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공주' 조현아 "박근혜, 보고 있나"

[기자의 눈] 250명 승객은 '공주 전용기' 공짜 손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황제 갑질'로 외신들이 일제히 'nut rage' 라는 제목을 달아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중의적으로 조롱하기 딱 알맞은 소재로 '갑질'을 했기 때문이다. BBC는 'nut rage' 때문에 대한항공 운항이 지연됐다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국내 언론은 'nut rage'를 '땅콩 분노'라고만 번역해 전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 대해서 쓸 때 'nut'는 속칭 '또라이'라는 의미로 곧잘 쓰인다. 그러니까 'nut rage'에는 '또라이 같은 분노'라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이다.

조현아 부사장뿐이 아니다. 대한항공 자체가 미친 것 같다. 사측은 8일 밤 외신들이 'nut apology'라고 다시 조롱할 만한 사과문을 냈다.

대한항공 측은 "(조 부사장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다"면서 "이 때문에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인해 이것은 사과문이 아니라 '대국민 능멸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를 책임진 임원으로서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항공법에 따르면, 여객기를 타는 순간 이 항공사의 오너이건 회사 임원이건 승객의 지위를 갖는다. 직원의 서비스 문제로 여객기를 되돌리는 조치(램프리턴)를 한다면 징역 10년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에는 '폭행·협박 또는 위계(僞計)로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뉴스

기장과 승무원 책임으로 몰아가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검찰도 이번 사건이 '황제 갑질'이라는 해프닝 정도가 아니라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검찰 쪽에서는 "국격까지 땅에 떨어뜨린 사건이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얘기도 흘리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시간끌기로 유야무야 시킬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규제당국이나 사법당국이 이 사건을 적당히 눈감아줄 것 같은 분위기가 우려되어서인지, 지금 미국에서는 "미국 땅에서 일어난 사건이니, 미국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지금 기장들과 승무원들은 소속사를 떠나서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에서 '램프 리턴'은 기장과 협의해서 기장이 한 행위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장들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미생>이라는 드라마 못봤냐. 오너와 기장이 협의하는 관계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 5일 뉴욕발 인천행 비행기에서 일어난 일을 돌이켜보자. 조현아 부사장은 1등석에서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째 준 것이 '매뉴얼에 어긋난다'고 따졌다고 한다. 그런데 항공계 종사자들은 조 부사장부터 매뉴얼을 어기게 만든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는 단계에서는 이륙하기 직전 사무장 이하 승무원들이 안전 점검에도 정신이 없을 정도이고, 기내 서비스를 제공할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너의 요구가 아니었다면, 승객이 땅콩을 달라고 요구해도 응하기 어려운 시간에 땅콩을 봉지째 서비스했다고 매뉴얼을 따지는 사태가 일어난 것에 항공계 종사자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면 '황제 진상' 사건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50명의 승객이 마치 조현아 부사장 전용기를 공짜로 얻어탄 신세로 만드는 일을 벌였다. 조 부사장은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 중에서 비상시 객실안전을 총지휘하는 선임승무원을 기내에서 강제로 내쫓아냈다.

일각에서는 '황제 갑질' 사건으로 대한항공의 숙원사업인 '7성급 호텔 건립'이 물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공주'가 대통령도 감히 상상도 못할 '램프 리턴'을 '시전'하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일대는 풍문여고, 덕성여고 등이 있어 학교보건법에 의한 '환경위생정화구역'이어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지난 3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는 학교 인근 호텔 건립 규제 문제가 대표적인 50여 개의 '손톱 밑 가시' 규제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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