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홍준표 신병 처리 고심…관건은 증거인멸 확인

회유·공천헌금 의혹에 영장 검토 분위기…영장 기각 후폭풍 우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8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신병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통상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2억원을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기준으로만 보면 현직 광역단체장인 홍 지사의 영장 청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한 정치자금법 사건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 지사 측에서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엄모씨가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0)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상대로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안 받은 걸로 해달라"는 등 말맞추기 또는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홍 지사가 직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묵인·방조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홍 지사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증거인멸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중요한 사유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홍 지사가 받은 돈에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윤 전 부사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홍 지사가 받은 돈은 단순한 선거자금이 아니라 '공천헌금'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성 전 회장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쥔 당 대표 유력 후보를 대상으로 일종의 보험을 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천헌금의 경우 뇌물의 성격의 강해 영장 청구 대상이 된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애초 불구속 수사 입장을 견지하던 수사팀 내에서도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조금씩 새어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팀으로서는 영장이 기각됐을 때의 타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리스트 수사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직 도지사가 구속될 경우 행정 공백과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 홍 지사의 자기방어권 문제도 고려 요소다.

검찰 수뇌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영장 청구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영장 청구는 쉽지 않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상 타격은 물론 공소유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홍 지사의 경우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때 법리 외의 다른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사팀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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