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연설에서 "정부는 복지 패러다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했다. 두 번째 문장은 '주어'가 없다.
이 연설 내용에 대해 최동익 의원 등 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보도자료를 내어 "확인 결과 오늘 이 시간까지 정부가 제출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도대체 박 대통령이 제출했다고 하는 법은 누가 언제 제출한 것을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따졌다.
민주당 위원들은 "국회와 국민 앞에 생중계되는 첫 시정연설에서 이런 엄청난 실수를 하도록 한 청와대 연설문 작성 책임자를 당장 문책해야 한다"며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민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하도록 만든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여당의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인 유재중 의원이 지난 5월 (의원입법으로) 제출했고, 현재 상임위 계류 중"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 의원들이 함께 상의해서 의원 입법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법안은) 거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대선 때 새누리당 후보로서 발굴한 대선 공약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당정 간 협의를 거쳐 합의되고 결정한 사안들을 당 차원에서 소속 의원을 통해 한 자도 안 고치고 제출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당연히 정부의 추진의지가 깊이 담겨있는 것"이며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제출될 때부터 시민단체로부터 "의원입법이라는 '꼼수'로 사회적 논의조차 (보건복지부가) 회피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 5월 유 의원의 법안 발의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발의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공동행동의 간사 단체인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 간사는 18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의원입법의 경우, 정부입법일 때는 해야 하는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 고치지 않고 적당히 통과시키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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