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간 세월호 유가족 "유기준, 박근혜 앵무새인가"

'전원 연행' 충돌 끝 장관과 비공개 면담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입법예고 기간 마지막 날인 6일, 정부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세종시 해양수산부 청사에 진입하려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찰 측에 연행된 뒤 풀려나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해수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버스 차량 4대를 타고 오후 2시께 세종시 해수부 청사 앞에 도착했다.

이날 충돌은 기자회견에 앞서 유가족들이 청사 내 화장실을 이용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저지하면서 시작됐다. 유가족들이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항의하자 경찰은 6~7명을 경찰차에 강제로 끌어넣었다. 유가족들이 연행을 막기 위해 버스 출입구에 서 있거나 버스 아래 엎드려 있었으나, 경찰은 예고 없이 차량을 운전해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 유가족과 경찰의 대치가 격화되면서 일부 유가족들은 팔이 부러지거나 경련이 나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연행이 이어졌고, 급기야 경찰은 '전원 연행'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유가족들은 바닥에 누워 연좌하며 "경찰이 '다 쓸어버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국민들 다 쓸어버리고 너네끼리 살아. 경찰, 해수부, 정부, 국회의원 너네들끼리 살아. 아주 멋진 세상이 될 것이다", "너희들도 국민 아니냐? 너희들이 국민을 지켜줘야지"라며 절규했다.

오후 네 시께, 박주민 변호사와 유가족 협의회 간부들이 세종시 경찰서장에게 항의했고, 경찰이 연행자들을 모두 풀어주면서 충돌 상황은 마무리됐다.

▲5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안산-광화문 도보 행진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이 나이 먹도록 법 한 번 어겨본 적 없는데"

예상치 못한 대치 상황으로 인해,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반이 지난 네 시 반이 되어서야 열렸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너무나 분노가 넘치고 하고 싶은 얘기 많다"며 "저희는 폭력 집단 아니다. 이 나이 먹도록 법 한 번 어겨본 적 없는 이 순수한 아빠가 왜 이렇게 악을 쓰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냐"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세월호 인양 여부는 여론조사가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대통령과 앵무새처럼 똑같이 대답했다. 유 장관이 무엇을 보고받았으며,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보고를 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태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종합청사 옥상은 국민이 지나다니도록 공원으로 설계했다. 여러분의 세금이 들어간 거다. 그런데 정부는 여러분이 화장실도 못 쓰게 하고 이 많은 경찰을 세금으로 동원해 연행하고 밀어붙여 범법자로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다 세금 낭비 아닌가. 그런데 인양은 왜 못하나. 이 정부청사 짓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인양이) 뭐가 두려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 시행령안 완전 폐기, △참사 1주기 전 인양 계획 발표, △시행령안 폐기 발표 전까지 배보상 절차 전면 중단 등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특히 해수부가 전날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와 가족들을 설명회에 초청, "배상금 등을 받은 이후 국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을 서약해야 한다"는 등 각서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유가족들은 "해수부와 정부가 돈으로 피해자 가족들을 능욕하는 짓에 분노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 70명이 삭발까지 하며 원하는 것은 진실이고, 실종자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라고 강조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해수부, 유가족 화장실도 못 가게 하더니, '면담 비공개' 일방 통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가족협의회 대표단이 유 장관과 면담하러 가는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들이 유가족들을 '배보상 지원단' 회의실로 안내한 것. 전명선 대표는 이에 "우리가 배보상 받으러 온 거냐"고 거칠게 항의를 했다.

이에 해수부 측에서 급하게 다시 장소를 옮겼고, 유 장관은 오후 5시 50분경 회의실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 장관이 착석하자마자 유가족들은 "불법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막았느냐"며 앞선 상황들에 대해 항의했다.

유 장관은 유가족들과 짧게 악수한 후 착석했고, 함께 배석한 해수부 관계자가 "모두발언 없이 바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가족협의회 대표단이 "언론사들 앞에서 말이라도 한 말씀 해 달라", "사전 약속한 적 없는데 왜 비공개로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기자들 역시 "사전 협의 없이 비공개로 하는 것은 명백한 취재방해"라며 불만을 표했으나 면담은 결국 비공개로 진행됐다.

가족협의회 측은 이날 유 장관과의 면담 결과에 따라 향후 활동 방향을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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