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항공사 광고 문구 마냥 '그때 구럼비가 나를 부르듯'하여 여벌 옷도 챙기지 않은 채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강정으로 향하는 내내 무엇을 찍어 담아 올 것인가란 고민에 스마트폰으로 다시금 강정 기사를 읽어본다. 보수언론들은 문제의 본질과 달리 국책사업, 국가안보, 종북세력, 외부세력 타령을 하고 있다.
'그래, 외부세력이라 불리는 이들을 찍자'.
해가 저물고 도착한 강정, 작은 슈퍼에 들러 담배 한 갑을 산 후 물어물어 도착한 강정 해안. 탁 트인 제주 해안 전경을 취할 새도 없이 저 멀리 보이는 굴착기와 케이슨이 눈에 띈다. 그 순간 숨이 멎을 듯하다.
여기저기를 훑고 강정포구 일대를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덧 밤이다. 졸음이 밀려온다. 대책 없이 제주로 왔던지라 숙소 따윈 생각하지 못했다.
회관을 서성이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한 활동가의 도움으로 마을회관에서 임시로 지내기로 한다. 본격적으로 외부세력들과의 동거가 시작된다. 회관에서 한 활동가가 이러한 말을 꺼낸다.
"여기 노인들이 오랫동안 시달려 의식이 웬만한 청년들보다 나아요. 의식이 깬 거죠. 노인들이 국책사업, 군대, 행정이란 말에 콧방귀를 뀌어요. 이들이 자기들이 이 땅에 주인이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밖에서 온 사람들을 불편해 하시진 않으세요?" 라는 질문엔
"우리 같은 사람들 도우러 오니 힘이 난답니다. 그리고 너무나 잘해주시고요. 자연스럽게 원래 주민과 우리가 공동체도 만들어가고 있고요. 그런데 밖에서 온 사람들이라 하셨는데 오히려 저쪽 사람들 아닌가요. 육지경찰을 보내고 주민을 방해하는 해군하고 건설사들…"
한 주민은 슈퍼에서 나 같은 뭍사람은 강정에서 담배 한 갑도 마음대로 사지 못하게 한다.
카메라 달랑 하나 매고 여기저기 훑고 돌아다니는 내게 수고한다며 대신 값을 낸다.
"사실 저놈들이 하도 채증하고 조작질해서 카메라라면 진저리가 나. 그런데 자넨 착해 보이니 잘 찍어줘. 서울 사람들한테 알리란 말이야. 예쁘게 담아서"
눈물이 왈칵 차오르는 가운데 작은 소리로나마 '네'라고 대답한다. 의례마을회관 입구에 있는 세탁소 사장님은 이런 말을 한다.
"난들 신이 나겠는가"
"난들 그래 놓고서 맘이 편하겠는가"
"난 뭐 맘도 없는가"
강정 주민에겐 방패도 없다. 곤봉도 없다. 이들이 가진 건 해군기지반대 구호가 적힌 노란 깃발뿐이다. 깃발 하나에 의지 한 채 무려 5년의 세월을 해군 기지 건설반대 투쟁에 온 신경을 쏟아붓고 있다.
해군의 초조함에 이미 어떤 구럼비는 부서지고 어떤 구럼비는 초조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삶이 담긴 구럼비를 끝까지 지켜낼 거라고 확신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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