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수익 비밀, 유례 찾기 힘든 '차등적 성과급제'

[삼성 노동인권 연속기고· ①] 판매량 3.4배, 이윤 28배 증가한 배경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8조4737억 원이고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조1734억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안드로이드 폰 특수'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도 등극했다. 삼성전자의 고수익 행진에 관한 각종 연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체로 그 뿌리는 하버드대 교수이자 기업 경쟁력에 대한 이론을 집대성했다고 알려진 마이클 포터(Poter. M)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클러스터 이론이나 다국적기업 분석 틀로 제시되는 글로벌가치사슬이나 글로벌생산네트워크 같은 이론들에선, 고용 관계나 노동의 역할에 대한 관심은 찾기 힘들다. 주기가 짧은 기술에 자원을 집중하는 '기술 추격(또는 선도)'이나 '수직적인 대량생산 제조방식'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고수익 행진을 노동자들의 희생을 빼놓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삼성 강력한 성과급제, 외국 기업 중에서도 찾기 힘들어

고수익 행진의 첫 번째 비밀에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성과주의적 보상 체계가 있다. 2003년 박우성·이병하의 연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성과급 차등 범위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다른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 중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성과 보상 체계를 갖춘 곳은 찾기 힘들다.

'이익 배분제'의 경우, 일대일 별도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민주 노조가 없는 탓일 것이다. 근속에 따른 임금 인상도 완전히 사라졌고 성과급 비중도 계속 늘어났다. 송재용 교수가 쓴 <글로벌 일류기업 삼성을 만든 이건희 경영학>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복수의 팀이나 조직에 특정 기술 혹은 제품을 병행개발(paralled development)토록 해, 치열한 내부 경쟁을 바탕으로 개발 속도 향상을 도모하는 전략을 추구해 오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주의적 보상 체계는 노동자 간 차별을 키우는 데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미 차별과 격차 증가에 따른 불만 누적은 꾸준히 진행됐을 것이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노동자들은 제품 출고 시기를 맞추기 위한 '시간과의 경쟁(competing against time)'의 희생자들일 수도 있다. 성과주의적 보상 체계가 엄청난 노동 강도를 이겨내게 하는 버팀목일 것이다. 실제 애플 엔지니어들은 '죽음의 행진'(death march)' 라는 군사 용어로 제품 개발 단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다를까?

'초스피드 생산' 때문에 '아픈' 노동자들

둘째,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초스피드 경영은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수직적인 대량 생산 덕분이다. 내가 사용 중인 '갤럭시S3' 휴대폰은 아마도 경기도 기흥·화성·온양 공장과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을 조달해 기흥·화성에 있는 R&D(연구개발) 센터에서 만든 제품 설계도에 따라, 구미뿐 아니라 중국·인도·브라질·베트남에서 최종 조립됐을 것이다.

제품 주기가 각별히 짧은 전자 제품의 경우, 대규모 생산을 통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면 부품 생산이 적시에 대량 확보돼야 한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공정' 때문에 생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의 건강권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삼성전자 계열의 공장에서 백혈병 등 희귀 직업병으로 약 70명이 사망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연속해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도 사실 수천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하청 비정규 노동자 안전 대책 방치로 발생한 결과다.

피해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으로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세계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의 저자인 미국의 테드 스미스는 미국 실리콘 밸리의 생산 라인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의 집단적 발병과 해당 지역의 지하수 오염이 낳은 환경 오염과 이에 대항한 지역 사회운동을 기술한 바 있다. 이것은 이제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 지난 3월 6일 열린 '故 황유미님 6주기 및 제5회 반도체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모습. 황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 2003년 입사해 2005년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숨졌다. ⓒ프레시안(최형락)

애플의 폭스콘 '노동자 학대', 남의 일이 아니다

셋째, 글로벌 생산 라인에서의 저임금 조립 노동이 없다면 시장 선점은 불가능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 체계에서 저임금 노동은 심각하다. 대만의 홍하이(Honhai)의 자회사인 폭스콘에서 휴대폰을 최종 조립되는 비용은 삼성전자·노키아·RIM·LG의 스마트폰 조립 비용과 똑같이 8 달러로 '표준화'돼 있으며, 이것은 아이폰 5 가격의 단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조립 비용으로 책정된 금액이 조립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전부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이폰 한 대 가격에서 폭스콘 노동자의 임금 비중은 1%에도 훨씬 못 미친다. (아래 표 참조)

(자료 : iSupply 자료를 필자가 재구성) ⓒ김어진

알려졌다시피 저임금 조립 노동은 단지 애플과 폭스콘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톈진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TSMD), 톈진삼성통신(TSTC), 톈진삼성통신기술(TSTT), 심천삼성케잔모바일통신기술회사(SSKMT) 등의 모바일 조립 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다.

인권단체 중국노동감시(CLW)는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조립공장에 대한 현황 조사를 진행하고 <중국 소재 8개 삼성 공장 조사>란 보고서(☞보고서 보기)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모든 공장의 공통점을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1. 성과 나이 차별이 존재. 2. 파견 노동자와 학생 노동자 남용. 3. 회사와 어떤 계약도 하지 못하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불법파견 노동자 사용. 4. 동일 노동에 동일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음. 5. 불법적인 고용 대리업체를 통해 노동자 채용. 이것은 취업 비용을 증가시킴. 6. 공장이 노동자들의 기숙사 보증금을 청구하고 신분증을 보관. 7. 장시간 노동. 8. 강요된 초과 노동. 9. 노동자에 대한 모욕과 구타. 10. 노동자들의 불만을 표현할 효과적인 구조 부재.

중국노동감시는 특히 톈진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TSMD)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완성된 생산 창고에서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한다. 그리고 포장 노동자들은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한다. 그 노동자들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이 각각 30분에 불과하다. 일부 학생들과 인턴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표준 임금보다 훨씬 적게 받는다. 예를 들어, 2010년 5월에 TSMD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학생들은 톈진에서 법적 최저 임금은 920RMB($143.8)인데도 오로지 750RMB($117.2)를 받았다. 작업장에 있는 보안 요원들과 일부 매니저들은 매우 무례하다. 보안 요원들은 라인에 서 있지 않거나 규칙에 복종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때린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근처에 있는 다른 공장뿐 아니라 삼성 공장의 다른 노동자들에 의해서 모두 확인되었다." (CLW, 2012)

☞ 관련 기사 보기 : <"삼성, 애플의 '노동자 학대' 특허 침해하나?">, <삼성전자, 브라질서 피소…"15시간 노동 강제" 혐의>, <브라질 노동자들 "우린 삼성 공장에서 개처럼 일했다">

해외에서도 간접고용과 아웃소싱 남용

넷째, 간접고용 및 하청을 구조화해서 얻은 이윤도 상상 초월이다. 삼성전자는 간접고용이나 분사화를 통해 경상 비용을 줄이는 경영 방식을 줄곧 채택해 왔다. 수리 및 운수 부문에서 이 경향은 두드러진다. 수리 및 운수 부문은 제조의 한 과정임에도 삼성전자는 해당 부문을 분사화하거나 별도 법인을 만들어 간접고용과 저임금을 구조화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공급사슬에서의 '성공'이 수송 시스템에 달려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항공·소화물 운송·트럭·철도·해운·파이프라인·복합수송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상품을 수송을 할 수 있느냐는 기업의 공급 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운수·보관·저장 업무 부서들을 1998년에 분사시켰다. 그 결과가 삼성전자로지텍주식회사(SELC)이다.

수리 업무는 어떤가. 나부터 서비스센터가 많아서 삼성전자 제품을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간접고용으로 1조 원 이상을 '절약'했다. 간접고용은 국제적 규모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남부에 있는 '남부분공사'는 삼성전자로부터 아웃소싱된 생산 법인이고 폭스콘 같은 기업과 계약을 체결해서 스마트폰 조립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최근 국내에 위탁해 온 휴대폰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임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 및 인도 등 소프트웨어 업체로 전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1~2년 사이 벌어졌던 국내 중소 정보통신(IT)업계 내의 구조조정 흐름은 이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연합뉴스

에버랜드 분사 움직임 주목해야

다섯째, 삼성전자는 과감한 인력 감축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었다. 삼성은 '구조조정본부'에서 주도한 2년간의 구조조정 끝에 1998년 61개에 달하던 계열사를 2000년에 45개로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16만 7000명에서 11만 3000여 명으로 인력을 줄였다. 3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이 퇴직금을 받고 정리해고되거나 삼성에서 분리된 삼성' 협력사' 노동자로 전환된 것이다.

해외 계열사들 역시 감축 드라이브에 동참해 1996년부터 1998년 동안 전체 노동자의 약 40퍼센트에 해당하는 1만여 명의 노동자가 전 세계적으로 해고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이러한 인력 감축이 '성공'한 덕분에 1993년 이후 10년 동안 삼성의 판매량은 3.4배 증가했으며 이윤은 무려 28배나 증가했다. '글로벌 삼성'은 해고의 고통과 눈물 속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에버랜드 일부 사업부를 분사하려고 한다. 이미 분사화가 인력 감축과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서 이뤄졌다는 경험 때문에 에버랜드 노동자들은 긴장하고 있고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움직임에 주목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 노동자들에겐 극심한 성과주의 보상체계를 적용해, 동료들 내에서의 차별과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수직계열화된 부품 공급 사슬과 생산 단가 절감을 위해 다단계 하청 구조를 만들고 간접고용·저임금 사슬을 만들어 막대한 수익을 긁어모으고도 있다.

삼성전자가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면, 그 첫 출발은 바로 고수익의 원천인 노동자들에게 사죄하는 것이다. 반도체 직업병 인정, 간접고용 철폐, 노조 탄압 중단과 삼성지회 및 삼성전자지회에 대한 탄압 중단만이 사과할 수 있는 첫 출발이다.

*필자는 오는 10일 공식 출범하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조직위원이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삼성이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경영을 하도록, 공공의 눈으로 삼성을 감시하기 위한 단체다.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후원 바로 가기)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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