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ㆍ냉정' 일본 언론…한국 언론은 어떤가?

[기고] 일본 현지 언론학도가 본 미디어의 역할

도쿄에 유학온 지 5년째가 되면서 일본의 지진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지만 지난 11일 세미나 중에 맞은 지진은 처음 느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셌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했다. 사상 유례없는 대참사의 서막이었다.

동북부 관동지방에서 일어난 규모 9.0의 강진은 도쿄에서도 규모 7에 가까운 큰 흔들림을 느끼게 했다. 도쿄대의 상징물인 그 유명한 아까몽(赤門. 도쿄대 정문 남쪽에 있는 붉은색 문)도 끼익끼익 괴이한 소리를 내며 양 옆으로 흔들려, 혹시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이날 전철이 멈췄기 때문에 학교에서 밤을 샜던 학생들은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는 강진 관련 소식들을 속속들이 전해주는 창구가 되었다. 일본은 재난 방송과 정보로 넘쳐났다. 그러면서 언론학도가 본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느끼는 바가 있었다.

▲ 일본 미야기현청 2층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언론 보도를 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범죄사건 보도와 딴판인 일본 언론

일본의 미디어는 재난 상황과 관련한 각 지역의 최신 소식을 중심으로 먼저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었는가, 그에 따른 전철 운행 정지 및 이후 대책에 대한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정보, 방사성 물질 관련 정보는 다소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은 없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일본 미디어의 정보 전달 방식은 침착하고 냉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참사를 눈앞에 두고 '큰 일 났다!'며 호들갑을 떨거나 격정적인 방송을 하기 보다는 각 지역의 피해 상황, 대피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또한 일본의 범죄사건 보도에서 보여지는 희생자 개인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슬픔과 절망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았다. 그보다 희생자들의 입을 통해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어떤 지원이 있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인터뷰가 많이 눈에 띄었다.

또한 각 방송들은 전문가를 초빙해 해설하게 함으로써 어떤 재난이 어떤 위험으로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비록 명확하고 충분한 답은 되지 못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언론이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게 아니라 그것을 극소화함으로써 사회 통합과 사회질서 유지를 앞장서서 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정부나 재해대책본부의 말을 말 그대로 받아쓴다거나 불안한 정보를 줄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총리나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을 보면 기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정보에 대해 거듭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자들은 피해 지역 주민들의 요청 사항을 총리 기자회견에서 전달하기도 하고, 정부의 대책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도쿄 유학생들 '한국 언론 때문에…'

한국의 언론 보도는 어떠했나. 일본에는 많은 유학생과 교포가 있기 때문에 이번 대지진은 한국에서도 중심적인 뉴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센세이셔널한 이슈를 중심으로 과장되게 전달한 측면이 있는 건 아닌가 묻고 싶다.

특히 '일본 침몰'이라는 표현을 썼던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의 표현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국인 친구들은 한국의 언론을 본 가족들로부터 급히 일본을 벗어나야 한다는 독려를 많이 받았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지만, 일본에 있는 학생과 교포들을 불안하게 한 건 센세이셔널한 측면을 강조한 한국 언론 때문이었다는 점을 한국의 언론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도쿄대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한국인 장모 씨는 '도쿄에서도 방사성 물질 소량 검출'이라는 한 한국 방송사의 기사 제목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해당 방송이 '약한 방사선 10시간 내 도쿄 도달 가능'으로 제목을 바꾸게 하기도 했다.

기사 내용이 그렇게 다르지도 않으면서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으면서 한국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불안하게 한 한국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현한 유학생 친구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주재 외교관과 특파원의 가족들이 귀국한다는 기사는 유학생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일본에 남는 유학생들 중에는 <시크릿 가든>에서 나온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주일 한국대사관과 외교통상부의 대응에 대해 더 많은 정보와 객관적인 해설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사상 최대의 참사라는 재난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 전달과 명확한 해설은 언론의 역할 중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다. 유언비어와 정보가 넘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혼란을 더하는 제목과 팩트를 부각하는 언론은 자신의 역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인가. 이런 재난 상황에서도 시청률과 구독률이라는 시장 논리에 바탕을 둔 보도 관습·관행에 책임을 돌리고 싶은 것인가. 한국 언론 스스로의 성찰을 긴급히 요하는 때가 아닌가 한가.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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