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고 싸는 일! 그리고 삶의 철학에 관한 논고

[프레시안 books] 변현단의 <자립인간>

인간은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평화를 동시에 갈구한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 <자립인간>(변현단 지음, 이담북스 펴냄)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지침서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다만 <자립인간>이 제시하는 행복 추구 방법론이 현대인의 삶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을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다가 생을 마무리하기를 소망한다. 다만 사람마다 행복의 목표는 조금씩 다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인 변현단 작가의 행복 추구론은 독특하고 유별(?)나다. 돈을 많이 벌고 근사한 집을 소유하며 큰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소망하는 현대인의 행복 목표와는 상반된 삶에서 행복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는 농부가 되기 이전에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정치사회 운동에도 관여했으며 신문을 만드는 일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모든 삶의 경험과 과정은 농부가 되기 위한 준비였으며 성찰의 과정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가 택한 농부의 삶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저항과 삶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모두 담고 있는 중의적 선택이었다.

▲<자립인간>(변현단 지음, 이담북스 펴냄). ⓒ이담북스
<자립인간>은 설핏 살펴보면 한 농부의 일상과 자연에서의 행복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소개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인간본성에 관한 논고, 교육철학의 문제, 생태, 자유, 삶과 죽음, 착한 소비, 자유와 행복 등 독자에게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화두를 마구마구 던지고 있다.

환원론적으로 들리겠지만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적 삶에 대한 안내서이다. 사회 시스템의 부속품처럼 취급되는 인간에서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작가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불량한 소비에 대해 통렬한 비판과 냉소를 선물한다.

사실 인간의 삶은 조작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자본의 논리에 의한 조작은 심각한 상황인데 고인이 된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인간 사회의 이러한 측면을 절묘하게 포착해 냈다. 이를 쉽게 풀어보면 과거의 자본주의는 얼마만큼 생산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현대 자본주의는 무엇을 사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하는데. 이처럼 변모할 수 있는 원인은 인간이 욕망이 원인이며 자본은 ‘광고’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공동체적 소비 메커니즘을 형성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적 사회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계급을 과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과시적 소비를 하는데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베블런은 ‘베블런 효과’를 통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 메커니즘이 단순한 공산품만이 아니라 감정과 섹스, 공기와 물까지 거래되고 소비되는 사회를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이 작품을 정독해보면 작가의 내면적 성찰은 이미 여기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립인간>은 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을 철학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특히 내 눈길을 끈 대목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기술된 돈에 대한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책을 전반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내용의 핵심은 모두 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자립적이지 못하게 만들고 시스템에 종속시키는 기제, 즉 자본주의로부터의 독립적 삶이 책의 주제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사회계약론자인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존 로크는 모든 인간은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자연적인 권리로서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초기에는 확실히 욕망의 억제를 가르친 자연법이 존재하는 평화 상태였지만 화폐를 발명하고 재산을 축적하자 투쟁, 사기, 강도 등 나쁜 일이 발생했다고 보았다. 결국 돈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분쟁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은 그렇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품앗이, 두레와 같은 농촌공동체의 복원을 통한 인간의 자립과 인간성의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는 <자립인간>을 읽으면서 깊은 고뇌를 경험한 작가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했고 그녀의 철학적 고견에 전폭적인 동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그리는 공동체적 이상향을 지향하는 삶을 만들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인간의 욕망이 통제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욕심을 가지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며 자족(自足)하며 사는 삶이 모든 인간에게 가능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점이 생긴다. 만약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 공동체를 만들어진다면 그 구성원들은 아주 높은 도덕률을 가진 인간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둘째, 공동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해결 방법에 관한 기술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짐작컨대 작가의 깊은 성찰은 갈등 해결 방법에 관한 다양한 지혜를 터득하고 있을 법하다. 이러한 지혜를 독자들과도 같이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희망사항이 있다.

셋째, 작가의 깊은 내공에도 불구하고 농촌 공동체만이 공공의 선을 추구할 수 있는 목표처럼 보인다. 이왕이면 지역적이고 지엽적인 공동체를 넘어서서, 보다 더 확장된 삶의 문제와 새로운 사회공동체 형성에 관한 논의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아쉬움들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립인간>은 이제는 기억 속에서나 존재 할 것 같은 고향의 아련한 향수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뚝 선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이 작품은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고 있는 책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나는 작가가 어디에서 자립된 삶을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물어서라도 찾아 가서 ‘진짜 사람’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픈 욕구가 생기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 나물이 자라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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