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첩 증거 조작 관여해놓고 여전히 '떳떳'?

대법원 상고 강행…담당 검사들은 형사 처분 대신 내부 징계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들에 대해 '정직' 1개월, 당시 부장 검사에 대해서는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1일 감찰위원회를 열고 "공판 관여 검사들의 직무 태만 등 비위혐의가 인정돼 정직을, 상급자인 부장검사는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과오가 인정돼 감봉을 권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찰본부는 특히 공소 유지를 담당한 두 검사에 대해 △출입경 기록이 국정원 협조자로부터 확보된 것임에도 마치 대검이 직접 입수한 것처럼 표현한 점,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 기록과 사실확인서 2부에 대한 확인 조치를 소홀히 한 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점, △유 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태만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 <뉴스타파> 화면 캡처 ⓒ뉴스타파


위원회는 그러나 당시 차장검사에 대해선 증거제출 등 문제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권고하기로 했다.

감찰본부는 이같은 의견을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권고했고, 김 총장은 이를 수용해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징계 범위에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정직은 일정 기간 동안 공무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보수의 3분의 2를 감하는 처분이다.

증거 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 3명과 조력자 1명을 사법처리했으나 담당 검사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으며, 김 총장 지시로 내부 감찰을 벌여왔다.

간첩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 변론을 맡고 있는 김용민 변호사는 "감찰본부가 지적한 태만은 사실상 '고의에 가까운 직무 태만'으로 봐야 한다"며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 자체가 사실은 수사해서 기소해도 될 정도로 검사들에게 고의성이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해당 검사들이 위조 문서를 검찰이 정식으로 발급받았다고 속인 점에 대해 "허위공문서작성죄 성립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고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상고 강행 "불법 구금 안 된다"는 항소심 판결 '불복'

검찰은 아울러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간첩죄 무죄' 판결에 불복, 상고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서울고등검찰청은 이날 공소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에 대한 상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내리게 됐다.

검찰의 상고 결정에 대해 변호인 측은 '적반하장식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위법적 수사 관행을 개선하라는 항소심 판결문 내용에 수긍하고 개선 여지를 보여야 함에도 검찰은 오히려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이날 상고 결정, 담당 검사에 대한 징계 처분, 계속되는 유우성 씨에 대한 검찰 조사 압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검사들에 대한 책임을 형사 처분이 아닌 내부 징계 처분으로 수위를 낮추고, 상고 결정을 통해 위법 수사를 용인하고, 유우성을 다른 혐의를 이유로 불러내 간첩 혐의 관련 조사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같은 사실들을 미뤄보아 검찰이 여전히 공소 유지가 정당하다는 입장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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