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사 참배, 정권 지지 기반 붕괴 우려 때문

<교도통신> "일본, 동북아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일본 내부의 "보수층 눈치 보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일본 내부에서는 이번 참배가 최근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서 나름 성의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미국을 자극할 수 있어 일본이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26일 '아베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는 "보수층 눈치 보기"'라는 제목의 해설기사를 통해 아베 총리가 신사를 참배한 것은 "이 이상 참배가 지연되면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는 보수층에 실망감을 안겨줘 정권 기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이 근거로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춘계예대제 기간에 신사 참배를 연기했고 이후 8월 15일 종전기념일(광복절)에도 대리인을 통해 공물비를 냈을 뿐 따로 참배는 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 주변에 신사 참배를 기대한 보수층을 중심으로 총리에 대한 불만이 쌓였고 아베 총리가 이 기대를 저버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26일 신사참배에 나선 아베 신조(가운데)일본 총리. 신사에 도착해 신관(오른쪽)을 따라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일본 국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아베 총리가 참배를 감행한 이유에 대해 "아베 총리가 참의원과 중의원의 여소야대 상황을 해소하면서 정권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이에 따라 참배로 인한 충격은 최소한으로 그칠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외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일본에 그다지 녹록치 않다. 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번 참배로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수상(아베 총리)에게 냉정한 대응을 요청해 온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미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일·미 동맹에 힘입어 센카쿠제도(尖閣諸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부는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이 동북아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통신은 "수상의 역사 인식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 중 하나"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에서는 대(對)일본 전쟁에 대해 중국과 같이 '정의의 전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일 관계통은 '미·중이 참배 반대로 연계하면 일본은 고립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가 집권 당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신사를 참배했음에도 미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한 전례가 있어 이번 참배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통신은 "중국의 존재감이 그 당시보다 한층 높아졌다"며 "한 외교통은 '중국이 일본을 비판하면 오바마 정권도 무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고 밝혀 중국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상황이 예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주일미국대사관은 이날 오후 공식 성명을 발표해 실망스럽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미 대사관은 성명에서 "일본은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이자 친구지만 일본이 이웃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행위를 한 것은 실망스럽다"며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어 성명에서는 "일본과 이웃국가들이 과거의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고, 관계를 향상시키며, 지역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동목표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건설적인 길을 찾기를 희망한다"며 "아베 총리의 과거에 대한 반성(remorse)과 일본의 평화 결의를 재확인한 데 대해 주목한다"고 밝혀 향후 일본의 태도에 주목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베 "한국, 중국과 대화하고 싶다" VS. 외교부 "대화 못하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한편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는 이름으로 흰 국화를 헌화하고 신사 참배를 마친 아베 신조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일본을 위해 거룩한 생명을 희생하신 영령(英霊)에 대해 존숭(尊崇)의 뜻을 표하며 두 손을 모았다"며 "타국을 포함해 모든 전쟁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했다. 전쟁의 참화나 고통없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부전(不戰)의 맹세를 했다"고 밝혔다. 26일을 참배 날짜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1년 간 행보를 보고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중국과 한국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양국 정상에게 직접 자신의 참배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한중과 각각 우호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담화도 발표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뜻대로 한중이 움직일 지는 미지수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베 총리가 신사 참배한 이유를 직접 중국과 한국에 설명하고 싶다며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아베 총리가) 대화에 열려있다고 하면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누가 (대화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한일 정부 간 추진하고 있는 차관급 전략대화와 관련해 조 대변인은 "한 마디로 말해서 지금 그러한 얘기를 할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중일 3국 협정체제 의장국과 관련한 문제에서도 조 대변인은 "그런 안건을 논의할 시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 어느 쪽인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일본과 진행했던 각종 외교 문제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안 그래도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 관계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는 주한 일본 대사관의 쿠라이 타카시 일본 대사 대리(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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