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따른 석유·LNG 수급 불안정에 대응해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한 수사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경정예산에서 재생에너지 투자 등에 배정한 예산이 석유 가격 인하 지원액의 6%도 되지 않는 데다, 실효성있는 에너지 수요 감축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다시 찾아온 에너지 위기, 기후-에너지 정책 어떻게 가야 하나' 긴급토론회에서 "말보다 중요한 게 돈"이라며 "그런 점에서 2026년 추경안은 에너지 전환과 기후 대응의 관점에서는 우선순위가 극단적으로 뒤바뀐 추경"이라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의 2026년 추경 예산안 분석 결과,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가격 인하와 관련된 예산은 약 9조 7000억 원이나, 에너지 수요 대책과 신재생에너지 전환엔 5633억 원가량이 배정됐다. 에너지 수요 관리와 전환에 투입되는 예산이 석유 가격 인하 관련 예산의 5.8%밖에 되지 않는다.
석유 가격 조절 관련 예산의 9조 7000억 원 중 약 5조 원은 석유 최고가격제 보상에 투입된다. 국제 유가에 연동돼 석유 가격이 급등할 때, 정부가 지정한 최고가격 이상의 금액은 정부가 정유사에 보조금처럼 지급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4조 7000억 원가량은 유류세 인하, 자동차 개별소비세율 인하 등이 포함된 조세 지출이다. 이는 자가용 등 소유자에게 세금을 덜 걷어 정부가 재정을 지출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 세금으로 정유사를 지원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정유사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지원하는지 등 내용이 전혀 없이 그저 예비비로 5조 원이 증액됐다"며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석유 가격 인하 방식은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는 계층과 업종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라며 "재정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취약계층과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0~60만 원 상당을 지급하는 고유가 지원금엔 4조 8000억 원가량이 책정됐다.
이 연구위원은 "(석유 가격 인하에 책정된) 9조 7000억 원이 고유가 피해지원금 4조 8000억 원보다 훨씬 크다"며 "이번 추경은 취약계층 보호보다도 가격 인하를 통한 (석유) 공급 정책에 더 큰 재정을 배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추경의 취지가 "지방선거가 있을 6월까지 석유 가격 급등을 최고가격 보상으로 막으려는" 데 있는 것 아니냐 물으며 "장기간 급등할 유가를 고려하면, 오는 6월까지 최고가격제 보상액으로 5조 원, 10조 원도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석유 공급 가격 인하는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수단으로 축소하고, 그 재원을 에너지 수요 절감 및 전환 투자로 재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에너지 공급가격 인하보다 에너지 수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에너지 효율 향상, 에너지 절약시설 설치, 대중교통 이용 확대, 전기차 전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화석연료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에 반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엔 재생에너지, 그러나 한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에너지 가격 급등 사태를 겪었음에도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더딘 데 대해 답답함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석유 의존도는 1950년대 이래 지속 줄었으나 2017년부터 줄곧 30% 후반대를 유지했고, 2024년에도 37.6%였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원유 수입량이 2020년 이후 다시 증가했고 중동 의존도 역시 70%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며 "반성과 교훈, 대비책도 없이 몇 년을 허송세월했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위원은 스페인을 비교 사례로 제시했다. 스페인의 태양광 발전 비중은 2020년 8%에서 2025년 21.8%로 대폭 증가했다. 그는 이란 침공 전쟁 직후를 분석한 에너지·전력 연구 기관 엠버(Ember) 보고서를 근거로 "스페인은 가스가 전기 요금에 미친 영향이 15%에 불과했지만, (에너지 전환이 느린) 이탈리아는 89%에 달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캠페이너는 "유럽은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삼았고, 탈탄소화가 결국 최선의 에너지 안보 전략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다"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석탄발전 상한제 완화는 반드시 한시적 조치로 제한돼야 하고, 법적으로 명확하게 종료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캠페이너는 또 "중장기적으로 가스 의존을 낮추는 단계적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며 "정부는 LNG 발전 비중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이용률이 아닌 절대적인 설비용량을 낮춰야 한다. LNG 발전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대체 물량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 확정할 제12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 신규 LNG 발전 건설 중단과 단계적 축소 경로를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와 관련해 "지금과 같은 요금 지원 정책 일변도의 단기적 해법보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집중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단열, 연료전환, 주거환경 개선 등 범부처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가용 소비를 줄이는) 대중교통 중심의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도 실질적인 에너지 수요 감축 대책으로 자가용 사용에서 대중교통 사용을 유도하는 등의 적극적 대응과 전기차와 난방 히트펌프 확대 등 각 산업 부문의 전기화 확대와 에너지 효율 증진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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