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넘어선 두려움…국민이 나서야 한다"

[기고] 세월호 단식장에서

실로 오랜만에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서슬 퍼런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이십대의 기억을 뒤로 하고 귀밑머리 하얘져서 광화문 길거리 천막 단식장에 앉아 있다. 사실 이 단식 참여는 미안함의 발로가 컸다. 잊지 않겠다고 했고 가만있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SNS에 글을 올리고 감정을 토로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늦게나마 이런 공간이 마련 돼서 동참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미안함을 상쇄할 수 있었기에….

아침에 단식장으로 나오는데 고등학생 아들이 격려인사를 건넸다. 아들이 전하는 그 푸근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온기였고 에너지였다. 나 역시 부모다. 단식장에서 한 달 여 넘게 곡기를 끊은 유민이 아버지를 보면서 새삼 자식 잃은 그 애절함에 가슴이 미어진다. 누구든 자식 가진 부모라면 역지사지로 상상해 보라. 학창시절 가장 즐거운 추억이 될 수학여행을 떠난 사랑스런 자식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더욱이 그 과정이 충분히 구조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온통 비상식적인 일들로 인해 금쪽같은 자식을 잃었다면…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유가족의 행동과 요구사항은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상황에서 출발했다.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 왜 죽었는지 진실은 무엇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이것은 이런 잘못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적 참사가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기도 하고, 잘못된 사항을 바로잡는 것과 동시에 책임질 사람이 누군지를 명확히 밝히자는 것일 뿐이다. 그래야 용서도 가능하고, 아픔을 딛고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눈물을 기억한다. 철저히 규명하고 국가개조에 가까운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고 발생 넉달이 되도록 유가족들은, 자식 잃은 부모들은 길거리에서 단식을 하고, 서명을 받으려 거리에 서 있다. 어느 것도 규명되지 않았고,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이젠 분노를 넘어서 두렵다. 정녕 이렇게 묻으려는 것일까? 기억에 군부독재 하에서도 이렇듯 생명을 경시하고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이진 않은 것 같다. 세월호 참사에 밝히기 두려운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너무도 당연한 유가족의 요구를 반영한 특별법 제정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아주 쉬운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 당연함이 관철되지 못하고 무책임한 사회를 강화하고 있는 지금, 결국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행동하는 때가 된 것 같다. 막상 이 단식장에 나서고 나니 그간 모든 것을 짓눌렀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했던 무기력이 해소되는 듯 하다. 가슴이 움직이는 대로 상식이 판단하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안타까와 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잘못된 정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행동하지 않기에 이런 무책임 더 구축되는 것은 아닐까?

영화인들이 차지한 단식장 바로 앞엔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아이들의 마지막 동영상과 유가족의 가슴 아픈 인터뷰가 계속 흐르고 있다.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그 가슴아픈 영상과 목소리를 듣고 있다.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흐르고, 자식 잃은 부모의 절규엔 같은 가슴이 되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이 감정 때문이 아니고 다시는 이런 일을 반족하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임을 우리 모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생명을 경시하고 무책임한 사회가 아님을 보여주자. 그러기 위해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국가가 국민이기에 행동해야 한다. 분노만 하지 말고, 혀만 차지 말고 집 앞으로 나서야 한다.
광화문 광장을 지키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 희망도 함께 본다. 비가 그친 오후, 서늘한 바람이 광화문에 불어오고 있다. 더운 여름을 보내듯 이 바람을 맞으면서 행동하는 국민이 만드는 생명을 존중하는 따뜻하고 사회를 그려본다.

끝으로 한 달여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유민 아버지를 비롯한 유가족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