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값도 통신비도 비싸…한국 소비자만 '호갱님'

여야, '단통법' 소비자 부담 지적…최양희 "분리공시 무산, 삼성전자 의견 때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미래창조과학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전후 이어진 가계 통신비 부담 논란과 관련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단통법 시행 이후 이용자들의 체감 통신비가 오히려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삼성전자) 갤럭시S5의 경우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평균 20만 원의 보조금이 사용됐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8만6000원으로 오히려 약60%나 감소했다"고 했다.

권 의원은 "시행 이후 달라질 보조금 변화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시장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더욱 면밀하게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단통법 시행 전·후 단말기 보조금 지원 규모 차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의원은 한 휴대폰대리점의 사례를 들어 "갤럭시 노트3의 경우 법 시행 이전 오프라인에서 58만7000원, 온라인에서 43만7000원이었는데 시행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모두 87만 원으로 각각 80%, 41% (소비자) 부담이 증가했다"며 "G3의 경우 시행 이전 오프라인 50만4000원, 온라인 35만4000원이었던 반면 시행 이후 72만8500원으로 각각 106%, 45% 증가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고객 감소로 휴대폰 판매점 또한 심각한 타격에 처했다"며 이 대리점의 경우 판매량이 월 평균 80대 수준에서 15대로 급감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최원식 의원은 "2011년 14만3000원이었던 월 평균 가계통신비가 2년 만에 15만3000원(올해 1분기는 15만9400원)으로 더 올랐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제조사와 관련이 깊은 단말기 보조금 뿐만 아니라, 통신사가 책정하는 통신요금에 대해서도 '원가 부풀리기' 문제를 거론하며 "미래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에 필요한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질책했다.

최 의원은 지난달 서영교 의원에 의해 알려진 감사원의 미래부 감사 내용을 인용 "미래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와 제49조에 의거 통신사업자가 매년 제출하는 총괄원가의 내용을 검증하고 공급비용을 고려해 개별 통신요금을 인가해 주고 있으나,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2010년부터 3년간 통신사가 마케팅비·투자보수율·법인세 등을 부풀려 22조 원 수준의 원가를 부풀렸는데도 미래부가 내버려뒀다"면서 "미래부가 통신사의 '원가 부풀리기'를 눈감아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고가 20만 원짜리 휴대전화가 90만 원으로 부풀려져"

보조금 적용을 논하기 이전에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 자체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은 일반형과 고가(高價)형 모두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단말기 공급가가 가장 비싼 나라라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물가가 비싼 미국, 일본을 포함한 결과다. 일반형 단말기 공급가는 2013년 평균 230.56달러로 2위 일본(200.72달러)을 제쳤고, 고가형 역시 한국은 2013년 평균 512.24달러로, 2위인 미국(505.38달러)을 앞질렀다. 한국은 스마트폰 교체율과 교체 주기 역시 OECD 1위로 나타났다. 2013년 한국의 스마트폰 교체율은 77.1%, 교체 주기는 15.6개월로 나타났다.

문 의원은 또 스마트폰 단말기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다고 지적했다. 수출가는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국내 고객들을 '봉'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문 의원에 따르면, 올해 9월말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의 국내 출고가는 95만7000원인데 미국 내 출고가는 825.99달러(약 87만6788원)으로 국내가 8만 원가량 더 비쌌다. 지난 5월 출시된 LG의 G3 역시 국내 출고가는 89만9800원이었던 반면 미국 내 출고가는 579.99달러(약 61만5659원)으로 무려 30만 원 가까이 더 비쌌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은 전화기 출고가 자체가 부풀려진 정황이 의심된다며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문건을 공개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20만원 초중반대인 단말기 원가에 장려금과 보조금을 더해 출고가를 90만 원 가까이 부풀렸다.

우 의원은 "(문건을 보면) 삼성전자는 네트가(원가) 21만9200원에 대리점마진 5만 원을 더해 소비자가격을 25만9200원으로 책정하고, 여기에 장려금과 보조금을 붙여 출고가를 무려 91만3300원에 하자고 제안한다"며 "LG유플러스는 동일 제품에 대해 (원가) 18만7600원에 대리점마진 5만 원을 붙여 소비자가격 23만7600원을 제안하고 출고가 89만1900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공정위 문건에는 당사자인 삼성전자 간부의 진술서도 포함돼 있는데, 삼성전자 모 부장은 이 진술서에서 "보조금이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제조사의 최소한의 수익 달성을 위해 신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보조금을 반영해 단말기 가격이 높아진 것"이라고 '부풀리기'를 인정하고 있다.

이 부장은 또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출고가로 단말기의 성능을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고가가 높은 단말기일수록 좋은 단말기라고 생각한다"며 "고가의 단말기를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받고 싸게 샀다고 소비자가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싼 것을 싸게 산다고 할 때 훨씬 많은 구매를 한다"며 "이동통신사업자는 출고가를 높임으로써 할부원금 등을 높이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자신의 서비스에 락인(Lock-in) 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우 의원은 이에 대해 "소비자를 기망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양희 "분리공시, 삼성 의견 때문…분리공시가 영업비밀 침해 안해" 최경환 비판?

한편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이 '미래부는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데에 찬성이었는데, 기획재정부는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취지로 묻자 "기재부가 삼성전자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그런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분리공시에 반대한 적 없다'고 밝힌 것과는 모순된다.

최 장관은 삼성전자 측이 '분리공시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있고 중복된 규제'라고 주장하며 분리공시안을 강하게 반대해온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제조사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게 (분리공시를) 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앞서 단통법 시행 이전, 주무부인 미래부는 분리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달 24일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회의 결과 분리공시 부분은 삭제된 채로 법이 시행되게 됐다. 단말기 제조사 중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외한 팬택과 LG전자는 공식 반대 입장은 아니었고, 이동통신 3사는 찬성 입장이었다.

송 의원은 "분리공시 무산은 정부가 전 국민의 통신비 절감보다 삼성전자 입김에 휘둘린 사례"라며 "삼성전자 대변자로 전락한 기재부와 이를 막지 못한 미래부는 단통법 실패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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