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신화는 이제 끝났을까?

[부동산 정책, 이렇게 바꾸자·①] '건물 중심'에서 '토지 중심'으로 사고 전환 해야

부동산은 이제 끝났다고?

지금 대선과 관련된 최대의 정책적 이슈는 경제민주화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경제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부동산 문제는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온 사람들 중에서 부동산 문제 해법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내놓는 후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만 가끔 언급하고 있는 정도다.

왜 그럴까? 그것은 지금이 부동산 침체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은 폭등기에만 문제고 침체기에는 괜찮은가? 아니다. 폭등기와 침체기 둘 다 문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를 죽 펼쳐놓고 보면 부동산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할 정도다. 1000조 원 가까이 되는 가계부채 문제, 하우스푸어 문제와 그로 인한 내수위축 문제,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제 또다시 분출할지 모르는 재개발·재건축 문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금융 불안정 문제, 전·월세 문제, 그리고 지금의 부동산 제도가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소유한 재벌 및 대기업에는 매우 유리하고 중소기업 및 신규기업에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즉 지금의 부동산이 경제민주화에 막대한 장애요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부동산 문제 해법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무관심은 이상할 정도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부동산은 끝났다" 혹은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보기도 하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단견(短見)'이다.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의 경험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부동산 투기는 재발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투기는 개도국이든 선진국이든, 1인당 GDP가 4만 불이든 5만 불이든, 복지 시스템을 잘 갖춰놓은 나라든 아니든, 경제가 좋아지려고 하면 언제나 '먼저' 찾아오는 불청객이고 거품이 꺼지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골칫거리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 지점에서 고민해봐야 할 것은, 어찌해서 지금까지 나온 부동산 정책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늘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면서 때로는 경제 전체를 마비시키고 심지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느냐는 것이다. 부동산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중대하고 절박한 질문이다. 대한민국을 개혁하려는 사람은 이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패러다임 문제'로 본다. 이렇게 거창하게 패러다임까지 들먹이는 까닭은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즉 과거의 부동산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패러다임이란 그 시대에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일종의 사고(思考)규칙이다. 학자든 학문과 전혀 관계없이 사는 사람이든 모든 사람은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지배적인 사고규칙이 있는데, 지금까지 나온 정책들을 하나하나 검토해보면 모두 이 낡은 사고규칙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어찌해서 낡았다고 하는지, 그리고 그런 사고규칙들은 무엇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뉴시스

'건물 중심 사고'에서 '토지 중심 사고'로 전환

첫 번째는 부동산을 건물 중심이 아니라 토지 중심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십 수억 원이 훌쩍 넘는 타워팰리스를 올려다보면서 그 아파트 가격이 비싼 까닭이 건물에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땅이 아니라 건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오류임이 금방 드러난다.

다 쓰러져가는 재건축 아파트가 비싼 이유가 토지 때문인가, 건물 때문인가? 같은 자재를 사용했고 년 수도 똑같은 강원도 철원의 10층짜리 건물과 서울 강남의 10층짜리 건물의 가격 차이는 토지 때문인가, 건물 때문인가?

건물가격은 자동차처럼 어디에 지어놓으나 건축자재와 기술, 건축 년 수가 같으면 같고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그러나 토지는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공급이 고정되어 있어서, 즉 만들어낼 수 없어서 ― 타워팰리스가 자리하고 있는 특정 위치는 양이 고정되어있다 ― 특정 위치를 선호하는 사람이 갑자기 늘거나 줄어들면 가격이 급히 등락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까닭이 토지에 있고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의 대상이 건물이 아니라 토지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부동산 문제의 진원지는 건물이 아니라 토지다!

건물 중심 사고가 초래하는 문제들

건물 중심 사고가 가져다주는 폐단 중 하나는 토지와 건물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물 중심적 사고체계에 갇히게 되면 부동산 세금, 예컨대 보유세는 토지와 건물 가리지 않고 가격이 같으면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만들기 쉬워진다. 예를 들어서 주택가격은 4억 원으로 같지만, 어떤 주택은 지은 지 얼마 안 되어서 건물가격이 2.5억 원 토지가격이 1.5억 원이고, 어떤 주택은 오래된 집이어서 건물가격이 0.5억 원 토지가격이 3.5억 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건물 중심적 사고를 하면 두 주택의 가격이 같아서 같은 세금을 매긴다. 앞의 주택은 전체 세금에서 건물에 대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뒤의 주택은 토지에 대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인데, 이렇게 되면 보유세가 강화됨에 따라 건물을 짓는 생산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하면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 중심적 사고체계로 전환하면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문제를 일으키는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정책은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또한 건물 중심적 사고는 부동산 문제를 건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택 문제로 축소시켜보는 잘못을 낳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문제하면 주택 문제를 떠올리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빌딩 문제도 심각하고 산업단지와 농지 문제, 그린벨트 문제도 심각하다. 그런데 부동산 문제를 토지 중심으로 바라보게 되면 농지 문제, 산업단지 문제, 택지 문제,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종 상향 문제 등 토지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이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 좀 더 자세히 말해서 부동산을 토지 중심으로 보면 주택 문제, 빌딩 문제, 농지 문제, 산업단지 문제, 재개발·재건축문제 등 모든 부동산 문제의 근원이 같은 뿌리에 있음을 알게 되고, 따라서 일관되고 체계적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신규주택 중심 사고에서 기존주택 중심 사고로 전환

두 번째는 신규주택 중심 사고에서 기존주택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 특히 진보개혁 쪽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로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건설사까지 원가공개를 하도록 하고 공개된 원가에 연동해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신규주택공급을 제대로 하면 기존주택가격 전체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이런 관점에서 어떤 전문가들은 참여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까닭이 분양원가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제때에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 이런 생각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까닭에 대통령으로 나오는 사람들마다 기존주택, 혹은 전체주택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보다 새로운 주택공급정책을 내놓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보금자리 주택'도 바로 이런 강박관념의 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신규주택을 아무리 싸게 공급한다고 해도 전체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화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원가공개나 분양가상한제 등은 건설사의 폭리를 막는 효과가 있으나, 기존주택가격을 끌어내리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기존주택가격은 평당 2000만 원인데 신규주택가격은 원가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서 1000만 원이라고 해보자.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기존 주택가격이 1000만 원으로 떨어질까, 아니면 신규주택이 2000만 원으로 올라갈까? 당연히 후자다. 왜냐하면 신규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신규주택가격을 기존주택가격보다 낮추면 초기분양자들만 수지맞기 때문에 신규주택의 매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은 기존주택이 결정짓는다.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신규주택가격이 비싸기 때문이 아니라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가 있기 때문이다. 투기수요가 창궐하기 때문에 신규주택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내놓아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것이고, 반대로 투기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에 싸게 내놓아도 잘 안 팔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거안정은 신규주택을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 물론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나 나중에 살펴볼 토지임대형 주택 공급의 경우는 주거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어떻게 차단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소유 제한'에서 '불로소득 환수'로

세 번째는 소유 제한에서 불로소득 환수 쪽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던 1980년대 말 이래로 '토지공개념'이란 말이 유행했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이 용어가 등장하곤 하는데,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토지공개념 하면 소유 제한을 떠올린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해서 기업이 비업무용 토지를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토지공개념이고, 가계가 집 한 채만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 토지공개념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소유 제한 사고체계에서 나온 운동이나 정책을 예를 들어보면 2007년 시민사회단체들이 추진한 '1가구1주택 갖기 운동', 과거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주택소유상한제',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비업무용토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토지소유편중도가 굉장히 높다는 결과가 보도되고,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가 훨씬 넘어 무려 114.2%(2011년)나 되지만 자가 소유비율은 54.2%밖에 안 된다는 통계가 발표되면(한국일보 2012/7/23) 소유 제한 사고는 더 강화된다.

그러면 집 한 채 소유는 투기가 아닐까? 기업이 업무용으로 쓰면 사용 목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투기 목적인가? 빌딩을 많이 소유한 사람은 사용 목적인가, 투기 목적인가?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제도 하에서 모든 국민은 잠재적 투기꾼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도 가격이 떨어질 것 같은 집이나 땅을 사지 않는다. 소득에 비해서 비싼 집을 구입하는 사람은 거주 목적도 있지만 투기 목적이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업도 나중에 땅값이 오를 것을 감안해서 업무용 토지를 매입한다.

불로소득이 사라지면

왜 사람들은 자기가 살지도 않을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걸까? 지금의 하우스푸어처럼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득에 비해 비싼 집을 소유하려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서울 거주자가 강원도 평창에 땅을 소유한 이유는? 어느 누구의 말처럼 땅과 집을 사랑해서인가? 아니다. 돈, 즉 불로소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다주택자는 안 생긴다. 불로소득이 없는데도 다주택자인 경우에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개인들은 소득에 맞게 주택을 구입한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기업이 비업무용 토지를 매입하려고 하지도 않고 비업무용을 업무용으로 위장하려는 구차한 짓도 하지 않는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기업은 토지가격 상승, 즉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는 고려하지 않고 사업 자체의 수익성만을 고려해서 토지를 매입하게 된다.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사람들이 재개발·재건축 허가에 목을 매지도 않고, 용산참사처럼 세입자가 망루로 올라가는 일도 생기지 않으며, 농사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매입할 이유도 없어지고, 개발제한구역을 풀어달라는 현수막도 걸리지 않는다.

핵심은 이것이다. 불필요한 소유를 억제하기 위해서 소유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또 비난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유를 하도록 만드는 불로소득을 없애버려야 한다. 자동차인 일반 물자는 사용하다가 불필요하면 처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 불필요한 자동차를 소유하는 사람은 없다. ― 부동산도 필요한 사람이 매입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다가 불필요해지면 처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불로소득이 사라져야 한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지금의 극심한 토지소유불평등은 완화될 것이고, 다주택소유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부동산에 대한 사고체계, 즉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과거의 사고체계는 이제 수명이 다 되었다. 먼저는 건물 중심 사고에서 토지 중심 사고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문제의 진정한 원인에 다가설 수 있고 택지문제, 농지문제, 빌딩문제, 산업단지문제, 재개발·재건축 문제, 그린벨트 문제에 대한 수미일관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둘째는 신규주택 중심에서 기존주택 중심으로 사고체계가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주거안정 방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셋째는 소유 제한에서 불로소득 환수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해야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때 실수요인지 투기수요인지를 가지고 따지는 피곤한 일도 사라질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