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사마귀 유치원' 최효종 형사 고소

'국회의원 되는 법' 풍자가 "집단모욕", '성희롱 판결' 분풀이?

여대생 성희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나라당 출신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개그콘서트>의 인기 개그맨 최효종 씨를 형사 고소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최 씨가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 모욕'을 했다는 것인데, 개그 프로그램의 풍자를 형사 고소로 대응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강용석 의원 측에 따르면, 강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사마귀 유치원'에서 진로상담사 일수꾼 역으로 나오는 최효종 씨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로 형사 고소했다.

최 씨가 지난달 2일 방영된 개그콘서트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요",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되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구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되요"라고 말한 것이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적 모욕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사마귀 유치원'. 이 코너는 날카로운 현실비판과 풍자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한국방송

'황당' 강용석, 아나운서 '집단모욕죄' 징역형 화풀이로 고소?


사마귀 유치원은 '어른들을 위한 유치원'을 콘셉트로 진학상담 선생님이 등장해 유치원생들에게 사회생활 노하우를 전달하는 코너다. 예컨대 유치원생이 "예쁜 집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면 89세엔 내 집 장만할 수 있어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 코너에서 최 씨는 날카로운 현실비판과 풍자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아왔다.

한편 강 의원 측은 이 같은 고소 사유를 밝힌 뒤 "집단모욕죄는 아나운서들의 강용석 의원에 대한 모욕죄 형사고소 사건 1,2심 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됐다"며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확정된 자신의 사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집단모욕죄'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해온 강 의원이 엉뚱하게도 최효종 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한 것이다. 실제 강 의원은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법원의 2심 판결문을 게재하며 "물론 상고했다. 상고 이유는 집단모욕죄는 대법원의 누적된 판례에 비추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강 의원은 이 글에서 "이 사건 판결과 같이 모욕죄가 성립한다면 국회의원인 제가 개콘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해도 죄가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나요? 정말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라도 해볼까요....ㅋ"라고 밝혔다. 이 '예고글'에 따라 강 의원은 결국 최 씨를 형사고소했다. 강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결국 최 씨에 대한 고소가 자신의 판결에 대한 '분풀이용'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 강 의원은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사법부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최효종 씨에 대한 고소를 예고하기도 했다. ⓒ강용석 의원 블로그

여대생 성희롱, 아나운서 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강 의원은 1심에 이어 지난 10일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될 경우, 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함과 동시에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 당하게 된다. 그는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의원직 제명 위기에 처했으나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의 변호로 가까스로 의원직을 유지했고,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저격수'로 나서는 등 한나라당과 호흡을 맞췄다.

선거 후엔 '안철수 저격수'로 나선 강 의원은 16일에도 교과서에 수록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관련 내용을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해 누리꾼의 빈축을 샀다. "학생들에게 유무형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현재 정치계 입문 시기를 이리저리 재고 있는 안 교수에 대한 객관적 검증 결과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11권의 교과서에 수록된 안 교수 관련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주장 자체가 "오히려 더 정치적"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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