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이 한화를 이길까, 한화가 김성근을 이길까

[베이스볼 Lab.] 2015 KBO리그 미리보기 <2> – 한화 이글스

삼성은 ‘5년 연속’을 해낼 수 있을까. 넥센은 강정호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SK와 두산의 명가 재건은 가능할까. 김성근이 한화를 바꿀까, 아니면 한화가 김성근을 바꿀까. 롯-기는 올해도 운명을 함께할까. 10구단 kt도 9구단 NC처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2015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10개 구단의 팀별 전력과 시즌 전망을 살펴봤다. 두 번째는 한화 이글스 편이다.

스토브리그: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김응룡 감독 시대를 끝내고 새 감독 선임에 나섰다. 당초 구단에서는 장기적인 팀 운영 계획에 부합하는 내부 승격 인사를 원했지만, 여론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그룹 최고위층의 단독 결정으로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이 최종 낙점됐다. 구단이 추천한 인사를 제치고 ‘회장님’이 선택한 인물이 사령탑이 되는 의사결정 과정은 2년 전 김응룡 감독 영입 때와 동일했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에게 코칭스태프 선임부터 선수 영입까지 전권을 넘겼다. 김성근 감독은 지금껏 한국프로야구의 어떤 감독도 가져본 적 없는 구단 운영의 절대 권력을 손에 얻었다. 권력의 절대크기로만 따지면, 고양 시절 김성근 감독 본인 정도가 유일한 비교대상이다. 김 감독은 부임 이후 한화 코치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일본인 코치와 고양 원더스 전 코칭스태프가 대거 한화 코치진에 합류했고, 한화 프랜차이즈 출신의 기존 코치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부분 팀을 떠났다. 그 결과 KBO리그 최대규모(30명)-최고몸값의 코칭스태프 진용이 완성됐다.

김성근 감독의 다음 수순은 자유계약선수 영입. 한화는 FA 시장에서 좌완투수 권혁(4년 32억원)과 우완 송은범(4년 34억원), 그리고 삼성 에이스 출신 배영수(3년 21.5억원)까지 영입했다. 구단측은 FA 선수 영입에 난색을 표했지만, 김성근 감독의 강력한 영입 요청으로 세 선수 모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014시즌 WAR 합계 3.6승을 기록한 세 선수의 몸값을 합치면 87억5000만원이다. 원하던 FA 3인을 모두 잡은 김성근 감독은 “2015시즌 목표는 우승”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FA 보상 선수로 최근 신인 드래프트 상위지명 유망주인 투수 임기영과 포수 김민수가 빠져나갔다.

김성근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전권을 행사했다. 우선 외국인 투수로 전 롯데 투수 쉐인 유먼과 전 삼성 투수 미치 탈보트를 영입했다. 국내 리그에서 검증된 투수를 원한 김성근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선택이다. 또 피에와 재계약 불발로 생긴 빈 자리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악동’ 나이저 모건으로 메웠다. 김 감독은 모건의 플레이 영상을 직접 살피고 일본측 지인들을 통해 모건이 ‘착해졌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영입을 결정했다. 한화의 약점인 외야 수비력에 초점을 맞춘 영입이다.

김성근 감독은 타 구단에서 방출된 노장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SK에서 갈곳을 잃은 임경완(40세), LG 출신 유격수 권용관(39세), 넥센에서 설 자리가 사라진 오윤(34세)이 김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편 스토브리그 기간 폭풍 영입의 결과로 한화는 2015시즌 팀 연봉총액 2위(1억3981만원, 1위 삼성 1억5876만원), 평균연령 최고령(29세) 팀으로 올라섰다.

예상 라인업 (2014 wOBA, wRC+)
포수 – 정범모 (0.321, 73)
1루수 – 김태균 (0.457, 159)
2루수 – 정근우 (0.373, 106)
3루수 – 김회성 (0.337, 83)
유격수 – 강경학 (0.322, 74)
좌익수 – 송광민 (0.366, 102)
중견수 – 이용규 (0.349, 91)
우익수 – 김경언 (0.390, 117)
지명타자 – 최진행 (0.333, 81)
김성근 감독은 2007년 부임하자마자 SK를 전년도 6위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또한SK 이전에도 -OB와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많은 팬들은 2015시즌 한화도 과거 김성근 감독이 맡았던 팀들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가장 최근인 2007년 당시 SK와 올 시즌 한화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따져보고자 한다. 우선 야수진을 보자. 조범현 감독 시절인 2006년 SK 라인업에서 주전으로 나선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박경완-최정-정근우-정경배-이대수-김태균-박재상-박재홍-이진영-김강민-조동화-김재현-피커링.

한편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인 2007년 SK 라인업에서 주전으로 나선 선수들은 아래와 같다.

박경완-최정-정근우-정경배-나주환-박정권-박재상-박재홍-이진영-김강민-조동화-김재현-이호준-박정권-이재원-정상호.

이대수가 나주환으로 바뀌고 부상에서 돌아온 이호준과 군제대한 박정권, 정상호가 가세한 것 외에는 거의 동일한 선수 구성이다. 당시 SK는 박경완, 박재홍, 이진영, 김재현 등 리그 최고 엘리트 선수들이 라인업에 포진한 구단이었다. 정근우는 이미 리그 정상급 내야수였으며 최정과 김강민, 박재상 등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은 2006년 조범현 감독의 전폭적 지원 하에 1군에서 풀시즌 경험을 쌓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2007년 SK의 공격력이 그 이전과 비교해 기적적인 발전을 이뤄냈던 것일까? 2007년 SK가 팀 조정 OPS(107), wOBA(0.346), wRC+(103) 등에서 전부 1위를 차지했기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2006년 SK 역시 주포 이호준이 빠진 가운데서도 팀 조정 OPS 3위(103), wOBA 4위(0.330), wRC+ 3위(101)로 공격력이 나쁜 팀은 아니었다. 불과 한 해전인 2005년만 해도 SK는 2007년과 큰 차이 없는 조정 OPS(106, 2위), wOBA(0.349, 2위), wRC+(103, 2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2004년에도 조정 OPS 106, wOBA 0.355, wRC+ 104로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한 바 있다. 어찌 보면 2004-5년 리그 정상급의 공격력이 2006년 잠시 ‘주춤’했다가 2007년 다시 원래 수준으로 복구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런 면에서 SK 부임 당시 ‘잘못 왔구나 싶었다’는 김성근 감독의 회고는 당시 실제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SK는 이미 좋은 선수 자원을 갖춘, 발전 가능성이 높은 팀이었다. 물론 이 좋은 팀을 잘 발전시켜 2007~2010 4년간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성과에서는 김성근 감독의 뛰어난 야구기술자로서 면모가 잘 드러난다.

요점은 이것이다. 아무리 일부에서 ‘야신’으로 섬기는 김성근 감독도 불과 한 시즌 만에 팀을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꿔놓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인 선수 구성이 좋았던 SK와 비교하면 한화 라인업은 꽤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 2004년 이후 꾸준히 리그 상위권 공격력을 자랑한 SK와 달리, 한화는 최근 3년 동안 줄곧 리그 평균 이하의 공격력을 보여 왔다. 2014년에도 한화의 조정 OPS는 92로 리그 8위, wOBA도 0.353으로 8위, wRC+도 96으로 리그 8위에 그쳤다. 2014년 팀 내 야수 WAR 3위 피에(2.4)도 없는 상황. 이 라인업을 단 1년만에 리그 상위권으로 올리기에는 시간도, 기초 자원도 부족하다.

결국 한화 역시도 당장 2015시즌에는 2014시즌의 베스트 멤버들이 주력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송광민이 외야로 이동하고 유격수 자리를 강경학, 권용관, 한상훈 등이 나눠 갖는 정도의 변화 외에는 거의 지난해와 동일한 주전 라인업이다.


한화 라인업이 지난해보다 나은 공격력을 발휘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시범경기에 단 한 타석도 나서지 못한 모건(또는 그를 대신할 외국인 타자)이 라인업에 가세해야 한다. 또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고생하며 리그 최약체 지명타자로 활약한 이용규가 정상적으로 외야에서 본인의 ‘에버리지’를 올려줘야 한다. 최진행이 2013년 이전 수준의 공격력을 회복하는 것도 필수다.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한화의 전체적인 공격력은 지난 시즌보다 조금은 향상될 여지가 있다.

시범경기 후반 김성근 감독은 연패 속에서도 비교적 젊은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르며 뎁스 강화를 꾀했다. 김 감독의 스타일상 정규시즌에서도 젊고 발 빠른 타자들은 자주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거나, 경기 후반 대수비 대주자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몇몇 선수들은 서서히 주전 멤버를 위협할 만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사례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당장 2015년에 벌어질 일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예상 투수진 (2014 FIP)
쉐인 유먼 (5.71)
미치 탈보트 (기록없음)
배영수 (4.47)
송은범 (5.92)
유창식 (5.36)
이태양 (5.74)
불펜: 윤규진(마무리), 권혁, 송창식, 마일영, 정대훈, 양훈, 김민우

2013시즌 KBO리그에서 리즈와 찰리 다음으로 대체선수 대비 높은 승리기여도(WAR)를 기록한 투수는 누구였을까? 믿기 힘들겠지만, 한화에서 한 시즌 만에 퇴출당한 다나 이브랜드(WAR 3.6)였다. 6승 14패 평균자책 5.54라는 기록만 보면 이브랜드는 완벽히 실패한 투수처럼 보이겠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브랜드는 찰리보다 나은 볼넷/삼진 비율에 리즈, 옥스프링보다 훨씬 좋은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을 기록했다. 이브랜드의 나쁜 성적은 리그 최하위권인 한화의 수비력(2013 범타처리율 0.668로 6위), 그리고 60.74%의 잔루처리율이 나타내는 불운과 한화의 불펜 불안이 주된 원인이었다. 실제 한화를 벗어난 이브랜드는 2014년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30경기 평균자책 2.63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런 흐름은 2014년에도 마찬가지여서, 앨버스(WAR 2.7로 15위)가 이재학-유희관(WAR 2.6)-장원준(WAR 2.4)보다 나은 세부 성적에도 6승 13패 평균자책 5.89를 기록한 뒤 퇴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4년 한화 수비진의 범타처리율은 0.633으로 프로야구 역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1982 삼미 0.649). 한화 스카우트가 외국인 투수를 잘못 뽑은 게 아니다. 한화의 수비력이 비정상적으로 약했을 뿐이다. 오죽하면 류현진이 한 야구소년에게 “수비를 믿고 던지면 안 된다”고 충고하고, 탈보트가 계약 전에 한화의 수비력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봤을까(한화 관계자는 탈보트에게 2014년 한화의 호수비 동영상만 편집해서 보여줬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성근 감독도 부임 직후부터 수비력 보강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했다. 뛰어난 야구 기술자의 통찰력은 굳이 통계수치를 보지 않아도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곤 한다. 특히 올해 한화가 새로 구축한 선발투수진은 하나같이 수비수의 도움에 크게 의존하는 유형의 투수들이라, 수비력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발진 전원이 제 2의 앨버스, 제2의 이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송은범의 경우엔 수비력 나쁜 팀에 가면 어떤 투수가 되는지를 지난 2년을 통해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그렇다면 김성근 감독이 한화의 수비를 단기간에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과거 SK시절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은 2007년 이후 SK 왕조의 비결을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에 있다고 하며, 이런 수비력은 김성근 감독 특유의 지옥훈련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페어 타구를 아웃으로 잡아낸 비율을 계산하는 범타처리율(DER)을 놓고 보면,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SK 수비가 기적적으로 좋아졌다는 믿음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SK가 구단 역사상 최고의 범타처리율을 기록한 시즌은 0.707을 기록한 2005년과 2011년인데, 2005년은 조범현 감독 시절이고 2011년은 김성근 감독이 시즌중 경질된 해다. 2005년 SK는 DER 0.707로 우승팀 삼성(0.700)을 제치고 리그 1위에 올랐다. 2006년에는 0.693으로 수치가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리그 4위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2007년 0.698(2위)와 2008년 0.690(1위), 2009년 0.681(1위) 높은 수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김 감독 부임 이전보다 월등하게 나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지옥 펑고’ 이전에도 SK는 원래부터 수비가 뛰어난 팀이었다. 그리고 부상 투수들이 거의 없던 2005년에는 막강 수비를 바탕으로 팀 평균자책점 1위(3.41)를 기록할 만큼 우수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투수의 능력을 재는 중요한 척도인 탈삼진%도 2006년 SK가 2007년보다 오히려 뛰어났으며, 2004-2005년의 탈삼진/볼넷 비율은 2007-2008년보다도 좋았다. 이런 좋은 선수진을 강훈련을 통해 잘 다듬고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 결과, SK는 4년 동안 왕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한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여러 해 동안 한화의 수비력은 리그를 넘어 KBO리그 역사상 최악의 수준이었다. 이런 조건에서는 아무리 강훈련을 해도 수비력을 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겨울 지옥펑고 이후 치른 시범경기 기간 한화의 범타처리율은 0.691로 10개 팀 중 8위에 그쳤다. 물론 시범경기 기록이고 경기 수가 적어 큰 신뢰도를 갖기는 어렵지만, 리그 평균이 0.707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좋아졌다고 하기는 힘든 수준이다. 여기에 겨우내 맞혀 잡는 ‘소프트 토서’를 대거 영입한 결과, 시범경기 기간 타석당 삼진은 16.63%로 10개팀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7년 SK에서 최정-정근우-나주환-박재상-박정권-이재원-정상호-조동화 등은 26세 이하 운동능력 뛰어난 젊은 선수들이었다. 훈련을 하면 하는 만큼 성과가 눈에 보였다. 현재 한화 주력 야수들은 대부분 30세 이상이다. 그나마 가장 젊은 정범모가 29살. 이 정도 연령대 선수들을 훈련을 통해 새 사람 만들기는 힘들다. 고양 원더스에서 하던 훈련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게 당연하다(그런 면에서 한화 선수들을 “고양 선수들만도 못하다”고 폄하하는 게 정당한 일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만일 지옥펑고가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 대상은 기존 주전이 아닌 나이 어린 유망주들 쪽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시범경기 기간 한화는 지성준, 강경학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부쩍 좋아진 수비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주전들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한화의 수비력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외국인 타자 모건과 이용규가 정상적으로 풀시즌을 소화한다면 한화 외야진은 지난해에 비해 부쩍 좋아질 것이다. 모건은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엘리트 외야 수비수였으며, 이용규도 고장난 어깨를 제외한 수비범위와 타구판단은 뛰어나다. 또 유격수가 송광민에서 권용관-강경학으로 바뀌는 것도 수비력만 놓고 보면 플러스 요인일 수 있다. 과감한 수비시프트도 과거보다는 자주 시도하게 될 것이며, 이런 시프트는 실점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탬파베이 레이스는 2007년 범타처리율 0.655로 리그 30팀 중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고, 리그 30팀 중 최하위에 그쳤다. 이듬해인 2008년 탬파베이의 범타처리율은 0.709로 리그 1위로 뛰어 올랐으며, 탬파베이는 97승으로 리그 30팀 중 승률 3위에 오르는 기적을 이뤘다. 겨울 동안 지옥펑고를 한 결과였을까. 아니다. 델몬 영, 위긴튼 등 최악의 수비수들을 처분하고 롱고리아, 바틀렛 등 좋은 수비수들이 주전으로 자리를 차지한 결과였다. 2000년대 최고의 수비를 자랑한 SK 수비진은 지옥펑고가 시작된 2007년 이전에도 리그 정상급 수비진이었다. 신생팀 NC는 2013, 2014 2년 연속 범타처리율 1위를 차지했다. 굳이 지옥까지 다녀올 필요는 없다. 수비가 뛰어난 선수들, 젊고 운동능력 좋은 선수들로 수비진을 구성하면 된다. 그리고 이는 팀이 얼마나 계획과 방향성을 갖고 구단을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투수를 주목하라: 김성근 감독은 제구력 나쁘고/공 빠른/좌완투수를 활용하는데 능하다. 이 점에서 권혁은 한화의 FA 3인방 중 가장 유용한 영입선수가 될 수 있다. 구속은 전성기에 비해 줄었지만 2014시즌 세부적인 지표만 놓고 보면 커리어 대비 큰 차이 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권혁은 한화의 전병두이자 정우람이자 이승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롱릴리프로, 때로는 셋업맨으로, 어떤 때는 마무리로 마운드에 오르며 최근 3시즌 동안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15 전망: 김성근 감독은 스토브리그 직후 “우승 도전”을 말했다. 전문가들과 타 구단 감독들은 한화를 강력한 5강 후보로 꼽는다. 한화 팬들도 과거 수차례 하위팀을 상위권으로 이끌고 2007년에는 부임하자마자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인도한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에 절대적 신뢰를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는 한화라는 팀이 놓인 조건이 만만치가 않다.

ⓒ김성근

다시 한 번 2007년 SK 때와 비교해 보자. 김성근 감독 부임 전까지 SK는 4년 중 2차례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한 만만찮은 팀이었다. 반면 한화는 최근 6년간 5차례나 최하위를 차지한 약체다. 2014년 한화의 승률(0.389)은 한화의 전력으로 거둘 수 있는 승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SK는 수비력은 물론 공격력과 투수력도 리그 상위권 전력을 갖춘 팀이었지만, 한화는 수비와 투수력도 약하고 타격도 리그 평균 이하다. SK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주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한화는 지난해 주전 멤버 전원이 30세 이상일 정도로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팀이다. SK에 박경완이라는 역사상 최고 포수가 있었던 반면, 한화의 포수진은 조인성을 포함해도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김성근 감독이 과거 성공을 거뒀던 전략이 통할지도 미지수다. SK는 투수들은 유인구 위주로 탈삼진율을 높이면서 타자가 정타를 때려내기 힘들게 하는 투구 전략을 구사했다. 어쩌다 페어 타구가 되어도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수들이 아웃으로 잡아냈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한화 투수진은 탈삼진율은 떨어지는 반면 볼넷 허용률이 높고 수비력이 약해 수비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은 경기수가 적은 리그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시즌 개막전에 최고의 컨디션을 맞춘 뒤 초반 질주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제 144경기를 치르는 KBO리그에서 초반 전력질주 작전으로는 후반기까지 버텨내기 어렵다. 게다가 한화는 부상자 속출로 아직까지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넥센과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시즌 초반에는 강팀들과의 대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김성근 감독이 팀을 상위권으로 이끄는데 성공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야구의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건, 일단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고 전권을 부여한 이상 한화는 반드시 올 시즌에 성적을 내야만 한다는 점이다. 김성근 감독 영입 자체가 당장 올 시즌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원래 한화의 계획은 좀 더 장기적이었다. 서산에 퓨처스 전용 구장도 건립했고 신인 드래프트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한 만큼,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에 부합하는 내부 승격 인사를 감독으로 선임해서 점차적으로 팀을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3년에는 위에서부터 김응룡 카드가 내려왔고, 2015년에는 김성근 감독이 재림했다. 계획은 수정됐다. 단시일 내에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화는 지난 2년 동안 FA와 외부 선수 영입에 수백억을 쏟아 부었고, 감독과 코칭스태프에도 10개 팀 중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그 과정에서 팀에서 공들여 키운 프랜차이즈 코치들이 모두 팀을 떠나는 손실도 입었다. 프런트 중심의 현대야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현장에 모든 권한을 넘겼다. 감독이 요구한 FA 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모두 영입했다. 해외 전지훈련도 현장 요구대로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데리고 장기간에 걸쳐 지원했다. 구단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구단이 이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면, 당장 올 시즌에 성적이 나기를 기대하더라도 결코 지나친 요구는 아니다. 올해 현장 코칭스태프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한 이유다.

또 하나. 올 시즌 한화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끝나더라도, 온 몸을 던져가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 한화 선수들에게는 아낌없는 찬사가 돌아가야 한다. 한화 선수들은 오랜 불명예를 벗고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겨울 내내 프로 선수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던졌다. 흙바닥에서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더 굴려야 한다고 외칠 때도 선수들은 묵묵히 팀 승리를 위해 참아냈다. 2015 시즌 한화가 달라진 야구를 보여준다면, 그 찬사는 온전히 한화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한 개인의 초인적인 능력보다 구성원 개개인이 흘린 땀과 눈물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질 때, 한국 야구계도 한국 사회도 좀 더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예상 순위: 9위

기록출처: www.basebal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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