젠가는 준비하기에 편하고 영양분도 있을 것 같아 아침에 '한살림'에서 나오는 즉석 죽을 주었더니 바로 그날 저녁 아이가 "학교에서 어지러워 집중이 잘 안 되었다. 다음부터는 꼭 밥으로 먹겠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나는 출근 시간이 조금 늦은 편이라 가족들을 먼저 챙기고 남은 반찬을 먹는 경우가 많다. 여하튼 나도 아침밥은 거르지 않는 편이다. 또 시간에 쫓기는 가운데서도 점심 도시락 반찬을 별도로 준비한다.
아침을 빨리 차리기 위해서 압력솥에 밥을 한다. 전기밥솥을 이용할 때보다 빠르고 맛있게 밥이 된다. 김치 기본에 김 구이 하나, 두부나 달걀 같은 가벼운 단백질 반찬 하나 정도를 차린다. 분주한 시간에 차리고 먹을 때는 국을 이용하면 좋다. 콩나물국, 된장국, 미역국 등 예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국이 요즘에는 입맛을 당긴다. 국에 밥을 넣어 한 술 두 술 뜨면 맛도 있고 목에서 잘 넘어간다. 아침을 밥으로 '술술, 냠냠. 후딱, 뚝딱!' 먹는 비법이다.
■ 견과류와 귤, 두유로 뚝딱!
나는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이다. 서울 도심의 원룸에서 홀로 살고 있다. 10년 전, 학교 때문에 살던 곳에서 떠나오면서 '엄마의 아침밥상'과 이별했다.
내 손으로 어떻게든 끼니를 마련해야 하는 '변혁'은 몇 단계 변천을 거쳤다. 엄마표 반찬으로 연명하기, 두유에 시리얼 말아먹기, 밥 대신 잠을 선택하고 그냥 굶기, 잠도 선택하고 먹기도 해야 하니 이동하면서 음료와 시리얼바로 대충 때우기, 프랜차이즈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커피& 도넛'을 사서 출근하기 등을 몇 단계로 거치거나, 이것저것을 번갈아가며 반복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여럿이 함께 살 때 돌아가며 마련한 아침밥상이었고, 그다음은 부지런을 떨어 손수 차린 현미 밥상이었다.
요즘은 '한살림'에서 공급받은 물품으로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는다. 사흘 전에 미리 주문해야만 집으로 받을 수 있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것만 잘하면 매일 아침이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채식하고 있어, 단백질과 지방 섭취에 신경을 쓴다. 동물성 비타민 D3를 안 넣어 매번 찾는 두유, 다소 비싸도 영양 풍부한 견과, 그리고 제철과일은 항상 챙긴다. 그리고 호두감자숙성빵이나 양파베이글, 찐빵과 같은 우유·버터·달걀이 들어가지 않는 빵을 주문한다. 겨울엔 특히 찐빵이 매력적인데, 그중 쑥향이 폴폴 나는 쑥찐빵이 맛있다. 이렇게 매일 15분의 여유만 있으면 아침밥을 굶지 않는다. 이런 간편식이나마 아침을 먹지 않으면 오전 내내 생기가 없다. 그러면 점심밥을 '폭풍흡입' 하고, 나른하게 오후를 맞이한다. 삶의 만족도에도 차이가 생긴다.
가끔 아침밥상에 밥을 올리기도 한다. 조금 일찍 일어나 손을 놀리는 것은 수고스러워도 나 자신을 존중하는 듯해 꽤 뿌듯하다. 잠들기 전에 전기압력밥솥에 예약하면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 주는 꿈을 꾼다. "먹고 또 자더라도 일단 아침부터 먹자"고.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