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협동조합을 교육해야 할까?
협동조합의 7대 원칙 가운데 직원과 대중에 대한 교육의 원칙은 왜 들어갔을까? 아마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처럼 출자 지분에 따라 의결권이 인정되는 조직이라면 교육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지 모르겠다. 지분을 많이 가진 소수 사람이 결정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냥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닐뿐더러 말해도 반영되지 않고 묵살되기 십상이다.
협동조합이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를 위해 1인 1표 의결권을 가진다는 것은 출자 지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투표에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어떤 일이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의결권만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1인 1표가 의미 있게 행사되기 위해서는 각자 자기의 선택과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에 대해서 잘 알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조합원에 대한 교육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로치데일 협동조합 당시부터 여성을 비롯해 조합원에게 부여한 투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사실 끊임없는 교육이 있었기에 가치가 있었다. 왜 협동조합에서 거래하는 것이 좋은지, 협동조합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두 함께 조금씩 배려하는 것이 결국 어떻게 모두를 위해 이익이 되는지 등을 교육하는 것은 재화 또는 용역을 협동으로 구매·생산·판매·제공해 조합원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을 해나갈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인 것이다.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채 2년이 되지 않은 기간에 8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양적으로 팽창하는 이들 협동조합 중에는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상당수 협동조합은 아직 제대로 된 사업기반이 없어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협동조합은 우리가 이제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원리로 운영되는 사업조직이다. 기존 사업체는 개인 혹은 공동으로 출자하고 지분만큼 경영권을 행사하고 이익을 챙겨가는 것이 당연했다. 이와 달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출자 금액에 상관없이 1인 1표의 의사결정권을 가진다는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는 대단히 신선하고 매력적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을 하면서 부딪치는 구체적인 사안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의논과 회의를 하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를 하며 논의가 맴돌고 있을 때 차라리 지분이 많은 사람의 강력한 카리스마 있는 결정이 간절할 때도 있지 않은가.
이런 삐걱거림과 의견 차이의 많은 부분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할 때가 많다. 출자하고 조합원이 되어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여러 단계의 교육을 받는다. 이제 협동조합의 정체성이나 7대 원칙 등은 그냥 입으로 술술 얘기할 정도로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구체적 상황과 만나 가슴으로, 몸으로 아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니 협동조합 교육은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이때까지 제대로 된 협동조합을 알지 못했다. 기껏 생협이나 한살림 등에서 양질의 믿을만한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소비자로 이용해보는 게 고작이었다. 이에 협동조합 교육은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개별적인 협동조합 운영을 원활하게 하고,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한 시너지 상승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조합원에 의해, 조합원을 위해, 조합원 스스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의 수업일기 한 대목을 보자.
오늘 4교시 모둠 수업을 했다. ‘눈보라에서 살아남기’ 상황 설명문과 활동지를 나누어주었다. 눈보라가 치는 겨울날, 여럿이 차를 타고 가다가 미끄러져 전복되고 길을 잃었다. 길을 찾거나 구조될 때까지 차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이용해 살아남아야 한다. 지도, 나침반, 거울, 기름, 칼, 엽총, 호스, 휠캡, 담요, 육포 등의 물건을 어떻게 쓸 것인지 중요한 순서를 먼저 본인이 정하고 조별로 서로 의견을 나누며 그룹이 순서를 정한다. 친구 얘기를 들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물건의 쓰임새를 알게 되고 의견이 서로 다를 때 내 의견을 주장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활동이다. 그런데 조별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서 이유를 알아보니‘저 얘랑 안 친해요’한다. 순간 깜짝 놀랐다. 한 반에서 한 학기를 보낸 학생들끼리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머리를 한 대 쥐어박힌 기분이다. 뭐가 잘 못 된 거지?
한 교실에 30명 남짓한 학생들이 모여 1년을 지내는 교실에서 서로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친한 아이가 아니면 한 학급에 있어도 친구가 아니고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도 않고, 말을 걸고 싶어 하지도 않는 관계. 요즘 10대들의 교실 풍경이다. 욕을 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고 잦은 왕따와 위태로운 학교폭력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이런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금지와 억압 위주의 생활지도와 지나친 경쟁적 입시 교육을 그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의 한 방편으로 상벌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염색이나 파마를 했을 때, 교복을 똑바로 입지 않았을 때를 비롯해 다양한 금지사항을 어겼을 때 벌점을 준다. 문제는 친구가 담배를 피우거나, 오토바이를 탔다거나 학교에서 금지하고 있는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을 학교에 알릴 때 상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벌점이 누적되어 학생부 징계가 염려될 때 상점을 받아 상쇄하기 위해 친구를 ‘이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낀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학교의 평가는 본래 목적과는 별개로 진학에서 사정 자료로 제공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다. 모든 교과는 철저하게 1등급에서 9등급까지 나누어진다. 아이들은 ‘우리가 돼지고기냐’고 묻는다. 동점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문항 배점을 소수점으로 구분하고, 그러고도 동점이 생길 경우 우선순위를 매겨 두 줄, 세 줄도 아닌 철저하게 한 줄로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학업의 성취도를 평가한다는 목적으로 실시한다던 일제고사는 한 학교 내 학생들 간 줄 세우기에 그치지 않고 학교 간 줄 세우기로 본래 취지가 바뀌었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학교는 교사 간 경쟁을 불러와 급기야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시험 응시를 교묘한 방법으로 회피하게 만들기도 했다.
학교 교육의 기본 시스템이 이러할진대 인성교육과 창의교육, 시민교육이 지향하는 가치교육이 몸으로 익혀질 공간은 한없이 좁은 틈새일 뿐이다. 학생들은 협동과 공동체, 공존의 가치 따위는 교과서 속에서 지식으로 배워 시험 치는 데 써먹을 뿐 생활 속에서 몸으로 익히지 못한다. 말로 하는 모든 교육이 공염불이 될 수 있음을 아주 예민한 센서를 가진 학생들은 누구보다 본능적으로 안다. 학교가 아주 세련된 포장을 한 정글이 되어가고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이 속에서 ‘협동’은 도대체 어느 틈새에 비집고 들어설 수 있을까?
스위스 공립학교에서는 같은 반 학생을 몇 개조로 나눠서 공동 학습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태도를 어려서부터 익히게 하기 위함이다. 또 정답을 요구하기보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스스로 찾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경쟁과 협동이 책 속에서가 아니라 실천 속에서 그 가치를 느끼게 하고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닌, 둘 이상이 될 수 있는 학습이 가정과 학교 교육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영국의 협동조합학교 방문단에 참여했던 이대중 전 기획재정부 협동조합팀장은 “최근 협동조합학교로 전환한 영국 일반 학교들의 성과와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 협동조합학교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며,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는 협동에 능동적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폭력 감소와 성적향상 같은 외형적 성과 이상으로 공동생활에 참여하고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태도 부분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협동조합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활동 등으로 협동조합을 꾸려 운영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모 고등학교에서는 출신 지역이 다양한 선생님들의 고향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위탁 판매한다. 직접 농사지은 채소와 과일, 된장, 고추장부터 참깨와 고춧가루, 감자와 양파, 고구마까지 다양하다. 동료 선생님의 부모나 형제가 생산한 것이라 믿을만하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생산하는 이들도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아 적정한 가격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판로 걱정까지 덜었다는 점에 만족해한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의 마음을 배운다. 과일이나 감자의 크기와 상태가 균일하지 않더라도 불평하지 않는 선생님들과 주문한 물건 외에 ‘상품’이 아닌 다른 먹거리를 상자에 넣어 보내주는 선생님 가족들은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 이상의 끈끈함이 있다.
매월 한 차례 ‘아나바다’ 장터를 열어 자원도 절약하고, 수업시간이나 동아리 활동 시간에 친구들이 만든 천연 비누나 수제 쿠키, 인형 같은 것을 위탁 판매하면서 협동조합을 체험하기도 한다. 학교에서의 이런 활동은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협동조합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어 좋다.
중소기업청에서는 비즈니스 스쿨(비즈쿨)이란 프로젝트로 전문계 고등학교에 창업 의욕을 함양하고 경영, 회계, 마케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창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교육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협동조합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하거나 동아리를 선정해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사업 아이디어 발굴을 비롯해 사람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가 가진 자원을 공유하고 진로 결정 시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인 협동조합 교육은 실제로 협동조합 운영에 참여하고 조합원으로서 이용해보는 것이다.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누릴 수 있는 이익이란 어떤 형태인지, 이익을 어떻게 분배해서 어디에 쓸 것인지를 결정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내용이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협동’의 좋은 점을 몸으로 부딪쳐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교육(경험)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판매할 물품을 고르는 일부터 문 여는 시간을 정하고 수익금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학생들을 깨어나게 한다. 협동조합이 뭔지도 모르던 학생들은 스스로 인터넷을 찾아 협동조합 역사와 7대 원칙을 공부해 친구들에게 알리고 홍보하면서 함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협동조합의 가치에 공감해 발기인이 돼 교육을 받고 다른 지역에서 성공적 운영을 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을 찾아 벤치마킹을 하면서 자신들이 만들어 갈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꿈을 키우기도 했다. 학생들은 발기인 모임이나 이사회에서 한 발언이 선생님들이나 학부모의 의견과 같이 존중받은 것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한다. 한 학생은 이사로 나서면서 학생회 활동을 할 때와 비교해 의견이 묵살되지 않고 반영되니까 오히려 책임감이 커진다는 얘기를 해서 교사들이 머쓱해 하기도 했다.
학교 협동조합 교육의 기대효과는?
경기도교육청에서 2013년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해 학교협동조합형 매점설립을 시범사업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5개 학교가 선정돼 추진된 시범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우선 국‧공유시설 임대차에 대해 최고가 입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실정법을 넘어서야 했다. 또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얻는 과정에서 학교 매점이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교육부와 기재부가 핑퐁 게임을 하면서 동력이 떨어졌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서 협동조합으로 매점을 열 때 시설비를 지원한다는 것에 솔깃해 시범사업을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어떤 학교는 협동조합 관련, 발기인 모임과 이사회 등을 한 것처럼 대충 서류상으로만 꾸며서 진행하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협동조합은 학생들의 시민의식, 주인의식이 놀랍게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용인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교협동조합 매점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는 폭발적이었다. 학생 이사를 뽑는다고 하니 너도나도 이사를 하겠다고 나섰고 다양한 의견을 냈다. 한 학생은 매점에서 판매하는 빵을 동네 빵집에서 납품받겠다고 했다. 동네에 좋은 재료를 써서 아주 맛있게 빵을 만드는 믿을만한 빵집이 있는데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장사가 잘 안 돼 고민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에 기여하고 연대하는 협동조합의 정신에도 맞다며 다른 것들도 이런 곳을 찾아보겠노라는 말을 했다. 학생들이 협동조합의 정신과 원칙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 듣고 있던 학부모와 교사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성남 복정고등학교 학생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만하다. 다음은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발기인 모임에서 학생들이 제안한 내용이다.
· 저녁까지 도서실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들이 저녁 먹기가 힘들다. 매점 시간을 연장해서 건강하고 값싼 저녁거리를 제공하면 좋겠다.
· 친구들 중에 아르바이트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 매점에서 일하게 되면 수업에도 덜 지장 받고 임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 매점에서 일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
· 용돈이 떨어져 배고플 때가 있다. 학생들이 외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약속을 못 지키면 일을 하는 벌을 받겠다.
·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꿈인 친구들도 있다. 매점 경영에 참여해서 경영 수업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손재주가 있는 친구들이 만든 작품이나 동아리 활동으로 만든 물건들을 대신 팔아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집으로 갈 때 셔틀버스를 제공할 수는 없을까?
이처럼 학부모와 교사인 어른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학생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들을 제안해서 어른 발기인들을 깜짝 놀라게도 했다.
개점을 앞두고 학부모와 교사인 이사들은 매점 형태를 편의점처럼 학생이 들어와 필요한 물건을 골라가게 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학생들은 혹시 분실이나 도난이 생길 경우, 친구들끼리 서로 의심하게 돼 오히려 좋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학교협동조합인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하자는 어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방법적인 면에서 좀 더 현실적인 안을 낸 것이다.
결국, 학생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까이 있는 친구들의 학교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인 것이다. 결론은 쉬는 시간 10분, 점심시간 50분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학생이 몰리고 매점 공간도 좁은 ‘학교협동조합 매점’의 특성을 고려해 카운터 밖에서 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스스로의 문제라고 여길 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기대 이상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그저 학생들을 믿고 지켜보며 기다려 주었을 뿐이다.
한편,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해 드러나는 문제도 있었다. 학교라는 특성상 발기인 모임이나 이사회를 여는 것이 모두 학사 일정과 관련하여 선생님들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수업이 있거나 방과 후 수업, 또는 갑작스런 일이 생겨 교사가 참여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문제는 교사가 불참한 이사회에서 결정된 일이 뒤늦게 무산되거나 변경되는 경우다. 실제로 어떤 학교에서 개점을 앞두고 시식회를 통해 판매 물품을 선정하기로 하고 업체를 섭외했다. 그런데 학사 일정 상 불가하다며 날짜를 변경하게 돼 여러 업체에 다시 연락을 해야만 하는 곤혹스런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좋은 스펙을 가진 20대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생을 하고 있다.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서로 차지하기 위한 의자 놀이처럼 취업을 하는 것이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취업 후엔 비정규직 같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려 고생을 한다. 20대 상당수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며 양극화가 진행되고 과도한 부채와 불공정한 기회 때문에 앞으로 계층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를 만들고 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자식들은 결국 나이가 들어도 부모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돼 부모의 노후 생활을 위협한다.
UN이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제정하면서 주목한 것은 협동조합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의 대안 역할을 하며, 지속 가능한 생산, 자발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Co-operative Enterprises Build A Better World) 사회적 기능과 파급효과였다.
2008년 미국발 국제 금융 위기에서 보았듯이 이제 한 나라의 경제위기는 아마존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에 폭풍을 일으킨다는 말처럼 그 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전파된다. 세계 경제의 불황 속에 대부분 기업과 금융기관은 직원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이탈리아 볼로냐와 스페인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이 강한 지역에서 되레 새로운 고용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협동조합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입시교육을 핑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좁은 경로에 많은 학생을 한꺼번에 몰아넣는 식의 무한 경쟁은 그 치열성 만큼이나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고 탈락한 이들을 고스란히 사회의 짐으로 만든다. 협동조합 교육은 세상에 나가 당당하고 자주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르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 함께 힘을 모으고 나누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교육감이 내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슬로건을 구체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삶에 있어 선택지 하나를 더 가진다는 것은 삶을 더 풍요롭고 여유 있게 할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이웃과 동료와 더불어 살아가는 구체적 실천이 가능한 협동조합이라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교육의 목표는 세계의 이치나 의미, 그리고 삶의 본질이나 맥락을 바르게 이해해 삶에서 직면한 문제를 발견하고 협력적 배려와 나눔의 정신으로 공동체 발전에 참여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가진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다. 이는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인간상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협동조합형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토론을 했다. 간절하게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적어 보았더니 놀랍게도 협동조합의 7대 원칙과 일치했다고 한다. 현재의 경쟁중심 입시교육 위주에서 협동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협동으로 협동조합하라'는 말이 있다. 마음 맞는 사람 다섯 이상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은 얼핏 간단한 문제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용을 채우고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남는 것을 넘어 목적하는 사업을 이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협동조합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서 협동조합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 현장 교사 대부분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다양한 연수 과정을 개발해 교사에게 협동조합을 알리고, 학교 내에서 여러 가지 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말한다. “자기가 배운 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협동을 배워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75억의 인구가 살아가는 좁아진 지구에서 혼자 잘 살기를 꿈꿀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격월간 교육전문지 <민들레>와 함께 대안적인 삶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민들레>는 1999년 창간 이래,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구현하고자 출판 및 교육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은 곧 학교 교육'이라는 통념을 깨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다양한 배움'의 길을 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민들레>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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