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그가 지난 2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물의를 빚어서 죄송하다. 마음이 급해 너무 서둘러 얘기한 것 같다"면서 '설익은'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로 격앙돼 있는 농림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 장관들에게 사과하던 태도와는 상당히 상반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추 장관의 발언 경위를 조사해온 청와대도 추 장관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검토하기보다는 "추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추 장관 지키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서둘러 발표한 일은 잘못이지만 처음부터 없던 정책을 발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참작됐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하고 있다.
태도 돌변한 추병직 장관, "주무 장관 재량권" 강조
<동아일보>가 30일 보도한 추병직 장관과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추 장관은 그간 관계 부처 간 협의도 없이 서둘러 검단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해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추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 이전에 구체적인 입지를 지정하지 않고 언급한 것은 주무 장관의 재량권"이라며 "재량권이 없다면 꼭두각시에 불과한 것 아닌가. 집 없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방부, 환경부, 농림부 등 관계부처와 신도시 정책에 대한 조정이 끝난 상태에서 실행계획을 발언한 것은 주무 장관의 재량"이라며 '부처 간 협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주무 장관의 재량권을 재차 강조했다.
추 장관은 또한 자신의 발언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신도시 개발계획으로 인해 이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부작용도 예측하고 각오한 발언이다. 이것을 무서워하면 어떤 정책도 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요컨대 추 장관은 검단 신도시 개발계획은 지난해 발표한 8.31 후속대책의 일환으로서 이미 오래 전부터 관계부처와 협의를 해 왔고,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앞서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한 것은 주무장관의 재량권에 속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의 이같은 해명과 달리 추 장관의 사전발표로 인해 신도시 개발지역인 인천 검단과 주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치는 등 부작용이 확대되자 한명숙 총리까지 나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낮췄다"는 취지로 추 장관을 강하게 질책했다. 또한 관계부처 장관들도 추 장관에 대해 "협의도 없이 발표했다" 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청와대, '추 장관 지키기' 노골화
한편 추 장관이 "사과한다"는 입장에서 "주무 장관의 재량권"이라며 입장을 돌린 상황에서 청와대도 추 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최근까지만 해도 추 장관의 발언 경위를 조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었다.
정문수 청와대 정책보좌관은 이날 오전 국민경제자문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추병직 장관이 시쳇말로 오버한 것 같아 유감스럽지만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보좌관은 또 "총리도 그 문제에 대해 질책을 했고, 청와대도 이번 일에 대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추 장관이 일부러 (검단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를) 의도한 것도 아니고 실수였다고 본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진정에서 서둘러 그리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도 지난 27일 "정책실의 종합점검에서 신도시 발표시기는 장관 재량이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점검을 끝냈다"며 "이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일각의 추 장관 사퇴 불가피 주장에 못을 박았다.
추병직 사퇴 요구 확산…"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 있나?"
그러나 추 장관의 태도 돌변, 청와대의 추 장관 감싸기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는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27일 건교부가 검단 신도시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직후 추 장관 사퇴를 요구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추 장관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은 "졸속 신도시 발표와 관련해 추병직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될 뿐만 아니라, 신도시 개발 남발로 현 정부를 부동산 불패신화의 동맹세력으로 만든 부동산 관련 경제팀의 총경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도 "북 핵사태로 집값 잡기에는 좋은 시기인데도, 건교부 장관이 흐트러놓았다"면서 "부동산 정책의 사령탑은 다 책임을 져야 한다.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으면, 국민들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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