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좀먹는 '게임 중독', 누가 감싸나?

[기고] 중독 예방 관리법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7일 국회에서 있었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연설 중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그 내용은 "4대 중독 문제가 국민의 행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적극적 정책 개입을 통해 중독의 폐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었다.

2013년 4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등이 발의한 '중독의 예방 관리와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최근까지 중독 관련 산업계의 반발과 정부 내 도박과 인터넷 게임 관련 부처의 이견으로 별다른 입법화 과정이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날 대표 연설은 정부 내 논의가 나름대로 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게임산업협회(현재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회장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는 "이 법이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의도하고 있으며, 게임은 4대 중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정부 내에서도 인터넷 게임과 관련된 기존 관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법안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법은 다양한 중독 폐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방과 치료 책임과 원칙을 정의하는 기본법적 성격을 가진다. 그럼에도 게임 산업계와 반대 측 인사들은 이슈를 "게임에 대한 규제나 지원이냐"라는 이분법적 논쟁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듯하다.

일부에선 이 법안이 인터넷이라고 하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새로운 문화 공간을 획일적 통제라는 과거의 가치로 규제하려 한다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문화 콘텐츠 수출의 60%에 해당되는 게임 산업의 위축을 초래한다는 일방적 통계를 인용한 경제 우선 논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반대 논리야 말로, 게임 산업의 육성을 절대 선으로 놓고 이의 보호만을 염두에 두고, 이법의 근본적 취지를 왜곡하는 일방적 주장이라 생각한다.

여기서는 이 법이 대상으로 하는 중독의 정의와 폐해를 정확히 짚어보고, 우리 사회가 왜 중독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thisisgame.com

이 법은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인터넷(게임) 중독, 도박 중독 등 (중독 유발 물질이나 행위 자체가 아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심리적 의존 상태인 '중독'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333만 명(6.7%)이 외래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중독자이며, 4대 중독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피해 비용이 100조 원을 넘는다는 통계를 떠나, 우리 사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각종 폭력, 범죄, 사고의 이면에 중독 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뿐만 아니라 도박 중독, 인터넷 중독에서도 중추신경 내 전두엽의 충동 조절 기능의 저하가 발생함이 보고되고 있기에 이는 필연적 결과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음주', '레저로서의 사행 산업', '인터넷 게임' 등을 즐기고 관련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중독 문제의 종합적인 예방과 치료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정의하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다.

인터넷 게임은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합법적으로 소비되는 기호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건강 위험 요인이다. 인터넷 게임 중독은 중독 자체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 등의 신체 질환과 우울증, 과잉 활동성 주의력 결핍 장애 등 정신 장애의 발병, 악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그 비용 또한 상당하다(최대 6511억 원).

이렇게 엄연히 존재하는 건강 문제에 대한 예방, 치료 서비스의 강화를 위해서라도 이 법은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 법이 "게임과 마약을 똑같이 취급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유언비어 수준의 비약이고 왜곡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게임이 가지는 중독성"의 문제를 "게임 과몰입"이라며 용어를 써가며 부정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러한 게임 산업계의 비이성적 반응과 함께 비난받아 마땅하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정 하에 게임산업협회가 출연하여 운영 중인 게임문화재단이 정신 의료 기관 등을 통해 '게임 과몰입 상담 치료 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아이러니다.

적정하고 안전한 수준의 음주가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과도하고 반복적인 음주는 중독과 이로 인한 폐해를 유발한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게임도 사용 초기부터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히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며, 중독 수준의 사용자에겐 보건의료 원칙에 따라 철저히 치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게임 산업이 장려하고 진흥해야할 미래 콘텐츠 산업이고 인터넷 게임이 건전하게 사용돼 다양한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게임 업계는 이 법안의 입법화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이 법은 말 그대로 '인터넷 게임 중독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범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법의 재정을 통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중독 예방 관리 대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중독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과 치료를 위한 법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도박 중독에 대한 부처별 개입의 근거가 되는 법들, 즉 '국가 정보화 기본법'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은 모두 국가 정보화 사업, 게임 산업, 사행 산업의 발전과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법률들이다.

이 법률들에서는 중독을 관련 산업 발전의 개인적 부작용으로서 중독 문제를 바라고 있다. 또한 이 법률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중독과 도박 문제" "예방 및 치유", 게임 산업 진흥법-"게임 과몰입과 중독 예방 조치", 국가 정보화 기본법-"인터넷 중독의 예방과 해소") 중독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지 않으며, 보건의료, 정신 건강과 심리, 보건 복지적 차원에서 사용되는 용어라기보다는 사회적 의미의 용어에 가깝다.

이러한 법들이 만들어지던 시기, 행위 중독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과 정의가 확립되지 않았던 점에서도 이러한 혼선이 기인할 수 있기에, 중독을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건강 문제이자, 방치할 경우 안전의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의 문제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개입을 정의한 법률이 필요하다 하겠다.

엄연히 존재하는 중독이라는 현상과 이에 대한 보건의료적 서비스의 체계와 원칙을 두고, 과몰입, 치유, 해소 등 정체불명의 용어를 써가며 이를 회피한다면, 중독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폐해가 더 커져 결국, 외부의 힘에 의해 불가피하게 관련 산업이 조정을 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중독의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예방과 치료를 위해 본 법안이 하루 빨리 입법화 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계와 정부 내 관련 부처의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이 법은 포괄적인 보건 문제로서의 중독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기본적 책무와 사업을 정의하고 있지,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합법적으로 사용이 허가된 인터넷, 게임, 주류, 사행 산업 자체에 대한 반대와 규제를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법을 통해,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중독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방치하지 않고 국가 차원의 보건 복지 안전망을 튼튼히 제공함으로써 건전하고 안전한 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논하는 시대인 2013년 오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미래 산업 육성, 수출 산업 보호라는 구호 속에 숨은 과거의 무조건적 개발 논리, 경제 우선 논리이다. 이제 이번 입법 과정의 논의를 통해서 진정한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와 가치가 무엇인지 또 우리 자신과 우리의 아이들이 무엇을 통해, 어떠한 문화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고 누려야 하는지를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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