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공포, 앞으로 70년 이상 계속된다

"직업성 피해 더 많은데도 산재 입증 어려워…환경 구제는 미미"

올해 나이 60세. 정 모 씨는 8년째 암과 투병 중이다. 석면 때문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악성 중피종암, 일명 '석면암'과 싸우고 있다. 스물 네 살 때부터 7년간 석면 원료로 심지를 제작하는 조광산업에서 일했고, 그 이후에도 1년여간 석면 자재를 취급하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는 정 씨. 2006년 암 진단을 받고 보니 잠복기만 무려 28년이다.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는 이미 찾기 어려웠다. 그가 일했던 조광산업은 폐업했고, 건설현장 직업력도 찾기 어려웠다. 2011년부터 시행된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환경 피해 구제'는 일부 있었지만, 이는 산업 재해로 인정될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상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9일 환경보건시민센터·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소는, 환경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석면 피해 구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와 같은 정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석면 피해자의 상당수가 정 씨처럼 직업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법에 따라 구제를 인정받은 1426명(환자 902명, 사망자 524명) 가운데 1344명을 대상으로 노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직업성 석면 노출 피해자는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석면 질환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10~40년으로 굉장히 길다. 발병 때엔 이미 피해자가 퇴직을 했거나 사업장이 폐업한 경우가 상당수다. 직업력을 인정받을 방법이 없어 법에 따른 '환경 피해 구제'를 받게 되면 보험금은 600~4800만 원 수준이다. 산재보험금이 2~3년 생존 시 적어도 1억10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 2009년 석면이 검출돼 사회적 논란이 됐던 서울 왕십리 뉴타운 지역 홍익어린이집. ⓒ프레시안 자료사진

석면 피해 2090년까지 계속…"인정 기준 현실화해야"

직업성과 환경성을 모두 포함한 분석 결과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환경공단의 심의 건수 대비 인정 건수(인정률)는 2012년 이후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2011년 인정률은 65.5%, 2012년은 68.3%였다가 지난해에는 62.1%, 올해 상반기에는 50%까지 떨어졌다. 평균 인정률은 63.2%에 불과하다.

특히 원발성 석면 폐암의 경우 올해 상반기 인정률은 17.5%, 폐암의 인정률은 31%로 석면암 구제율 평균 71%보다 한참 낮았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인정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며 "폐암은 흡연 등 다른 발암 요인이 많아 특별히 엄격한 인정 기준을 두었는데, 이는 흡연자가 석면에 동시 노출되면 폐암 발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석면 피해자는 2090년께까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에 석면 사용을 금지한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2009년에야 신규 석면 사용을 금지했다. 그런 탓에 "석면 질환 피해는 2030년께 최고조에 달해 직업성 석면 피해는 2050년까지, 환경성 피해는 마지막 생산 석면 건축제품의 수명이 다하는 2050년에서 40년 뒤인 2090년까지 계속될 것"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이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할 직업성 석면 피해자들이 여러 가지 제도적 미비로 매우 낮은 수준의 환경 피해 구제만을 인정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환경성 석면 피해자도 산업재해보험 수준의 구제가 가능토록 제도 개선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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