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년, 노골적 의료 영리화…대항 방법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다시 깃발을 올리자

박근혜 정부 2년, 보건의료 분야를 요약하면 '광폭의 의료 영리화 추진'이다. 어느 정권도 이렇게 의료 민영화 정책을 맹렬히 추진한 적이 없었다. 이런 속도라면 전면적인 영리병원이 도입되고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영 의료보험이 출시될 날도 머지않아 다가올 것 같다.

여전히 박근혜 정부가 3년이나 더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통스럽다. 그래서 그냥 견디기만 할 수는 없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3년을 내다보며 새롭게 실천 과제를 다듬어야 할 때다. 의료 영리화를 저지하고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2년, 광폭의 의료 민영화 추진

보건의료 분야 의제를 둘러싼 논란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부터 뜨거웠다. 당시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 공약 파기는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향방을 보여주는 서막이었다. 부족하나마 4대 중증질환부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은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3대 비급여를 제외한다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이어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가 발생했다.

그 이후 박근혜 정부는 대선에서 약속조차 한 바 없는 의료 영리화 정책은 끊임없이 쏟아내었다. 정권 1년 차에는 의료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며 메디텔 허용을 발표하여 자본이 의료기관을 소유·지배할 통로를 열어주었다. 또한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원격의료를 설정하여 IT 및 통신기업이 의료서비스 분야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2013년 12월에는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통해 보건의료 서비스의 영리화를 본격 추진하였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주식회사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영리 자회사가 벌일 수 있는 사업의 범위(부대사업)도 대폭 확대하였다. 법인약국과 의료법인 인수합병도 허용하겠다는 안까지 담았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사실상 전면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을 뿐이지 내용상 영리병원을 허용해준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집권 2년 차인 작년에도 의료 영리화 정책들이 쏟아졌다. 6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는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영리 자회사가 메디텔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사보험사가 직접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보험상품 개발을 허용하는 안을 담고 있다. 또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특화한 노후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허용하였다. 신의료기술평가 과정도 간소화하여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로 의료 현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의료 영리화를 확고히 추진하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정책들을 쏟아내었다. 일부는 실행되었고, 일부는 올해 제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계의 반발로 잠시 미뤄진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 영리 자회사 작동 방식. ⓒ프레시안

시민사회 진영이 이룬 일부 성과

정부의 의료 영리화 추진에 진보적 시민사회 진영 역시 열심히 대응해왔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권의 공약 사기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의제화함으로써 국민의 병원비 부담에서 상당액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비록 완전하진 않지만, 선택진료의 경우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의 정책을 내오게 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과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정부의 의료 영리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하는 운동을 통해 지난해 20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에 참여하는 등 의료 영리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아내기도 하였다.

의료의 시장화냐 공공성 강화냐?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대응으로는 정부의 의료 영리화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이 목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정부와 자본은 의료서비스 분야를 자본의 새로운 수익 창출 대상으로 바라본 지 오래다. 의료서비스 영리화를 가속시켜 궁극적으로는 미국식 민영 의료체계를 지향한다. 현행 공적 의료체계가 아닌 사적 의료체계로 전환하려 한다. 자본이 의료체계를 지배하도록 하려는 거다.

의료 공급영역에 자본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메디텔 허용,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범위 확대, 외국인 영리병원을 설립 촉진 등이 모두 이를 위한 작업이다. 또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원은 현행 건강보험과 같은 공적 조달 방식이 아니라, 사적 조달 방식으로 마련해야 한다. 즉, 사보험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 사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을 통한 신상품 개발 촉진, 실손의료보험의 확대 등이 필요한 이유다. 궁극적으로 사보험이 건강보험을 대체하게끔 하고자 한다.

반면 우리는 의료의 공공성을 중시한다. 건강보험 하나만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고, 의료서비스의 공적 성격을 강화시키려 한다. 의료 영리와 공공성 강화는 서로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의료의 공공성이 강화되면 의료 영리화의 여지는 위축된다. 그것은 마치 건강보험을 강화하면 사보험이 위축되고 건강보험이 위축되면 사보험이 팽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의 의료 영리화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의료 영리화 반대 운동을 넘어 좀 더 근원적으로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여 대응해 나가야 한다.

ⓒ프레시안

한국 의료체계의 취약한 공공성

의료 영리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의료의 공공성 강화로 맞서야 한다. 담론적 수준의 요구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맞서야 한다. 나는 그것이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라고 본다.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이미 의료가 적지 않게 시장화되어 버린 현실을 직시하고 근본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함으로써 의료 공공성을 회복하자는 운동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건강보험 강화와 보장성 확대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사회 연대적 보험료 인상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우리의 의료체계는 이미 적지 않게 영리화되어 있다. 재원 조달이라는 측면과 의료공급 측면에서 공공성이 매우 취약하며 그 취약함 자체가 의료 영리화를 재촉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결과 국민은 건강보험증 하나만으로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과중한 본인 부담으로 가계파탄의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한 의료불안으로 사보험을 구매하고 있다. 현재 국민들은 민간 의료보험에 가구당 평균 월 20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그 결과 민간 의료보험 규모는 현재 대략 40조 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건강보험의 재정과 맞먹는다.

취약한 건강보험은 민간 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이 계속 팽창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건강보험이 강화되면 사보험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민간 보험자본이 건강보험 강화를 절대 반대하는 이유이다. 민간 의료보험은 존재자체가 건강보험과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의료공급체계 역시 공공성이 매우 취약하다.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가 형성되어 공공병원이 비중이 절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민간 의료기관이라고 해서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할 이유란 없다. 의료의 공공성 개념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건강권 보장에 기초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관이 누구에 의해 설립되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우리 의료공급체계의 현실을 보자. 지역 간 의료공급의 불균형, 의료기관 간 적지 않은 질적 격차,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의료기관 간 경쟁적 의료 환경 등이 의료공급체계의 취약한 공공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건강보험의 취약한 재원조달 기능과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수가 구조도 의료공급체계 공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현행 의료기관은 정상적인 진료를 통해서는 의료기관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조건에 있다. 건강보험의 저수가 제도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비급여를 팽창시키고 있으며,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아니라 의료의 시장화를 재촉한다.

따라서 의료공급 영역에서 진행되는 의료 영리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건강보험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 건강보험을 튼튼히 함으로써 의료공급체계의 왜곡을 바로 잡고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조절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를 위한 첫걸음은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다시 깃발을 올리자

이제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주목하자. 2010년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선보였지만 근래 침체되어 있다. 다시 풀뿌리 시민과 함께 본격 나서자.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에 맞서 건강보험의 강화로 맞대응하자. 이것이 의료 영리화 반대를 넘는 구체적인 대안 운동이고 의료의 공공성 강화 운동이다.

건강보험 강화는 보장성 확대는 의미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사보험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보험 하나만으로 의료비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보험의 재원을 확충하여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건강보험의 재원을 보험료 인상으로 마련하자는 운동이다. 건강보험은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전 국민을 포괄하는 유일한 보편적 복지제도이다. 그 재원은 능력에 비례하여 부담할 뿐 아니라, 절반가량은 기업과 국가가 책임지므로 사회 연대적 성격을 지닌다.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2% 수준이다. 건강보험의 재원을 현재보다 30% 정도 늘리면 대략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80% 정도로 높일 수 있다. 이는 연간 100만 원 상한제를 도입해 국민들이 이 금액 이상의 본인부담금에서 해방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국민들이 실손 의료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사보험 지출이 줄어들어 가계의 실질소득이 향상될 것이다. '
2015년, 구체적 대안 프로그램을 지닌 보건의료운동을 기대한다.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자는 운동을 다시 시작하자. 진보정당, 시민단체, 풀뿌리 조직들이 함께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사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만으로 의료비를 해결하자는 운동을 전개하자. 시민들이 능력만큼 더 부담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병원비 부담에서 벗어나는 '사회 연대적 보건의료 운동의 원년'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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