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반도는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호흡기에 흡착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로 황사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리고 이 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모래바람, 즉 '황사'가 있어야 한반도까지 전달될 수 있다.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중국의 공단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 미세먼지를 한반도까지 전달하는 데는 몽골에서 발생하는 황사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황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몽골의 사막화에서 출발한다.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은 그래서 몽골 사막화를 막는 것이 아시아 전체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 총장은 "몽골의 사막화 방지는 한반도에 오는 미세먼지의 근원을 막는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몽골의 사막화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사막이 돼버린 땅에 나무와 풀을 심으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몽골 사막화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몽골의 사막화로 인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환경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가 발생하기 전, 가축을 끌고 다니며 유목 생활을 했다. 하지만 사막화로 땅이 황폐해지자 가축이 먹을 풀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이들은 생계수단인 가축과 삶의 터전인 초원을 모두 잃어버렸다.
오 총장은 사막화를 막는 것, 그리고 이들 환경 난민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푸른아시아'는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으며 하나의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오 총장은 "푸른아시아 모델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선'은 기본적으로 주는 사람이 무엇을 줄지 결정하는 구조이지만, 우리 모델은 받는 사람이 결정하는 방식"이라며 "주는 사람은 기후변화를 일으킨 책임과 의무가 있고, 받는 사람은 이에 대한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제1회 테렐지 포럼이 열렸던 몽골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9일(현지시각)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 몽골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막화 방지활동,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인가요?
오기출 : 사막화가 진행된 땅에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일정 규모의 땅에 바깥에는 방풍림을 두르고, 안쪽에는 과일나무 등 환금성 작물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무를 심어서 사막화가 된 지역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어 놓으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부를 가진 사람들이 그 땅을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럼 거기서 일한 주민들은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셈이죠.
그래서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나무를 심고 그 안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자립모델'을 만드는 활동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이 땅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막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른바 '환경난민'들의 새로운 삶의 공간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프레시안 : 처음에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오기출 : 처음에는 나무만 심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막으로 변한 땅에 나무가 생기고 풀이 생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초기에 몽골 사람들의 유목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목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양이나 염소 등 가축들입니다. 그런데 나무는 가축들을 지켜보는 데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유목민들에게 나무는 베어버려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물이 귀한 곳입니다. 물이 신성한 대상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베어야 할 대상인 나무를 심고 거기다가 신성하게 여기는 물을 주고 있으니 유목민들이 우리를 얼마나 한심스럽게 생각했겠습니까.
그런데 나무를 심고 풀이 자라면서 가축들이 모여드니까 유목민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막화된 땅에 울타리를 세우고 안쪽에 나무를 심다 보니 울타리 주위로 풀이 자라기 시작했는데요. 가축들이 풀을 뜯어먹기 위해 울타리로 모여들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한 활동이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가축들에게 먹이를 제공할 수 있는 공급원을 만들기도 한 셈이 됐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왜 우리는 나무만 심었을까"라는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현지인들과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말입니다. 그때부터 현지인들의 참여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안 : 현지 주민들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했나요?
오기출 : 조림지에 현지인들을 고용하고 월급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몽골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 150km 정도 떨어진 '바가노르'라는 지역에서 시작했는데, 이 지역은 석탄 광산이 있는 곳입니다. 개발을 가속화하다보니 사막화가 심해진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의 사막화 방지 사업에 호의적이었습니다. 월급을 주고 주민들과 함께하니 나무의 생존율이 95%까지 치솟았습니다. 유럽의 유명한 환경 교사가 환경 교육의 장으로 우리 조림지를 선택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사례를 보면서 개인에게 나무를 나눠주거나 개별적으로 소유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 조림지가 공동의 소유,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져야 우리가 떠나더라도 주민들이 계속 여기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그래야 조림지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죠. 그래서 현지 주민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자립모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 환경난민으로 전락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자립모델이 필요했습니다. 사막화로 인해 더 이상 유목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나무 심기와 작물 재배를 통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궈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막화는 현지 주민들의 삶을 붕괴시킵니다. 그래서 사막화를 막는 것은 빈곤을 막는 것과 연결돼있습니다. 2001년과 2010년 기후 문제로 가축들이 집단 폐사하는 '대재앙'이 발생하면서 가축을 잃어버린 유목민들은 쓰레기를 주워 삶을 연명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막화로 가축을 잃으면 바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죠.
프레시안 : 그런데 처음에 현지 주민들은 협동조합 형태의 조림지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조림지가 자신들의 소유가 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면서요?
오기출 : 자립모델을 만들던 2007년 초기, 주민들은 농사를 지으면 그 수확물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결국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다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회의원이든 솜장(우리나라의 군수에 해당)이든 일하지 않으면 감자 한 톨도 못 가져가게 할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이듬해 가을 감자를 수확했을 때 우리는 주민들에게 스스로 분배를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수확을 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자문 정도의 역할만 수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30%는 내년에 또 심어야 하니까 씨감자로 남겨두고 60%는 분배를 하는 방식을 권한다든지. 그랬더니 주민들은 회의를 통해 스스로 분배를 결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스스로 결정하는 법, 그리고 이 땅에 자신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운영되던 와중에 2012년 해당 조림지가 위치해 있는 곳의 솜장이 바뀌었는데, 이 솜장이 전임자와는 달리 조림지를 탐내기 시작했습니다. 솜장은 이걸 왜 협동조합으로 만드느냐, 솜(행정단위, 군)이 소유권을 갖는 기업으로 만들자고 압력을 가했습니다. 그러자 주민들이 강하게 항의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솜장의 의도는 관철되지 않았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좀 의문이 드는데요. 몽골 사막화가 심각한 수준이면 대체 몽골 정부는 왜 사막화 방지 사업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인가요?
오기출 : 자금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몽골 정부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예산이 별로 없습니다. 일례로 중국에도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몽골은 그렇지 않습니다. 몽골 인구가 290만인데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노동자가 전체 GDP의 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제 구조 자체가 취약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NGO가 들어와서 사막화 방지 활동을 하고 있으니 몽골 정부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몽골 정부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우호적입니다.
프레시안 : 몽골 내에서 푸른아시아와 같은 활동을 하는 다른 단체도 있나요?
오기출 : 없습니다. 단순한 조림이 아니라 현지 주민의 생존 방식(협동조합)까지 만들어낸 모델은 푸른아시아가 유일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올해는 유엔 사막화 방지협약이 2011년 제정한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도 수상하게 됐습니다. 유엔은 푸른아시아의 모델이 다른 곳에서 배우기 쉽고, 사람들의 욕구를 건드리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푸른아시아 모델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인권에 기반한 접근을 지향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각자의 존엄성을 갖고 스스로 활동해서 삶을 변화시키는 모델이죠. '자선'은 기본적으로 주는 사람이 무엇을 줄지 결정하는 구조이지만, 우리 모델은 받는 사람이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주는 사람은 기후변화를 일으킨 책임과 의무가 있고, 받는 사람은 이에 대한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물론 조림지가 삶의 터전인 현지 주민들에게 이에 합당한 책임감도 요구합니다. 당신들이 주인이니까 당신들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죠. 앞에서 소개해드린 솜장과의 갈등에서도 우리는 주민들 대신 싸워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해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진정한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고, 이것이 동력이 돼서 계속 조림지를 일궈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몽골 사막화 방지,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프레시안 : 15년 동안 사막화 방지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한국 사람이 몽골 사막화 방지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되지는 않는 측면이 있는데요.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오기출 : 한국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인 1996년, 한국에서는 이제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이라는 국가 범위를 넘어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한국 내에서 생각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1997년부터 일본, 중국, 몽골, 대만 등 주변 국가에서 아시아의 미래와 시민들의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질만한 정부, 단체, 전문가와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98년 '아시아 시민들의 미래'를 주제로 서울에서 첫 포럼을 열었고 이듬해에는 일본의 요코하마에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두 번의 회의를 거치면서 아시아 시민들의 미래가 불안한 원인에는 금융변화와 기후변화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중 정부와 기업이 할 수 없고, 하지 못하고, 하지 않는 일에서 시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후변화 문제에서 공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결정 났습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가장 기후변화가 심각한 곳이 몽골이었습니다. 당시부터 국제사회는 몽골 국토의 90%가 사막으로 변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공동 실천과제로 다뤄보기로 하고 2000년부터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프레시안 : 기후변화는 심각한 문제인데 한국에서는 2000년이나 지금이나 기후변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올겨울 맹위를 떨쳤던 미세먼지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데 말이죠.
오기출 :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구분하는데 발생하는 원리는 같습니다. 몽골 황사 발원지부터 시작해서 중국 내몽고를 거쳐 한반도로 오는 것인데, 내몽고의 바오터우(包頭)시는 중국 3대 공업단지 중 하나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화력 발전소도 이곳에 있구요. 여기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를 타고 베이징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몽골의 사막화 방지는 한반도에 오는 미세먼지의 근원을 막는 중요한 일입니다.
프레시안 : 몽골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기후 변화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면서요?
오기출 : 전 세계 10대 기후변화 피해 지역 중 1등에서 7등까지가 아시아 지역입니다. 전체 면적 대비 사막화 정도 역시 아시아가 36%로 아프리카의 32%보다 높습니다. 환경 난민 숫자도 2009년에 1900만 명이었는데, 불과 2년 뒤인 2011년에는 4700만 명으로 늘어났는데요. 대다수가 아시아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킨 나라들인 한국·중국·일본·대만·러시아 등 산업화 국가들이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지역인 몽골·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은 기후변화로 입은 피해를 받을 권리가 있구요.
이를 실행하려면 아시아차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테라시아(Terrasia) 프로젝트' 가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테라시아는 'Terra'(땅)과 'Asia'가 합쳐진 말로 아시아의 땅을 살리자는 의미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프리카의 땅을 살리자는 테라프리카(Terrafrica)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활동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테라시아 프로젝트를 통해 테라프리카가 그랬던 것처럼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정책을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돈을 지원해주는 문제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정책·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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