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무특보들, 특보직 또는 의원직 사퇴해야"

야당, 청와대 인사 맹공 계속…"근혜산맥 솟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청와대 신임 정무특보단으로 위촉된 새누리당 주호영·김재원·윤상현 의원에 대해 "의원이냐 특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다른 직책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역의원이 대통령 정무특보가 될 수 있나?"라며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감시하는 헌법기관이다. 정무특보는 임무가 상충돼 맡을 수 없는 직책"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번 정무특보단 인사에 대해 "여당을 장악하고 관리할 하부기관으로 여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인사"라며 "그들(주 의원 등)은 정무특보가 아닐 때도 청와대를 배경으로 여당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는데, 이제 특보라는 날개까지 달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이완구 국무총리와 유기준·유일호 장관 후보자에 대해 20대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바 있다. 문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정무특보단 3인에 대해서도 의원직 사퇴를 압박한 셈이다.

문 대표는 이날 "다음 총선에 출마할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시한을 감안하면 장관으로 근무할 기간이 불과 몇 달밖에 안 된다"라며 "업무 파악은 언제 하고, 곧 나갈 장관이 무슨 수로 부처를 통솔하나. 이번에 장관 후보자가 된 의원들은 장관을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총선 불출마를 약속해야 한다"고 다시 촉구하기도 했다.

야당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출마 불출마는 정치인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이니까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의무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지난 2년 동안 솔직히 댓글 문제 하나를 가지고 '대통령 퇴진하라, 물러나라'(라고) 시청 앞에서 텐트 쳐 놓고 얼마나 많은 반대들을 하면서 대통령을 힘들게 했는가?"라며 "이번만큼은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좀 협조해 달라"고 역공했다.

야당, 靑비서실장·국정원장 인사도 비판…文 "인사 기본 무너져"

문 대표는 정무특보단 인선 뿐 아니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 등에 대해서도 "인사를 이렇게도 할 수 있는가. 인사 기본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현직 국정원장을 어떻게 그대로 비서실장에 임명할 수 있나"라며 "국정원 정치 중립, 불개입은 어떻게 되나"라고 따졌다.

야당 지도부와 원로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정원장을 곧바로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유례가 없는 '참 나쁜 인사'"라며 "박정희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비난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친박 실세' 정무특보단 임명은 재사용 반찬"이라며 "명박산성보다 높은 근혜산맥이 우뚝 솟았다. 인(人)의 장막을 걷고 나오지 않는한 이미 시작된 레임덕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최악의 회전문 인사"라며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을 임명 8개월만에 곧바로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국민을 상대로 공작 정치를 하겠다는 뜻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유승희 최고위원도 "소통·국민통합과 거리가 먼 인사"라며 "권위주의 통치 강화를 위한 포석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병기 실장 인선에 대해 "일반적으로 잘 선택된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고 저 개인적으로도 잘하실 분이라 생각했다"면서도 "정보기관 수장이 8개월만에 다시 비서실장으로 옮기는 것은 국정원 개혁을 앞두고 상당히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런 지적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구속돼, 국민들이 국정원 정치공작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판에 그분을 발탁한다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병호 국정원장 인선에 대해서도 "국정원에서 국제·대외관계 업무를 주로 하신 분이기 때문에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국정원의 업무 스타일로 볼 때 상당히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비판적 시각을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리고 국정원 퇴임 후에도 그분이 언론에 기고한 글들을 보면 너무 편향돼 있고, 특히 국정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대북관계에 대해서 너무 경직돼 있지 않은가"라며 "이렇게 남북관계가 어려운 때에 과연 대북문제를 유연하게 잘 풀어갈 수 있는 분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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