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비밀장부 없다"

검찰 '성완종 측근' 첫 소환조사…금품의혹 전반 확인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꼽히는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가 21일 검찰에 출두했다.

박 전 상무는 이날 낮 12시25분께 검찰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해 성 전 회장의 금품제공 의혹이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목격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의혹을 뒷받침할 '비밀장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고 말했고, 금품수수 의혹 당사자로부터 회유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건 없었다"고 언급했다.

또 성 전 회장의 메모('성완종 리스트') 속 인물 외에 다른 인물의 금품수수 의혹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는 성 전 회장과 얘기를 나눈 게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금품의혹과 관련해서 생전에 특별히 한 말은 없었고 성 전 회장이 사망 전날 일부 임원과 변호인을 만나 나눴다는 '대책회의' 역시 영장실질심사를 대비하는 내용 외에는 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족 이야기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2일 이 사건을 파헤칠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이후 9일 만에 처음으로 이 사건에 관해 정식 조사를 받는 첫 참고인이다.

특별수사팀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을 담은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관한 사실 관계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또 성 전 회장이 이달 9일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메모 속 금품 전달 정황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주장을 내놓은 점과 관련해서도 진술을 청취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1997∼1998년 추미애 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비서로 근무하는 등 정치권과 인연이 있고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한 이후 성 전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의 정치 행보를 관리·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8일 오후 박 전 상무, 이용기(43) 수행비서와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전인 7일에는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낸 윤승모(52)씨를 만난 자리에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성 전 회장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2011년 5∼6월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줬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돈 전달'을 맡겼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 7일 윤씨와 만난 자리에서 2011년 당시 돈 전달 상황을 윤씨에게 구체적으로 물으며 장부에 기록해 뒀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박 전 상무는 '금품 메모'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박 전 상무는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기자들이 성 전 회장과 윤씨가 나눈 이야기를 묻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피했다.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진술한 내용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한편 그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박 전 상무의 경기도 고양시 자택의 CCTV를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은 지난 9일을 전후해 박 전 상무의 자택 출입 상황과 방문자 등에 관한 정보를 담은 CCTV 녹화기록 등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박 전 상무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검찰청사에 출석할 예정돼 있었다.

그가 검찰 측과 연락이 끊긴 채 2시간 가까이 나오지 않자 조사를 거부하고 도피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한때 일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상무가 이날 자택에서 검찰 청사로 직행하지 않고 도중에 변호인을 대동하고 오면서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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