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열 기자, 이명선 기자 | 2015-02-20 08:55:25 | 2015-02-21 01: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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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물 자체로 가치는 있다. 그러나 읽는데 곤혹스럽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의 시간>을 읽으며 내놓은 총평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화제다. 퇴임한 지 2년 만에 이런 회고록을 냈다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그 내용이 황당해서 그렇다. 누군가는 이를 '공상과학소설'로, 또 누군가는 이를 '공소장에 앞선 피의자 조서'로 표현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은 이 회고록이 어느 정도 진실인지, 어디까지 우리가 믿을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조금 더 세밀하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대통령 회고록이 갖는 무게 때문이다. 이 회고록과 무관하게 <프레시안>은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와 함께 지난해부터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자체적인 검증 작업을 벌여왔다. 그 작업을 묶어서 낸 책이 <MB의 비용>이다.
'MB의 시간과 비용'이라는 기획은 철저하게 이명박 정부의 정책 평가를 위한 기획이다. 회고록 중 크게 논란이 된 한미 쇠고기 협상, 대북 관계, 외교 안보 문제, 4대강 사업 평가 등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조목조목 따져봤다. 많은 독자들을 대신해 <대통령의 시간>을 낱낱이 해체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MB의 시간과 비용' 4편에서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김진애 전 의원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김 전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 저격수'로 활약했다. 편집자
김진애 :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도취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대통령의 시간>을 보면, 현직 대통령이 말하듯 기술하고 있다. 자아도취형 사람들은 자기비판에 민감하다. 감사원 결과나 반대 여론에 대한 기사를 열심히 읽은 것 같다. 무엇보다 물러난 지 2년밖에 안 된 시점에 전직 대통령이 회고록을 썼다는 게 가장 잘못된 일이다. 특히 '4대강 사업'(MB 정부는 '4대강 살리기'라는 말을 사용. 편집자)과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의 진술을 토대로 기록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회고록이 아니라, 잘잘못을 따지는 '진술서'가 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김진애 :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해 12월 2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가 대통령에게 '4대강 살리기 추진 프로젝트'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대선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둔갑시켰다. 균발위는 특히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있었던 '한반도 대운하 TF팀'의 설계를 그대로 옮겨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
2008년 1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11조 원 규모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보고했다. 홍수와 가뭄, 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4대강 정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560~561페이지) 대운하 계획을 포기함에 따라 조령을 관통하는 인공 운하 공사는 필요 없어졌다. 그러나 기존 하천을 정비하는 계획은 4대강 살리기에 상당 부분 적용할 수 있었다.(<대통령의 시간> 564페이지)
- 이 과정에서 ○○○○컨소시엄으로부터 경부운하 설계자료를 제공받거나 대운하 설계팀과 4대강 준설·보 설치계획 등에 대운하 案 활용 및 반영여부 등을 협의
* (대운하 案) 정부에서 재정으로 낙동강 하구~상주 구간에 준설·보 설치로 최소수심 6.1m를 확보하면 갑문(魚道나 둔치를 이용하여 설치)·터미널 등 운하 시설을 민자로 추진하는 계획(’08. 10월~’09. 4월)
※ 대운하설계팀<대운하연구회 회장(전 인수위 한반도 대운하 TF팀장) 및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고 경부운하 제안서를 준비한 (주)◇◇부사장>에서 수립한 계획, ○○○○컨소시엄도 유사한 계획 마련
2) 이미경·임내현·윤후덕·박수현 의원 공동 기자회견 '4대강 사업 국토부 비밀 내부문서 전격 공개'
○ 2008년 12월 2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균형위 위원장과 6개 부처 실국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4대강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 할 것"을 지시했음.
○ 이후 2009년 2월 16일 미상의 장소에서는 비서실장과 국정기획 비서관등 청와대 비서관, 국토부 장·차관을 대동한 자리에서 "하상준설(최소수심)은 3~4m 수준으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음.
○ 2009년 2월 8일 국토부 4대강살리기기획단에서 작성한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보고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준설 깊이 결정시 고려사항으로 "(뱃길복원) 역사적 뱃길복원 도시내 유람선 운행구간은 선박운행이 요구되는 수심(3m내외)과 수로폭(50~100m확보)"라고 명시하고 있음.(이미경·임내현·윤후덕·박수현 의원이 낸 2013년 10월 2일 자 보도자료)
또 하나는 '당시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했다'는 건 정말 거짓말이다. 당시에는 언급도 안 된 얘기다. MB는 회고록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불리면서(…) 환경 사업에 대한 재정 투자로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564페이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1년 10월 국빈 방문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찬 에피소드를 소개해 정당화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
우리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환경 개선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국제사회의 두 가지 요구를 한꺼번에 만족시키면서 적시에 추진될 수 있었다. 실제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한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빨리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시에 한 해 수백 명의 인명 피해와 수조 원의 재산 피해를 내는 수해에 대한 근원적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기초가 됐다.
2011년 10월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식사 도중에 오바마는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이 즉각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정 투자에 나설 수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오바마에게 긴 설명은 하지 않았다. 대운하 사업부터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려면 우리의 정치적 문제를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다행히 사업 계획의 4대강 정비 내용이 이미 선거 공약에 들어 있었고, 한국은 미국에 비해 국토가 작아 그만큼 빨리 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대통령의 시간> 564~565페이지)
프레시안 : 이 전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집중 호우 피해로 하천 정비 계획이 발표됐으나 실행되지 않았다며 "매번 하천 정비는 투자 우선순위에 밀려 방치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왕 4대강 정비 사업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제반 사항을 재점검하도록 지시했다"(563페이지)고 나온다.
김진애 : '4대강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국가적 재해예방으로 접근한 것이다. MB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재정법시행령(제13조 제2항 제6호)을 2009년 3월 25일 개정했다. '재해예방'에 해당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의 압력에 정종환 당시 국토부 장관이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건설업체 간 담합도 눈 감아 줬다.
* 위에 언급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17일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회의실에서 국토부 차관 주재하에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9월 발주 물량이 50% 이상이 되도록 할 것", "2011년 말을 데드라인으로 하여 역공정을 세워 구체적인 진도를 확인할 것"을 주문하며 자신의 임기 1년 전인 2011년까지 4대강 사업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시 회의 내용을 정리한 문서에서 △ "직접 시발굴 최소화되도록 정상추진 중"은 문화재 시굴·발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 "턴키공사 시 낙찰율 90%이상 시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대비 필요"는 이미 정부 내부에서도 턴키 입찰에 대한 업체 간 담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 △ "환경영향평가 일괄 시행을 건의했다"는 4대강 살리기 기획단에서 편법적인 환경영향평가 일괄 시행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편집자
프레시안 : '4대강 사업' 비용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22조 원이 아니라 15조3000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
수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2009년 6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15조 3000억 원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이 22조 2000억 원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별도로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가 계속 사업으로 진행해온 6조 9000억 원의 예산이 포함된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자는 정부가 내주지만 원금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완료 후 주변 개발에 따른 수익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충당하기로 했다.(<대통령의 시간> 563페이지)
김진애 : 농림축산식품부의 저수지 토목 사업이나 환경부의 수질개선 사업처럼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이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을 빼고 금액을 맞춘 건데, 본인은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08년 12월 15일 제3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MB 정부는 "수량 확보, 수질 개선, 홍수 예방은 물론, 지방경제 활력 및 고용 창출, 녹색친수환경 확보를 위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14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6개월 후, MB 정부는 총사업비 22조2000억 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4개였던 보가 16개로 늘어났고, 쉬쉬하던 수심이 평균 6미터로 바뀌었으며, 2억2000만 톤이던 준설량도 5억7000만 톤으로 늘어났다.
이 전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 포기 선언' 1년 만에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자신의 대선 공약을 부활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추가 투입 비용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가 8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주변 개발에 따른 수익으로 충당하기로 했다"며 가볍게 넘겼다.
수공은 그해 9월 이사회를 열어 '4대강 살리기' 총 사업비 22조2000억 원의 36퍼센트에 해당하는 8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MB 정부는 이어, 국가정책조정회의(2009년 9월 25일)에서 "수공이 조달하는 원금에 대한 이자는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고 원금은 친수구역 개발사업을 통해 우선 회수하되, 부족분은 사업종료 시점에서 수공의 재무 여건을 고려하여 재정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투자 원금 8조 원에 대한 회수 대책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 수공은 '4대강 살리기'에 따른 재원을 사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4대강 사업' 수행 전(2008년 말) 2조 원이던 부채는 2013년 말에는 14조 원으로 7배 늘었으며, 부채비율 또한 20퍼센트에서 121퍼센트로 증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1조 원에 가까운 이자(9180억 원)를 수공에 지원했다. 편집자
당시 "수공이 8조 원을 회수하려면 이익률 10퍼센트라 쳐도 80조 원의 개발사업이 필요"하며 "결국 파산을 면키 위해 국고보전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개발 논리에 빠져 현실이 됐다. 대구시가 특혜성으로 수공에 제안한 에코워터폴리스 사업인 '에코델타시티'도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 MB 정부는 '4대강 사업' 비용 마련에 있어 모래와 자갈 등 골재 판매를 얘기했었다. 그런데 회고록에서는 파낸 모래가 적었으며, 그마저도 '쓰레기였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
강바닥에서 나온 쓰레기 총량은 286만 톤에 이르렀다. 덤프트럭 19만 대 분량으로 남산 몇 개만큼의 규모였다. 1960~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강물에 내다버린 산업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였다. 당시만 해도 환경보다는 가난과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였다. 나도 이태원 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새벽마다 시장 쓰레기를 한강변에 내다 버리곤 했었다. 그같이 쌓인 쓰레기 위에 모래가 덮이고, 그 위에 다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4대강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 위를 흘렀던 것이다. 그런 4대강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준설 과정에서 나온 모래와 자갈을 팔아 공사비에 쓰려 계획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참담했다. 기대 이하의 양으로 나온 모래와 자갈은 해당 지자체에 위임하여 지자체 수입으로 활용하도록 했다.(<대통령의 시간> 569페이지)
김진애 : '말하지 않음'으로 해서 거짓말이 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국고를 한 푼도 안 들이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게 22조 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국민 세금으로 모두 충당했다. 그나마도 "모래와 자갈을 팔아 공사비로 쓰려 계획했"는데 "덤프트럭 19만 대 분량"의 쓰레기가 묻혀 있어 "참담했다"며, 강에 묻힌 쓰레기는 박정희 시대 산업화·도시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사기꾼의 핑계다.
*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서 퍼낸 준설토는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4대강 사업 준설골재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각 대상 준설토 9715만8000 톤 가운데 4108만5000 톤(42.3%)이 팔리지 않은 채 그대로 쌓여 있다. 또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준설토 관리에 들어간 비용만 2500억 원이다. 편집자
MB 회고록에 2013년 3월 감사원의 '대운하 위장설'에 대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수많은 하천 관련 전문가들이 공을 들여 기획한 것"이라며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571페이지)라고 치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 마지막에 황조근정훈장을 수여한 미국 위스콘신대학 박재광 교수의 사설을 인용해 '정치적 결과'라고 비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녹조 현상와 큰빗이끼벌레 출몰에 대해서도 '괴담'으로 결론 내렸다. 특히 2012년 9월 그린란드에 국빈 방문했던 얘기를 전하며 "청정 지역에 녹조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코미디도 아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
2014년 또다시 혹독한 가뭄이 찾아왔다. 그러나 4대강은 과거처럼 바닥을 드러내지도, 군데군데 썩은 물이 고여 악취를 풍기지도 않았다.
이에 반대론자들은 '큰빗이끼벌레'라는 태형동물을 내세워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난했다. 보로 인해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고 오염이 된 결과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한다는 주장이었다. 큰빗이끼벌레의 흉하게 생긴 모습을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증폭시켰다.(578~579페이지)
피요르드 지역을 둘러보는 도중에 나는 물이 고인 웅덩이에 녹조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4대강 살리기 공사 지역에 녹조가 발생했다고 비판이 높을 때였다. 청정 지역인 그린란드에 녹조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 사실을 이야기하자 동행한 아우켄이 말했다.
"원래 녹조라는 것이 일정 시간 수온이 올라가서 며칠이 경과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입니다. 기온이 낮아지면 다시 없어집니다."
너무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아우켄의 모습이 국내의 모습과 크게 대비되어 보였다. 과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부터 4대강 녹조 그리고 최근 큰빗이끼벌레 사태까지, 정치적 목적으로 지나치게 과장하여 국민의 불안을 조장하는 풍조는 이제 극복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대통령의 시간> 609페이지)
김진애 : MB는 사고가 70년대 개발 논리를 바탕으로, 2000년대 초 서울시장 시절과 2007년 대선 공약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 1차 대전 직후 시작돼 1971년 마인과 도나우를 잇는 마지막 운하 연결 공사를 거쳐 1992년에 완공된 독일 라인-마인-도나우(Rhein-Main-Donau : RMD) 운하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게 말이 되나. 2006년 1월 서울시장 당시 RMD 운하를 방문해 "운하 건설로 제2의 국운융성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었다. 전형적인 해외 사례 '벤치마킹 사기'다.
* 하천전문가인 독일 칼스후레 공대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는 2011년 8월 '4대강 사업' 현장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둘러본 후 쓴 보고서('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견해')에서 "4대강 사업은 연쇄적인 대형 보 건설 계획으로 볼 때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전통적인 운하 건설 계획과 유사하다"며 "특히 저를 놀라게 한 것은 4대강 사업의 모델이 RMD 운하와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4대강 사업은 지난 세기의 하천수리학이었다"며 "생태적 관심이나 필요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프로젝트"라고 혹평했다. 편집자
'4대강 사업' 국정조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증인석으로 불러야 한다. 온갖 불법과 편법을 일삼으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따져야 한다. 그리고 MB와 당시 책임자인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현 대한토목학회장), 전재용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도 물어야 한다. 국민의 3분의 2가 반대하는 일이 2~3년 만에, 이렇게 빨리 된 유례가 없다. '새만금 사업'은 10년 이상 걸렸다. 시행과 중지가 반복됐다. 이게 정상이다. 어떤 사안에 반대 여론이 높다는 건 상식에 비춰 '너무 하는 것 같은데?'와 같은 머뭇거림 때문이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이 추진된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의 힘 때문은 아니다. 개발 마피아를 비롯한 기득권의 먹이사슬 구조 때문이다. 이런 엄청난 빙산을 파헤쳐 내는 게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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