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박근혜 정부 담배규제정책을 찬성하는 이유

[논쟁] 흡연이 '고작' 개인의 건강 문제라고?

2014년 말 이뤄진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비판이 지속되고, 이것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면서 담뱃값 인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보다는 꼼수 증세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 하나이다. 이런 비판은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다. 그런데 최근 <프레시안>에 실린 “흡연자는 사냥 당해도 되는 마녀?”라는 민교협의 정치시평은 그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필자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금연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고작' 개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흡연은 사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흡연으로 매년 전세계에서 600만 명이 조기에 사망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6만 명이 사망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담배소비 감소를 국가 건강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를 ‘고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 의문이다. 개인의 질병은 사망은 개인은 물론이고 가족, 더 나아가 사회적 재앙이다.

필자는 국가가 담배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이를 허용하면서 세금과 흡연금지 등 흡연자를 핍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아주 원칙적인 정책처럼 보이지만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 나도 담배를 없앨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면 적극 찬성하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할 방법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무슨 근거로 케이티엔지의 담배 생산과 판매를 금지할 것인가? 또 어떤 근거로 외국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 제이티아이의 담배 생산과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가? 이런 법률을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법률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당장 위헌소송과, WTO 제소, FTA에 따른 투자자국가제소 등 모든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것이며, 여기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주장은 근본적인 주장인 것 같지만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는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이라는 국제조약을 만들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18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담배가격 인상, 실내공공장소 금연, 담뱃값 경고그림 도입, 담배광고금지 등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하려고 하는 담배규제정책은 이 조약에서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나라 담배규제정책의 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데 있다.

필자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을 말한다. 여기서 명확하게 할 것이 있다. 공공장소 특히 실내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이유는 흡연이 싫기 때문이 아니라, 흡연으로 인해 비흡연자의 건강에 해를 주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흡연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비흡연자에게 폐암, 심근경색증, 뇌졸중을 유발한다면 이를 공정하다 할 수 있는가? 따라서 실내 공공장소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이라는 주장은 담배회사가 전매특허라는 것을 알려둔다. 다만, 강남대로 등의 길거리 흡연 금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길거리 흡연은 다른 사람을 짜증나게 하지만 비흡연자의 건강에 해를 주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비흡연자에 대한 건강상의 피해를 이유로 길거리 흡연 금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필자가 모르거나 말하지 않는 것은 현재에도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담배를 피우고 있고, 이로 인해 더 많이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흡연자의 대다수가 성인기 이전에 담배를 시작하고 이들은 담배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흡연을 시작해서 담배의 중독성으로 인해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흡연자는 담배를 끊고 싶어한다. 이들은 담배가 좋아서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의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 더구나 담배회사는 다양한 광고, 판촉 수단으로 청소년과 가난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도록 유혹한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담뱃값 인상과 그림 경고 도입 등 현 정부의 담배규제정책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것이 그나마 담배소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인 남자의 거의 절반이 흡연자이고 가난한 사람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담배 회사는 매년 1조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이 현실을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안된다. 담배를 미화하고 효과적인 담배규제정책을 반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담배회사의 지속적인 초과이익을 보장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

* 필자는 한국금연학회 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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