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희망' 돋는 이완구의 '말·말·말'

하루 지나면 뒤집히는 총리의 발언 "국민께 송구"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위 공직자, 이완구 국무총리의 '말'이 논란입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에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 내용을 부인 및 반박하기 위해 꺼내놓은 말들이 번번이 '거짓'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그의 호언장담이 대표적입니다. 2013년 4월 재선거를 앞두고 '3000만 원을 비타500 상자에 넣어서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가 보도되면서 이 총리와 망자 사이의 진실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별다른 친분이 없다'는 이 총리의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성완종 다이어리'도 공개됐습니다. 지난 20개월동안 23번이나 이 총리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고 하지요.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과격한 발언도 계속 입길에 오르네요. 국정을 책임지는 공직자로서 결코 적절한 말이 아니란 지적입니다.

이처럼 이완구 총리의 입 하나에 정가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갈수록 곤두서는 상황입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성완종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도 지켜보고 있겠지요. 이에 <프레시안>은 이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 선 사흘째인 15일에 꺼내놓은 '말·말·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날 이 총리가 내뱉은 말들이 훗날 어떻게 해석되고 평가될 지, 독자 여러분도 함께 지켜보시죠.


# 2013년 4월 재보선 후보 당시 이 총리에게 '비타 500' 상자에 현금 3000만 원을 넣어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생전 주장 등에 대해 - "기억이 없다"

"2013년 4월 4일은 재보선 후보 첫 등록 날이었다. 동시에 도지사 재직 시 추진했던 충남도청 준공식을 하는 날이었다. 오후 2시부터 3시 반까지 도청 준공식 행사가 있었다. 홍성은 전 지역구다. 지인이 많이 살고 2009년에 도지사를 사퇴한 후 4년 만에 처음 가보는 도청이었기 때문에 많은 동료들과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부여로 돌아갔다. 말한 대로 그날은 첫 등록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언론인과 40~50분 정도 되는 지인들이 와서 축하하고 취재 경쟁도 벌였다. 그래서 제 기억으로는 누가 왔는지 누구를 만났는 지는 기억을 못 한다."

"(선거 사무실에서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느냐고 재차 물으니) 기억이 없다."

"저도 국회의원이나 국무총리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다. 제가 그런 발언(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14일 대정부질문 답변)할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겠나. 많은 생각 끝에 국민을 상대로 한 말이다. 그런 사실(선거 자금 수수)이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지 단순히 말한 것 아니다."

"(성완종 전 회장과는) 같은 고향 국회 의원으로 1년 2~3개월 동향 의원으로 지낸 것(이 전부다). 같은 의원이니 한 달에 한 두번 (만난 것)은 많은 횟수가 아니다. (성 전 회장과) 친하지 않다는 것은 사사롭게 개인적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청권 의원들은 다 안다. 성 전 의원과 개인적 이야기를 안 나누는 것을 다 안다."

# 검찰 수사에 대한 '기대와 희망' - "동료 의원에게 (성완종을)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정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달라. 앞으로 여러 조사하면 '아하 그랬구나' 할 법한 문제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 앞으로 대단히 광범위 하게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저는 고인과 친하진 않았지만 듣고는 있었다. 예사롭지 않게 생각해 왔고 동료 의원에게도 가끔 조언하곤 했다. 가능하면 조심하는 것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대단히 복잡하게 수사되고 광범위한 측면에서 수사될 것으로 생각한다."

"범인(성 전 회장을 뜻한 것으로 보임)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수사, (이 사건에) 연루된 8명을 중심으로 관련인 소환하다 보면 예컨대 본인(성 전 회장)이 회삿돈을 가지고 어떻게 횡령하고 배임했는지, 어떤 비자금을 만들었는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 여러 가지 나오지 않겠나. 사업 오래 하신 분이다. 그런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 지난 2월 청문회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의 모습. ⓒ연합뉴스

# 성 전 회장에 대한 이완구 총리의 '알듯 모를 듯한' 묘사 - "그 분은 억울하게 당할 분이 아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정말 억울함이 있었다면, 억울하게 당할 분이 아니다. 제가 생각할 땐 억울하게 당할 분이 아니다."

"왜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사람이) 여덟 사람이냐에 저는 주목하고 있다. 이 분은 총리를 비롯해서 한국 정치인과 다 전화할 수 있고 만날 수 있다. 억울한 일 당했다면 자기 억울함 밝힐 능력과 역량 있는데 왜 그랬나(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이해할 수 없다."

"죄송하지만 고인을 잘 아는 분이나 이 자리에 함께한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충청권 국회의원은 안다. 이 분의 성장 과정과 부의 축적 과정을 다 안다. 그런 것이 앞으로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반드시 이것은, 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어떻게 성장했는지 같은 동향에서 함께 커 와서 다 안다. 앞으로 서서히 다 나타날 것이다."

# 2012년 대선 관여 공방 - "연말까지 정상적 몰골이 아니었다"

(선거 관여 정말 안했느냐는 질문에)
"제가 2012년 1월16일 병원에 입원했다. 그 후 연말까지 제 몰골을 보면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그런 모습이었다."

"2012년 법정선거운동 기간에 유세장에 3~4차례 간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중앙당 차원에서 제가 선거운동을 안 했다는 의미이지 저의 정치적 비중으로 볼 때 (당시 맡았던) 충남 명예 선거대책위원장이 말이 되나."

"언론인들이 제가 죽게됐단 소식을 듣고 저한테 많은 인터뷰 요청을 했다. 아무래도 저는 현직 정치인이라 암 세포가 발견됐는데도 '제가 죽게 됐다' 이런 얘기를 못했다. 언론인들에게 희망 섞인 얘기를 했다. 정치인으로서 처절한 자기 절규지요."

# '스스로 사퇴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 "고인의 일방적 진술로 사퇴하는 건 부적절"

"부탁하건데 냉정하고 객관적인 말씀을 부탁드린다. 저도 한 사람의 정치인이다. 저도 유권자가 있는 선출직 의원이다. 고인의 일방적 진술로 이렇게 하는 것 적절하지 않다."

"선출직 정치인이 그런 메모나 일방적 한쪽 주장만 갖고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다. (질문하던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혹시 어떤 사건에 연루됐을 때 정확하게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사퇴하겠느냐."

"공직자가 근거 없는 말 때문에 이렇게 궁지에 몰리고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가 아니겠느냐. 지금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는 거 아니냐."

"저는 이 점에 주목한다. 3월 18일 경남기업 압수수색에 들어갔는데 3월 22일 고인이 저한테 전화를 줬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상당 시간 있었는데도 저한테 전화 한 통 없었다. 만약 저하고 그렇게 친한 관계라면 전화하지 않았겠나. 그 분 압수수색 되는 것도 저는 몰랐다."

"총리란 자리가 특정인의 이런 것으로 인해 이 자리 그렇게 영향받으면 총리 하기 대단히 어렵다. 매일 먼저 검찰에 자청해 수사받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경우든 총리는 그 입장 변함없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는) 대단히 송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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