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연말정산 파동 이후 부상한 '증세' 문제에 대해 엇갈린 태도를 내놓고 있다. 친박(親박근혜) 대 비박(非朴)이라는 단순 구도만으로 전개되진 않을 이번 선거에서, '복지와 세금'이라는 당대 최대 이슈가 두 후보의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는 현재로선 '증세 반대론자'에 더 가깝다. 2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증세는 국민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경제의 주름살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연말정산 파동에서 확인된 높은 조세 저항감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야당이 쟁점화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이다. 이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지금 경제가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증세로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능사인지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법인세 문제도 거기에 다 포함이 되어 있다. 법인세, 소득세, 전반적으로는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여타 세금을 다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창해 온 박근혜 대통령, '법인세 인상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최경환 경제부총리, 그리고 법인세 논쟁에는 극히 소극적인 그간의 새누리당 정책 기조와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그만큼 당내 경제 보수층이 이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주영 "경제 매우 어려운 상황" vs. 유승민 "세제, 원점 검토 가능"
반면 '보수는 안보, 사회·경제는 진보'를 자처하는 유 의원은 이 의원과 생각이 다르다. 법인세를 포함한 세제 전반에 대해 "백지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보다 높은 복지 수준을 지향한다면 증세가 불가피하단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선 야당과 협의해 국민을 솔직하게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유 의원의 일관된 주장이다.
유 의원은 출마 선언을 한 2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면서 "감세는 반대한다. 증세는 언제할 거냐인데 법인세,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모두 백지에서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안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그는 이어 "재작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 수석이 '세금을 거둘 때 거위털을 뽑듯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부터 국민에게 정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그 거위털 고통을 지금 2년 지나 느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여전히 '증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담뱃세 인상과 소득세법 개정을 엄연한 증세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담뱃값이 갑자기 4500원이 됐는데 이걸 증세가 아니라고 하니 당 모습이 이상해지는 것"이라고 했고, 연말정산 파동과 관련해서도 "시뮬레이션해서 (세 부담 증가 수준을) 분명히 알려줬어야 했는데 우리도 검토를 못 했다. 국회가 사과할 문제"라고 했다.
유 의원은 다만 "증세란 건 정말 힘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며 "증세 얘기하다가 목숨 다한 정치인이 많다"고도 말했다. 총선을 한 해 앞둔 상황에서, 쉽사리 꺼내기엔 쉽지 않은 주제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거야말로 야당과 얘기해야 한다"면서 "야당이 그렇게 복지를 외치는데 그렇다면 세금 문제도 합의하자고 해야 한다. 야당은 복지만 주장하고 우린(새누리당은) '증세는 안 한다'고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공동으로 증세 논의를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29일 한 토론회에서도 "저부담-저복지 체계가 아닌 중부담-중복지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하에 단계적 증세 방안 고민을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 유승민 "단기 부양책, 재정건전성 해칠 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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