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밀양 부북면에 사는 66세 한옥순입니다. 열두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살아오면서 평생 누구하고 싸워본 적이 없어요. 그랬던 제가 요즘 밀양에서 '야전사령관'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삼 년 전 이치우 어르신 돌아가시기 전에 '할매' 열 명하고, 한전 용역 오십 명하고 싸우는데 내가 급하니까 작대기를 딱 내고는 미리 뛰어올랐어요. 할매들이 뒤로 열 명 올라오는데 제가 "1중대는 오른쪽, 2중대는 왼쪽"이라고 외친 거죠. 군대도 가지 않았고, 중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저도 놀랬어요. 그런데 더 신기한 건 할매들이 그 말을 다 알아들었다는 거죠.
요즘 날씨도 추워지고 할머니들도 지쳐가고 있어요. 여기 경찰들은 진짜 무장한 데다가 온풍기에 천막 다 있지. 조금 추우면 계속 교대해 버스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 저희는 여기에 와 있으면 병원에도 못 가요. 병원에 실려가면 현장에 사람이 자꾸 줄어드니까. 현장에서도 힘들고.
경찰에 불려 가면 할매들 괜히 공포심 조장하다 보니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진짜 상당하거든요. 예를 들어 천막에 가 있다가 집에 들어오잖아요. 집에 들어와서도 뭐를 해야 할지를 몰라. 벙벙하니 사람이 꼭 눈치 빠진 사람처럼 그래요. 안정이 안 되는 거죠.
항상 마음이 붕 떠 있으니까 집에 들어와서도 잠을 깊게 못 자요. 헬기로 뭐 많이 나르고 이러니까. 시골이니까 논에 경운기 소리 나면 진짜 헬기 띄웠나 싶어 뛰어 나오고. 밤에 자다가 조그만 소리만 들려도 "이 무슨 소리고" 하면서 뛰어나오고. 자다가도 계속 그런 불안에 시달리죠.
어느 정도냐면, 우리 마을 루시아가 내보고 계속 죽는다고 (싸움) 하지 말라고 하더니 지가 요번에 싸워보니 그런 마음이 들더래요. 뛰어들어가서 죽고 싶은 심정. 이치우 어르신도 내만큼 계속 죽는다 했다고. 말이 씨가 된다고 송전탑 막기 전까지 절대로 죽어서는 안 돼요. 지금은 내가 살려고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신 차릴 것이고, 내가 죽으려고 하면 정신 못 차릴 것이고 이 두 가지밖에 없어요.
| ⓒ프레시안(최형락) |
공사 현장 들어가 죽고 싶은 심정
지금 현장에는 계속해서 연행되고 병원에 실려가고 지금 계속 그런 상태거든요. 지금까지 쓰러진 주민들만 해도 50명이 넘어요. 매일매일 그런 상태가 멀어지고 있는 상태거든요. 언론이나 사진으로만 현장을 보면 평온하고 조용한 것 같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아무튼 저희가 하루하루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지만 힘이 되는 건 연대해주는 사람들 덕분입니다. 지금도 울산, 마산, 부산 이런 데 계시는 분들이 좀 가까우니까 자주 오세요. 젊은 엄마들이 오면 도시락도 싸와서 뭐 좀 챙겨주거든요. 그분들 보면 '우리 일인데 저분들이 저래 와서 저렇게 해주는데…. 저 사람들 자기 일도 아닌데 저렇게 와서 해주는데 우리가 이래서야 되겠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들이 그분들 정말 고마워하거든요. 자기 일도 아닌데 여기 와서 도와주는 거 정말 고맙다. 그래서 우리가 싸워야 한다. 그게 용기를 주는 거고 힘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30일에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온다지요. 희망버스가 온다는 것 자체가 밀양에 관심을 둔다는 거잖아요. 이게 누가 보면 진짜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한번 내려오는 것도 거리가 있고, 날씨가 겨울 날씨기 때문에 자는 것부터 쉽지 않죠. 부산이랑 울산에서 그런 걸 경험했다고 해도 엄청나게 춥잖아요.
저희가 요즘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런 거예요. "먹는 건 어떻게 한다 하지만 자는 건 큰일이다", 집집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숫자를 얼마나 보내고, 이런 걸 우리끼리 계산을 하고 막 그러고 있어요. 우리가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분들이 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없으면 못 그러는 거잖아요. 여기 오는 것 자체가 정말 고마워. 우리가 그분들한테 어떻게 해줄 것이냐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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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나"…주민들 걱정이 태산
송전탑이 올라가면 저게 아파트 40층 높이로 올라가기 때문에 엄청나요. 거기서 보면 다 보이지요. 이제 밀양 어디서든 철탑 서는 게 훤히 다 보일 거예요. 완전히 자연을 망치는 거예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열세 개인가 더 지으려고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이거(밀양 송전탑)를 계속 강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국에 철탑이 한 900여 개가 더 세워져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세울라치면 우리 밀양처럼 나머지 지역 사람들도 가만있지는 않을 거잖아요. 밀양을 잡아 제치지 않으면 줄줄이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어쨌든지 기를 꺾어야 한다고. 그것 때문에 경찰력도 엄청나게 오고, 공사도 더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경찰들이 빠져주는 거예요. 경찰만 없으면 우리가 한전하고 사람이 뭐 어떻게 되든지 한번 싸워 보겠는데 지금 그런 상황이 안 되니까. 그렇다 보니 밀양에 전국에서 이렇게 노동자들이 와서 힘을 합해준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는 거예요. 우리 할머니들은 희망버스 오는 사람들을 보며 '천군만마를 얻은 거 같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처음 오시는 분이 현장에 와서 현장을 보고 갔으면 좋겠어요.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가면, 그분들이 또 아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전하는 있는 힘이 되잖아요. 그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가 한 분이라도 더 오셔서 현장을 보시고 우리를 좀 더 알려주시고 이렇게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30일 밀양으로 모여서 현장도 보고, 우리들 힘도 주고,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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