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단통법]② 하향평준 '뭇매' 국회·정부 '네 탓'만

정부 '보이지 않는 손' 또 동원..정책 후진성 보여

"단통법 자체가 의원님들 입법으로 제정된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전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가운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한 발언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국회가 법을 만들고 시행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현상이 발생하자 책임을 정부로 떠넘기려는 의원들도 문제다. 하지만 미래부 장관 역시 주무부처장으로서 바른 답변은 아니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통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했던 정부와 법안을 실제로 통과시켜 제정한 국회가 네 탓 공방을 하고 있을 때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짜폰 시절만 생각했던 정책 '헛발질'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근본적 부분은 줄어든 보조금 액수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하향 평준화 됐다. 국회나 정부는 이통사·제조사가 보조금 경쟁을 펼치면서 공짜폰을 뿌릴 당시만 생각한 나머지 보조금이 줄어들 것이란 시나리오는 예상치 못했다. 보조금에 상한선만 설정한 것이 그 배경이다.
물론 보조금 하한선까지 두는 것은 과잉규제일 수 있다. 정부가 가격까지 통제하는 것은 옳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답이다. 실제로 정부는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 절감대책이라는 명목하에 초당 과금 전환, 문자메시지·가입비 무료, 중저가 요금제 다양화를 비롯해 최근 이통사·제조사 최고경영자(CEO)를 압박해 보조금 증액과 출고가 인하를 불러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때문에 법을 만들고 시행하려면 처음부터 정책철학과 원칙을 가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철학은 규제 철폐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드러내놓고 규제하는 편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성이 높다"면서 "겉으로는 규제를 줄이겠다고 말하고선 속으로는 규제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고 있으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래부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창조경제를 위해선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통신정책에선 역행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적정 가계통신비에 대한 국민 생각은…
그렇다면 이통사와 제조사는 이번 논지에서 피해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못하다.
단통법 시행전으로 돌아가 보자. 이통3사는 매년 7조∼8조원을 마케팅비로 썼다. 이중 대부분은 보조금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이미 이통3사 이익구조에서 7조∼8조원은 소비자 몫인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러니 단통법이 시행된 후에도 최소한 7조∼8조원은 보조금으로 균등하게 뿌려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통3사 입장에선 '가격 결정권은 기업에게 있다'라든지, '기업이익, 그것도 상장사 이익을 소비자가 마음대로 줄여라 늘려라 할 수 있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대규모 보조금을 뿌리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단물을 빨았던 이통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이미 이통사의 적정 이익규모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베일에 가려진 부분은 제조사 이익 규모다. 보조금 중 이통사와 제조사 몫이 분리돼 공시되지 않기 때문에 제조사가 얼마의 보조금을 썼는지, 그에 따라 소비자는 단말기 출고가를 얼마나 낮추는 것이 적정선이지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제조사도 상당액수의 판매장려금을 쓰고 있는 만큼, 그 정도의 단말기 출고가는 낮출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추정할 뿐이다.
즉, 보조금 액수가 적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 인식은 이통사와 제조사 스스로가 만든 결과물인 셈이다.
정의당, 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이 지난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비현실적 보조금 상한선 폐지,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 통신사 폭리 반환 등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여연대측은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이 분리되면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 거품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고 단말기 가격 인하를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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